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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ㅣ예보ㅣ임솔아

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예보/ 임솔아

 

 

나는 날씨를 말하는 사람 같다.

봄이 오면 봄이 왔다고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전한다.

이곳과 저곳의 날씨는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그래서 날씨를 전한다.

날씨를 전하는 동안에도 날씨는 어딘가로 가고 있다.

날씨 이야기가 도착하는 동안에도 내게 새로운 날씨가 도착한다.

이곳은 얼마나 많은 날씨들이 살까.

뙤약볕이 떨어지는 운동장과 새까맣게 우거진 삼나무숲과

가장자리부터 얼어가는 저수지와 빈 유모차에 의지해 걷는 노인과

종종 착한 사람 같다는 말을 듣는다.

못된 사람이라는 말과 대체로 같고 대체로 다르다.

나의 선의는 같은 말만 반복한다. 미래시제로 점철된 예보처럼 되풀이해서 말한다.

선의는 잘 차려입고 기꺼이 걱정하고 기꺼이 경고한다. 미소를 머금고 나를 감금한다.

창문을 연다. 안에 고인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을 창밖으로 민다.

오늘 날씨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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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 오늘의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임솔아의 첫 번째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이 출간 되었네요. 새봄, 새 나라에서 첫 시집을 읽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시집에는 세상 속에서 차마 적응하지도, 타협하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을 바로 보고자 하는 사람들, 나아가 한 발 한 발 공동체 혹은 구성원들과의 갈등들을 풀어가려는 시도들이 담겨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시인은 날씨를 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이라는 이름의 이곳은 얼마나 많은 날씨들이 살까. 시인의 말을 살펴보면, “세계는 풀 수 없는 암호 같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충분히 예상되는 날씨, 그러나 풀 수 없는 암호와 같은 세계. 어쩌면 나의, 당신의, 세계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침묵의 전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산들꽃들 노루귀처럼.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