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10개월을 위해 온 정성을 쏟자.
사주당이씨는 “태교를 알지 못하면 어머니로서 부족한 사람이니 반드시 마음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마음을 바르게 하는 법이 있으니 그것은 보고 듣는 것을 조심하며, 앉고 서는 것을 조심하며, 자고 먹는 것을 조심하며, 잡념이 없어야 한다. 잡념이 없이 한 일이 마음을 바르게 할 수 있으니 오로지 삼갈 뿐 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34년 경력의 베테랑 산부인과 의사로 1990년대 말에 ‘태교는 과학이다’를 써서 우리나라에 태교 붐을 일으킨 박문일 한양대 의대학장을 만났다.
박 교수는 태교는 여성들이 문제가 아니라 시댁식구, 남편, 직장 동료, 주변인이 문제라며 주변 사람들이 태교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임신한 여성들은 태교를 하라고 안 해도 잘한다는 것이다. 전통태교의 가르침이 직간접적으로 이어 내려오는데다 태교의 기본 개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쁜 환경으로부터 임신부를 보호해야 할 사람은 누구보다 남편이라고 했다.
남편들은 무엇보다 텐텐텐을 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맨 처음의 10은 임신 10개월 전부터 건강한 정자를 만들기 위해 임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좋은 정자를 만들기 위해 술은 줄이고, 담배는 완전히 끊고, 커피도 줄이고, 5∼6개월은 열심히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만들어진 정자가 3∼4개월 뒤에 난자와 결합하려면 2∼3주가 더 걸려 4개월도 더 걸리는 셈이 된다.
여성만 엽산을 섭취하는 게 아니라 남편도 엽산을 섭취해야 하며 체중 관리도 잘하는 등 남자가 몸을 잘 만들면 비실비실한 정자를 만들지 않아 웬만한 불임도 해결할 수 있단다.
중간의 10은 임신한 아내를 잘 보호해주는 등 태교에 신경 쓰는 것을 의미한다. 끝의 10은 아기를 낳은 후 아내와 함께 최소 10개월 동안 육아를 도우라는 의미다.
신혼부부가 애기를 낳으면 회사 회식에서 남편 참여 금지법을 만들어서라도 애를 아내와 함께 돌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교수는 아내를 여왕처럼 모시면 남편은 자동으로 왕이 되는 것이니 남편은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라고 한다.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면서 함께 아기를 소중하게 만들고 키우라는 참 좋은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식적인 생각을 뒤엎는 일이 최근에 방송 전파를 탔다.
KBS2 TV에서 10월 10일 임신부의 날 특집으로 방영된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 임신한 상전마마가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놀라게 한 것이다.
임신부의 위세가 너무 대단하자 남편이 마치 노예가 된 것 같다며 같은 여성들이 응원 보다는 눈총을 보내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면에는 자신의 아들들이 나중에 결혼해서 상전마마를 만날까봐 겁이 난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아 시댁식구가 문제라는 생각도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보다는 임신을 이유로 손가락 하나 까닥 하려들지 않는 임신부가 제대로 임신부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태교에서 손을 놓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런 마음이 앞선다.
TV 리모콘도 돌려 달라,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도 떼어 달라, 휴대폰 문자 메시지도 확인해 달라, 수화기도 입에 대어 달라고 한단다.
남편이 밥 해주고, 먹여주고, 씻겨주고, 청소며 빨래, 간식 사다놓기 등 모든 일을 다 한다. 상전마마는 남편이 출근한 동안 간식 먹고 차려놓은 밥 먹고, 쉬다가 남편이 와서 저녁을 해주면 먹는다고 했다.
평소 여성들이 하던 일을 임신 기간 동안 역할을 바꿔 여성이 평소 얼마나 힘들었는지 체험해 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 이상, 임신부가 움직이고 계획적으로 생활을 해야 건강한 태아가 태어난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웬만한 임신부들은 10개월만큼은 더 성실하고 부지런히 태교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주당이씨의 말대로 언행 등 매사에 삼가고 잡념을 갖지 않으려 노력함은 물론 태아가 먹을 음식이라는 생각에 신선한 재료 고르기부터 음식 만들기, 아기가 불쾌할까 청소며 빨래하기, 틈틈이 산책을 통한 신선한 산소 공급 등 엄마의 정성스런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바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가.
길고 긴 한평생에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찰나의 10개월을 위해 온 정성을 쏟아 모성을 후회 없이 만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