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시로 쓰는 편지 111
산다
다니카와 슌타로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태아의 첫울음이 울린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다친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흘러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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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인, 일본의 다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郞). 일상의 기적에 대해 노래하는 시인입니다. 그는 1950년 데뷔한 이후 최근까지 80여 종의 시집과 시선집을 출간했다고 합니다. 일상이 모여 일생이 되는 것. 온 시간을 다해 문학에 매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시인은 ‘살아 있다는 것’은 ‘지금 살아 있다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흘러가는 것’이라는 구절에서 별똥별의 흐름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요. 우연적 필연이거나 필연적 우연인 삶. 시인은 산문 「시인과 우주(cosmos)」에서 ‘한 편의 시’가 ‘쓰고 싶다’에서 출발해서, ‘쓰지 않으면 안 된다’를 통해 완성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살고 싶다’에서 출발해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를 통해 완성되는 것. 그에 대해 ‘한 사람의 삶’이라고 정의 내려 보는 가을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