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6일은 전 미국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가 향년 93세로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케네디와 존슨 행정부 때 7년 동안이나 국방장관으로서 월남전을 총지휘했던 인물이다. 그는 미국에선 흔치 않은 독특한 이름처럼 파란만장한 역정을 살았다.
우선 이력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한때 월남전 반전운동의 메카였던 버클리대에서 경제학,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하버드경영대학원 최연소 교수를 지내는 등 학창시절부터 천재성을 드러냈다. 캠퍼스에만 붙어있기에는 열정이 넘쳤던 것일까?
그는 30세 때인 1946년 포드자동차에 재무관리자로 영입된 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 케네디가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날 포드 가문출신이 아닌 사람으로는 최초의 포드자동차 사장직에 오른다. 사장 취임 1달 만에 케네디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국방장관에 취임한다.
그러나 정당성 없는 월남전에서 5만8000여 명의 무고한 미국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도록 빌미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그는 전범으로 지탄받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인생의 서막이었다면 그 이후의 삶은 더욱 극적인 반전을 이룬다. 그는 월남전 전략문제를 놓고 케네디의 후임인 존슨 대통령과 불화를 거듭하다 1968년 사임하고, 바로 세계은행(WB)총재가 됐다.
이 시기는 사실상 그의 인생에서 황금기나 다름없다. 그는 13년간 총재로 있으면서 투자와 성장 중심이던 기왕의 세계은행 운영방침을 빈곤퇴치와 분배 개선으로 전환했다.
즉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의 빈민들을 돕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던 것이다. 그는 재임 중 저개발국가의 교육, 보건, 식량 문제 개선에 힘을 쏟았는데 1981년 가난한 나라의 실정에 무지한 선진국을 질타하면서 빈민들을 도울 것을 울면서 역설한 퇴임연설은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됐다.
퇴임 뒤에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을 정면 비판하는 등 반핵, 평화운동에 힘을 쏟았다.
특히 2004년에 모교 버클리대학에서 행한 “20세기 인류는 무려 1억6000여만 명을 살해했지만 21세기에는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한 평화연설은 유명하다. 미국에선 그에게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다양한 평가가 따르는 데 사후에 호평이 더 늘고 있어 흥미롭다. 가장 우선으로 꼽히는 것은 국방예산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실이다.
그는 국방 예산을 쓸 때 최장 20년의 장기 계획을 토대로 기간별로 구체적인 전략 목표를 세운 뒤 거기에 맞게 무기를 도입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른바 ‘계획예산제도(PPBES·Planning, Programming, Budgeting and Execution System)’가 바로 그것으로 경영학을 전공한 그가 관행처럼 여겨지던 주먹구구식 예산편성을 근본적으로 개혁한 것이었다.
그의 국방예산개혁은 여타 국가들의 모범이 됐다. 그는 또한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비록 사후이지만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회상>(In Retrospect)과 <윌슨의 유령>(Wilson’s Ghost) 같은 저서를 통해 월남전의 발발 원인이 됐던 통킹만 사건이 조작됐음과 월남전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전쟁을 쉽게 생각하는 미국 지도부의 자세를 비판했다.
그는 2003년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더 포그 오브 워>(The Fog of War)에서 주인공으로 출연, 자신이 관여한 모든 전쟁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고 미국이 이를 되풀이해서는 안 됨을 강조했다.
그는 여기에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모든 인류를 위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믿음으로써 국제 사회로부터 승인을 얻는 것을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는 치명적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저서 <회상>에서 ‘베트남전에 얻은 11가지 교훈’을 열거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천안함 사태 이후 누란의 위기에 처한 우리 국방당국자들이 한번쯤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이중 몇 개를 들면 ①적의 지정학적 의도를 잘못 파악한데다 그들의 영향을 과장했고 ②현대 과학 기술과 군사 장비의 한계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으며③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월남 사람들과 지도자들을 인식했고 ④군사행동을 하기 전에 의회와 국민들을 대규모 군사 개입에 대한 찬반 토론에 충분히 참여시키지 못했다는 점 등이다.
특히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왜 그런 일을 했는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점은 현 국방당국자들이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