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당이씨는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비례물시),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비례물청),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비례물언),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라(비례물동)”고 했다.
또 마음 지혜 온 몸까지 모두 정도에 따라서 자식을 기르는 것이 어머니의 도리라고 했다.
앞의 사물(四勿)은 논어에 나오는 4가지를 금하는 가르침이고 뒷부분은 예기의 한편인 악기에 나오는 글이다.
태교신기에는 사주당이씨의 학식을 가늠할 수 있는 경전의 인용부분이 많이 등장하는데 당시 남성 중심 사회임에도 선비들이 마루에 올라와 사주당에게 절하고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는 사실이 부인 묘지명에 씌여 있다.
태교신기 4장 4절에 가려서 들어야 함을 강조한 부분이 나오는데, 예가 아닌 것은 듣지 말라는 뜻이다. 이는 태아에게 좋은 것을 들려주라는 이야기기도 하다.
사주당이씨는 우선 사람의 마음은 소리를 들으면 움직이게 되므로 임신부는 요란한 음악과 노래, 시장의 시끄러운 소리, 여자들의 욕지거리와 술주정뱅이의 욕설, 우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계집종들이 이치에 맞지도 않는 말을 듣고 와서 전하지 못하도록 했다.
오직 마땅한 사람을 있게 하여 시를 낭송하게 하고 경서를 설명하게 하며, 거문고나 비파를 타게 해서 임신부가 들어야 한다고 했다.
얼굴에는 3개의 문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눈 입 귀 등 3개의 문은 적정하게 닫기도 하고 열기도 해야 한다.
눈은 볼 것만 보고 아닌 것은 눈을 감아야 한다. 입은 좋은 말을 하고 쓸데없는 말을 할 때는 입문을 다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2개의 귀에는 문이 없다. 문이 없는 대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라고 2개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남의 말을 가려 듣는 지혜를 길러 지식을 넓히도록 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는 사주당이씨가 가려 들으라는 온갖 나쁜 말들이 횡행한다.
갖가지 나쁜 상황이 연출되고 그에 따른 대화 또한 심각한 수준의 것들이 많다. 임신부는 되도록이면 10달 동안만이라도 태아를 위해 텔레비전 드라마로부터 눈을 닫고 귀를 닫는 자중이 필요하다.
대신 다큐멘터리나 유아 프로그램 중에 좋은 프로그램을 가려 보는 지혜를 발휘하면 태교에 도움이 될 것이다.
뉴스도 가려 들을 것이 많다. 아기의 뛰어난 시사적 감각을 위해 뉴스에 귀기울이는 임신부라면 10달만이라도 가급적 남편을 통해 적당히 가려 듣도록 해야 한다.
뉴스를 들으면서 정치인들의 행태에 화가 날 때도 있고 끔찍한 사건 사고에 놀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네 아줌마들끼리 모여앉아 수다를 떨때도 남의 흉을 보거나 비방을 하는 대화가 나오면 태아를 위해 대화를 전환하자고 양해를 구하거나, 양해 구하기가 불편하면 조용히 자리를 뜨는 게 좋다.
임신시에는 부부 사이에도 가려서 이야기를 하고 태아를 생각해서 부부싸움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그런데 결혼 초기라면 서로 부딪히고 이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티격태격하기 쉽다. 남편이 성숙함을 발휘해 임신부와 태아를 위해 참아주는 깊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부부싸움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임신 중 부부싸움은 태아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실제로 아기의 뇌를 양전자 단층촬영법(PET)으로 촬영해보니 임신 중 남편으로부터 학대를 많이 받거나 부부싸움을 자주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기의 경우 뇌가 제대로 발달을 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있다.
연이산부인과 김창규 원장은 “3개월 된 태아의 뇌를 부검했을 때 기억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면 태아는 아빠, 엄마의 불화도 뇌 기억에 저장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임신 중 부부싸움을 자주 하면 태아의 정서적인 문제는 물론, 청각신경의 장애도 유발할 수 있다. 부부싸움의 도가 지나치면 독소가 가득한 말들이 튀어나오게 된다.
입술의 30초가 한사람의 인생 30년을 좌우한다는 무서운 말이 있는데, 특히 임신시에 들은 남편의 독설은 태아에게 나쁜 영향이 미치는 것을 걱정하는 부인에게 평생 한으로 남을 수 있다.
혹시라도 부부싸움을 하면 2분 내에 화해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태아의 뇌에 아빠에 대한 증오와 엄마에 대한 반감이 싸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태아가 들을 수 있도록 태아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