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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72 ㅣ 통영-책 ㅣ 이은봉

용인신문-시로 쓰는 편지 72


통영
―책

이은봉


무엇인들 책이 아니랴 오랜만에 들린 통영에서도 보고 배울 책은 많았다
구중서 선생님과 통영에 놀러가서는 먼저 박구경 시인이 소개한 ‘호두나무실비집’이라는 책부터 읽었다
정가 2만 5천 원인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맛있는 음식을 과식하지 않고 먹는 법이었다
빠른 리듬에 쫓기다 보니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 지난 뒤에야 겨우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식욕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일까
배가 불러 힘들어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김덕우 시인이 소개한 또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한산 호텔 부속 횟집’이라는 책이 그것이었다
이 책에는 첫 페이지부터 과식은 당뇨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씌어 있었다
책의 내용은 어렵지 않았지만 책의 내용대로 살기는 어려웠다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책의 내용을 지키지 못한 셈이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달라 통영에서도 내내 괴로웠다
끝내는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고 말았다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책의 내용을 따르지 못하는 것은 내 오랜 병통, 통영에서는 이제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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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면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 오늘의 시인은 말합니다. “무엇인들 책이 아니랴”. “보고 배울” 모든 것이 책이기 때문이랍니다. 책장을 펼치듯 시를 살펴보면, 통영에는 여러 권의 책이 자리합니다. 음식=책이라는 은유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주체가 접하게 된 첫 번째 책은 ‘호두나무실비집’. 이 책의 중심 내용은 ‘맛있는 음식을 과식하지 않는 법’이었답니다. 그러나 식욕 앞에서 눈이 흐려지는 법이지요. 두 번째 책은 ‘한산 호텔 부속 횟집’. 결국 그곳에서 배탈이 난 주체는 탄식합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달라” 괴로웠다고 말입니다. 이 시의 핵심은 “책의 내용은 어렵지 않았지만 책의 내용대로 살기는 어려웠다”는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주체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정신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있습니다. 모든 깨달음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그리고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먼 여행일수록 벗과 동행해야한다는 말이 있지요. 당신이라는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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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