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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쓰는편지 113ㅣ꿈ㅣ신용목

이은규 시인의 시로쓰는편지 113

 

 

신용목

 

 

잤던 잠을 또 잤다.

 

모래처럼 하얗게 쏟아지는 잠이었다.

누구의 이름이든

부르면,

그가 나타날 것 같은 모래밭이었다. 잠은 어떻게 나의 바닥을 다 메우도록

그 많은 모래를 옮겨왔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멀리서 모래를 털며 걸어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모래로 부서지는 이름들을 보았다.

가까워지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잤던 잠을 또 잤다.

 

꿨던 꿈을 또 꿨다. 나는 언제부터 파도 소리를 듣고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그리고 언제까지……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지 않아도

나는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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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가을. 어쩌면 삶은 잤던 잠을 또 자고, 꿨던 꿈을 또 꾸는 나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처음인 것처럼 깊은 잠에 빠지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되지요. 기억을 기억하며 혹은 기억을 기억하지 않으며 말이지요. 시인의 산문집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담겨 있습니다. “문득 눈앞에 없는 사람이 보고 싶을 때 혹은 더는 볼 수 없는 사람이 생각날 때,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닿는 곳. 멍하니 짚이지 않는 허공에 마음의 전부를 세워놓을 때, 그리움은 거기에 있다. 오백만 년 전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득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을까? 나는 우주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믿는다.” 이처럼 우리가 지난날을 돌아보는 이유는 그리움이라는 세 음절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돌아보는사람들. 처음인 듯 절망하는 씩씩한 이름들. 얼마나 간절한 열망이기에, 얼마나 간절한 망각이기에.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