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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신문의 날> 단상

7일은 신문의 날이다. 한국신문협회 등 언론단체들은 6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제55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를 열었다. 행사모습을 전하는 사진을 보노라니 가슴이 허허해지는 것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언론단체 간부들이야 당연히 참석했지만 3부요인 인사들 가운데 국회의장만이 눈에 띄었다. 한때 신문의 날은 언론계 전체를 대표하는 축하행사여서 대통령도 자주 참석하는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두 참석해 덕담을 주고받는 꽤나 성대한 행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문의 날은 그렇고 그런 기념일 가운데 하나로 전락한 느낌이다. 신문의 날 행사가 이처럼 퇴락한 것은 흔히 ‘신문의 위기’라는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과민반응일까?


필자가 기자를 시작할 때인 1980년대만 해도 신문의 날은 매우 뜻 깊은 기념일이었다. 신문의 날은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1957년 4월 7일 한국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 창간 61주년을 기하여 신문의 날을 제정한 게 기원이다. 이후 신문의 날은 1964년 별도로 방송의 날을 제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방송사를 포함한 전체 언론인의 생일 기능을 했다. 그날은 신문은 휴간했고 모처럼 기자들도 주중에 합법적으로 쉴 수 있었다.


요즘 언론계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는 종이신문의 운명에 관한 것이다. 방송을 포함해 디지털미디어가 날로 기세를 더해가는 데다 인터넷과 통신기기 등을 이용한 소셜미디어 등 대안언론까지 등장하는 바람에 종이신문의 위세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종이신문의 위기는 우리 주변 등에서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신문 읽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공짜로 볼 수 있는 무료일간지가 지하철을 점령했었는데 요즘은 그 기세도 한풀 꺾인 것 같다. 대신 승객들은 거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이들은 게임이나, 방송시청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뉴스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신문사들이 제공하는 ‘공짜 앱’을 이용하는 경우다.


2002년 52.9%였던 신문 가구 정기구독률은 2010년 29%로 절반이상 하락했고 열독률도 같은 기간에 82.1%에서 52.6%로 떨어졌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가장 신뢰하는 미디어로 꼽혔던 신문은 이제 텔레비전에 그 자리를 내 준 지 10년이 넘었고, 영향력도 포털 사이트에 밀리는 신세가 됐다.


이 같은 현상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일본신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일본 내 전체 신문 발행부수는 5035만부로 전년 대비 100만부 넘게 하락했으며, 최근 5년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09년 신문업계 광고매출은 6439억엔을 기록해 전년보다 18.6% 줄어들었으며, 신문업계 광고매출이 인터넷업계 광고매출(7069억엔)에 뒤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1세기가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는 이미 지난해 종이신문 인쇄를 중단했다.


신문업계에 위기가 닥친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신문의 신뢰도가 날로 하락하는 것도 큰 문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실시한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고 생각하는 매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과반인 52.4%가 KBS를 1순위로 꼽았다. MBC가 25.1%로 2위였고 다음으로는 조선일보(7.2%), SBS(4.9%), 중앙일보(2.6%) 순이었다. 또한 가장 신뢰하는 매체사도 응답자의 44.2%가 KBS를 1순위로 뽑았으며 MBC 29.0%, 조선일보 6.3%, SBS 5.1%, YTN 4.3%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이 같은 조사를 하면 메이저 신문사들이 상위순번이었고 방송사가 그 뒤를 이었었다. 이젠 신문과 방송의 위상이 완전히 전복된 것이다. 그러나 토마스 제퍼슨이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갈파했듯이 신문없는 세상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신뢰회복을 통한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지 않으면 “종이신문은 5년 내 사라진다”는 미래학자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MIT교수의 예언이 참담하게 적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