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밭을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읽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르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읽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 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 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린다는데, 대설주의보라는 말을 들어본 지도 몇 해 되었다. 물가(物價)를 이야기하며 군부독재시절이 좋았다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는 당신을 보며 어젯밤 나는 슬퍼졌다. 돈 몇 푼을 들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늙고 낡은 가여운 영혼 앞에서, 언젠가 영화에서 본 적 있는, 마침내 자유를 얻었으나 다시 노예로 살기를 자처하는 길들여진 흑인의 검은 눈동자를 떠올렸다. 어젯밤, 눈도 비도 아닌 어정쩡한 것들이 우리의 앞길을 더럽히고 있다고 차마 말하지 못하였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