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서시
김정환
이제는 너를 향한 절규 아니라
이제는 목전의 전율의
획일적 이빨 아니라
이제는 울부짖는 환호하는
발산 아니라 웃는 죽음의 입 아니라 해방 아니라
너는 네가 아니라
내 고막에 묻는 작년 매미 울음의
전면적, 거울 아니라
나의 몸 드러낼 뿐 아니라, 연주가 작곡뿐 아니라
음악의 몸일 때
피아노를 치지 않고 피아노가 치는 것보다 더 들어와 있는 내 귀로 들어오지 않고 내 귀가 들어오는 것보다 다 더 들어와 있는
너는 나의
연주다.
민주주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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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모든 시인에게 ‘서시’라는 제목의 시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겠지요. 이 시편과 더불어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떠올리는 것도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문학적으로 전유하는 민주주의는 끝이 없는 원리이겠지요. 이는 국민의 삶을 위해서 어떤 권력을 나눠야 하는지, 이 통치가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지, 어떤 제도나 보충조건에 의해 그것이 수립되고 확보되어야 하는지 상술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달합니다. 민주주의는 영구한 재발명을 요청한다는 점. 민주주의가 가능성으로 가득한 기표이기 때문에 오히려 영구이겠지요. 오늘의 시인은 우리에게 “피아노를 치지 않고 피아노가 치는 것보다 더 들어와 있는 내 귀로 들어오지 않고 내 귀가 들어오는 것보다 다 더 들어와 있는/너”의 목소리에 대해 들려줍니다. 그 이름은 바로 민주주의. 우리가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재발명해야 하듯이, 민주주의 재발명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다시 민주주의여!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