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거짓된 눈물의 역사
김중일
(…)
새벽잠에서 깨어난지 오래됐는데,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지 오래됐는데,
잠보다 너무 길고 어두웠던 꿈에서 깨어났을 때,
처음 맞닥뜨린, 내 옆에 모로 누운 허공의 어정쩡한 자세,
나 어렸을 때 병이 깊어 복수 찬 배를 땅에 질질 끌며
마당 한 바퀴 돌고, 집 버리고 나가 죽은
그 작던 강아지만한 눈물 한 방울이
오늘밤 내 발등에 떨어져
김이 모락모락 나도록 따뜻하고 축축하게 삶은
작은 행주 같은 혀로 내 발등부터 나를 닦아낸다
먹고 살고 죽는 저 높은 식탁위에 물얼룩처럼 묻은 나를
말끔하게 아무런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
시인은 역사에 대해 말합니다.‘거짓된 눈물’의 역사에 대해 말이지요. 어쩌면 역사란, ‘잠보다 너무 길고 어두웠던 꿈’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 순간을 대면하는 것이 역사적 과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모든 인식적 가치를 지닌 작품은 인간과 세계에 대해 새로운‘무언가’를 알게 합니다. 그 ‘무언가’는 과학, 철학, 종교 등이 제공하는 인식적 가치와 함께 갈 수도, 역행할 수도 있지만 독자적으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 경우 그 인식적 가치는 과학, 철학, 종교의 언어들과는 거리를 갖게 됩니다. 핵심은 이러한 인식적 가치가 그 시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 안에서만 그 ‘무언가’가 빛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무언가’는 눈물 한 방울과 역사적 상상력에 가닿고 있습니다. 역사는 너무 멀고 너무 가까이 있습니다. 그 역사를 대면하는 것, 당면 과제.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