<사진가들의 뒷담화>
위기의 새와 사진가들의 인연?
지난 달 23일, 사진작가 신성우씨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사면 봉명리 우성농장 안 큰 버드나무 위에 있는 오색딱따구리 둥지에서 새끼 한마리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 신 작가는 황급히 달려가 버드나무 4~5m 높이의 둥지 속으로 새끼를 밀어 넣었다.
둥지 안에는 다른 새끼들이 있었지만, 한번 떨어진 새끼를 둥지 안에서 거부했다. 몇 차례의 시도 끝에 간신히 나무 구멍 둥지 속으로 밀어 넣었지만, 떨어졌던 새끼의 울음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어미 딱따구리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밤새 걱정을 한 신 작가는 이튿날 아침에도 일찍 둥지를 다시 찾았다. 새끼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그 소리는 며칠 간 계속됐다. 새끼가 떨어지면서 혹시 부상을 입었는지, 걱정이 된 신 작가는 틈틈이 둥지를 찾아 관찰을 했다. 그 사이 다른 새끼들은 모두 이소했고, 땅에 떨어졌던 수컷 새끼 한 마리만 남았다. 다행히 울음소리가 멈췄고, 어미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주는 광경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신 작가는 이때부터 사진촬영을 하면서 관찰했다. 어느 순간부터 수컷 새끼 오색딱따구리가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 5일 오후 둥지를 떠나 세상 밖으로 날아갔다.
또 지난 8일 오전 7시10분경엔 용인동부경찰서 포곡파출소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영동고속도로 서울~강릉 방면 마성터널 인근의 극심한 교통정체 때문이다. 다름 아닌 어미 오리 한마리가 새끼 오리들을 줄줄이 데리고 겁 없이 고속도로 위에 나타난 것. 이를 목격한 출근길 운전자들이 차를 급히 세웠고, 이때 어느 운전자가 오리 구조 요청을 했던 것이다. 긴급 출동한 포곡파출소 소속 김연주 경위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오리들이 고속도로를 무사히 빠져나간 뒤였다. 김 경위 역시 환경사진가로 최근 조류들의 부화철을 맞아 환경사진가들이 나눴던 훈훈한 뒷담화다.
<글/사진: 김종경 기자 kjk@yongi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