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당이씨는 태교신기에서 “지금의 임신부들은 특이한 맛이 나는 음식을 좋아하고 집안이 한가해 즐거움이 없으면 사람들로 하여금 허황된 이야기를 하게 해 깔깔대며 웃는다.
처음에는 아기 밴 것을 집안 식구들에게 속이다가 나중에는 오래 누워 있거나 항상 잠을 자기도 한다.
스스로 태아의 조섭을 어긋나게 하고 또한 집안 식구들이 임신부를 대하는 일이 늦어지게 해 병을 더함으로써 해산을 어렵게 하고 불초한 자식을 낳는다.
가문의 명예를 떨어뜨린 후에도 자기 잘못은 깨닫지 못하고 운명을 원망하고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태교에 신경을 많이 썼을 듯 싶은데 이 구절을 보아서는 영 조선시대 이야기 같지가 않다.
언뜻 보면 요즘 철없는 신세대 여성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조선시대를 살다간 조상들이라고 해서 태교를 누구나 다 알지는 못했음을 이야기 해주는 것이리라.
태교신기에서 사주당이씨는 “태아를 가르치지 않는 것은 그 책이 주나라의 말기에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하여 당시 여성들이 태교에 무지할 수 있었음을 추측하게 한다.
허황한 이야기에 깔깔대고 웃고 태아의 조섭을 어긋나게 하다보면 자식이 불초하게 돼 소인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뻔하다고 탄식까지 한다.
그러나 그는 “여성들이 자식 기르는 법을 다 배운 후 시집가는 것은 아니다”고 하면서 성실한 마음으로 노력하면 된다고 이르고 있다.
보통 좋은 것은 왕실로부터 시작돼 귀족에게로 내려오고 그 후에 일반 백성들에게로 전해지게 돼 있다.
특히 일반 백성들의 경우는 어깨너머로 들은 지식이니 구체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반가 여성들의 교훈서도 태교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실천 사항이 조목조목 언급돼 있지 않아 무얼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사주당이씨 역시 “여성교훈서들이 구체적이지 않아” 자신이 아이를 임신하고 낳은 경험을 토대로 태교신기를 썼다고 밝히고 있다.
어찌됐든 철없는 여성들도 임신을 하면 결국 모성애라는 것이 발동을 하기 시작한다.
“애기가 애기를 낳네.”
부모의 눈에는 영 애기 같아 보이는 딸이지만 그런 애기가 정말 애기를 낳고 강인한 어머니가 돼 간다.
영국 런던 해머스미스병원 안젤라 오트리지 박사팀이 임신한 여성의 뇌를 촬영했더니 임신하기 전보다 뇌의 크기가 4%정도 줄어들어 있음을 발견했다.
그보다 먼저 호주 연구진들은 임신한 여성은 지속적으로 기억력과 언어 능력이 나빠진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나오는 변화들은 임신 때의 뇌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인데 이는 뇌에서 새로운 세포가 형성돼 자라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이를 ‘어머니로의 순회’라고 부른다고 한다. 임신 기간을 거쳐 출산 후에 나타날 뇌의 변화로서 이는 곧 어머니로의 모습을 갖춰가는 과정이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 후의 여성의 뇌에서는 양육과 관련된 신경세포도 발달되고 확장돼 모성애의 힘이 강화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아무리 철이 없는 임신부더라도 임신 사실을 주변에 빨리 알려 가족이든 직장 동료들로부터든 보호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 의학에서도 임신 초기 3개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사람의 몸을 갖추기 위한 기관들이 이제 막 생겨나는 조심스런 때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임신부가 무리하게 힘든 일을 하거나 약을 먹거나 장거리 여행길에 나서는 것 모두 옳지 않다.
겉으로 임신 사실이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 임신한 사실을 알려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해와 도움을 얻어야 한다.
곤충이나 동물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의 이치대로 생명을 키워 나간다. 그것은 제 자식에 대한 본능적인 애착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도 본능대로 생명을 키운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거기에 더해 올바른 인성과 총명함을 두루 갖춘 건강한 아기를 위해 태교를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