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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ㅣ따뜻한 상징ㅣ정진규

 

따뜻한 상징

 

 

정진규

 

 

어떤 밤에 혼자 깨어 있다 보면 이 땅의 사람들이 지금 따뜻하게 그것보다는, 그들이 그리워하는 따뜻하게 그것만큼씩 춥게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눈물겨워지는지 모르겠다 조금씩 발이 시리기 때문에 깊게 잠들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눈물겨워지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꿈에도 소름이 조금씩 돋고 있는 것이 보이고 추운 혈관들도 보이고 그들의 부엌 항아리 속에서는 길어다 놓은 이 땅의 물들이 조금씩 살얼음이 잡히고 있는 것이 보인다 요즈음 추위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요즈음 추위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의 문전마다 쌀 두어 됫박쯤씩 말없이 남몰래 팔아다 놓으면서 밤거리를 돌아다니고 싶다 그렇게 밤을 건너가고 싶다 가장 따뜻한 상징, 하이얀 쌀 두어 됫박이 우리에겐 아직도 가장 따뜻한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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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듣는 따뜻한 상징이야기입니다. 문득, 자주 멀리서 가까이서 잠든 한 사람을 생각하는 밤과 밤들. 시인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이 땅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조금씩 발이 시리기 때문에 깊게 잠들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눈물겨워지는 모르겠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때로 어떤 문장은 시적 진정성 너머를 꿈꾸게 하지요. 잠든 그 사람의 숨결의 높낮이를 헤아리며 살피는 일. 시인은 언젠가 스스로에게 묻고 답했습니다. “내 시와 삶이 마음먹은 바대로 어긋남이 없을 것인가. 다만 연기본성의 생명률을 근간 들숨날숨으로 몸짓하고 있어 부끄러운 대로 자유롭다.” 과연 부끄러운 대로 자유롭다라는 경지란 어떤 차원일까요. 하얀 쌀처럼 정한 눈이, 마음이 쌓이고 있는 겨울밤입니다.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