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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107ㅣ평형수를 충만할 때ㅣ이원오

 

평형수를 충만할 때

 

 이원오

 

배가 기울어졌다

 

모든 기울기는 결핍을 수반한다

결핍은 모자람이 아니며

과잉의 동의어이다

 

배의 기울기에는

숨겨놓은 탐욕의 과잉이 있었다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한 실종이 있었고

비겁한 잉여의 민낯이 있었다

짠물에 민물을 일치시키던 수평

거친 파도를 이기는 힘이었고

결별을 허락하지 않은 마지노선이었다

힘은 무릇 수평에서 왔으나

견고한 욕심의 무게는 수평을 짓눌렀다

모두 기울기를 저울질하고만 있었으니

고박하지 않은 양심도 풀어져 버렸다

 

그날 서해바다에서 찔끔찔끔 흘려버린 물의 기울기는

거친 맹골수도에서 가팔라졌다

잃어버린 눈물의 평형수만큼

피눈물로 꼭꼭 채워넣어야 했다

 

지금, 당신의 평형수를 충만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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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해질 만큼의 더위, 무탈하신지요. 오늘의 시인에게서 삶의 평형에 대해 한 수 청하고자 합니다. 전제는 그러합니다. 모든 기울기에는 결핍이 수반되어 있지요. 아름다운 편애조차도 이미 한 편으로 치우쳐 있는 것처럼.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균형에 대한 의식이며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결핍을 철저히 기억하는, 투쟁하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그 어디에도 잃어버린 눈물의 평형수만큼자명한 진실은 없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오늘의 시인은 자신이 견지해나갈 시적 세계에 대해 시로 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선언이라는 말이 더 알맞을 수도 있겠네요. 그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전합니다. 이 유전자를 정화하려면 시로 씻을 수밖에 없다/시는 그러므로 야만의 피라고 읽혀진다/그 먼먼 청동기시대의 시경(詩經)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정화의 시중에서). 그의 시적 행보는 계속되겠지요. 그 행보가 면면하게 이어지기를 바라며, 믿으며 건필!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