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최고의 화제를 모은 것은 단연 ‘티파티(Tea Party)’였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욱일승천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세는 중간 선거의 패배로 개혁정책의 지속은 물론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번 선거에서 티파티가 도움을 준 후보 중 60여 명이 연방 상·하원에 진출했다.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짐 디민트(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원과 랜드 폴(켄터키주),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주) 후보가 대표적인 경우다. 티파티의 표적이 됐던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천신만고 끝에 겨우 당선에 성공했다.
티파티의 유래는 1773년 영국과의 독립전쟁 당시 보스턴에서 발생한 ‘티파티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스턴 차 사건’으로도 불리는 이 사건은 영국의 지나친 세금 징수에 반발한 미국의 식민지 주민들이 인디언으로 위장해 1773년 12월 16일 보스턴 항에 정박한 동인도회사 소속 선박 세 척에 실려 있던 차(茶) 상자를 바다에 버린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보스턴에서는 그 이전까지 세금을 과다하게 징수해 간 영국 정부에 대해 조세저항 운동이 활발해졌다. 이 운동은 ‘보스턴 티(Tea)파티’라는 단체가 주도했다.
2009년 1월 뉴욕주에서 ‘Young Americans for Liberty(자유를 위한 젊은 미국인들)’의 트레보 리치 회장이 바로 이 운동에서 착안해 ‘티파티’라는 모임을 조직했다.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 주지사의 증세안에 대한 반대 운동으로 시작한 것이다. 티파티는 특정 정당을 명시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당연히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 명부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조직을 이끌어 가는 전국 단위의 정치인이나 중앙조직도 없다.
티파티가 기세를 올리자 이에 대항하는 단체도 생겨났다. 이른바 커피파티다. 한국계인 애너벨 박(41)이 주도하는 이 모임은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티파티와는 달리 ‘큰 정부’를 지지한다. 하지만 이 모임은 올 상반기에 반짝하다가 활동이 뜸해졌다. 정치적 성향이야 어떠하든간에 미국 국민들이 기성정치를 견제하고 견인하기위해서 풀뿌리운동을 벌이는 것은 부럽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이 같은 운동이 가능할까?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문용식 나우콤 대표 사이에 트위터에서 오간 이마트 피자 설전을 보며 불현듯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사건의 발단은 정 부회장이 “지난 19일 신문에 게재된 저희 회사 임직원 복지혜택 확대관련 내용입니다. 직원들이 사랑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전진^^”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린데 대해, 문용식 대표가 “슈퍼 개점해서 구멍가게 울리는 짓이나 하지말기를... 그게 대기업에서 할 일이니?”라면서 반말섞인 야유를 보내면서였다.
이후 두 사람은 트위터에서의 반말과 예의,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대기업의 윤리, 심지어 문 대표의 구속전력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제에 대해 신랄한 공방을 펼쳤다. 특히 이마트에서 파는 초저가 피자로 인해 동네 피자가게가 심각한 매출감소에 시달리는 현실과 견주어서 이 둘이 이마트 피자를 놓고 말씨름을 벌이면서 관심이 폭증했다. 문 대표가 “피자 팔아 동네피자가게 망하게 하는 것이 대기업이 할 일이냐구여?”라며 이마트 피자판매를 겨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자 정 부회장은 “이분 분노가 참 많으시네요. 반말도 의도적으로 하셨다네요”라며 입씨름을 벌인 것이다.
둘 사이의 논쟁은 일단 휴전상태에 들어갔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유통망과 동네 구멍가게간의 첨예한 대립상황을 어느정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다. 문 대표는 학생시절에 민주화운동을 하다 3번이나 구속된 학생운동권의 리더였으나 현재는 잘나가는 IT기업의 CEO다. 지하유인물 ‘깃발’의 작성자였던 그는 학생시절부터 적절한 이슈제기의 귀재였다.
이번 트위터 논쟁에서도 과거 그의 내공이 일부 드러나기도했다. 하여 그에게 요구하고 싶다. 미국의 티파티 운동처럼 그가 다시 저잣거리로 나와 ‘피자파티 운동’을 벌여보았으면 하고. 이제 사업적으로도 성공했으니 그가 어려움에 처한 한국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한 몫을 해주길 바라는 것은 비단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