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입학시즌이다. 최근 몇 년 새 초등학교 입학식장을 다니다 보면 신입생 감소가 실감난다. 폐교 위기에 처한 농어촌도 그러하지만 도시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뭉텅뭉텅 신입생이 줄어드는 현장을 접할 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평균 1.2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남아 선호사상도 줄어들어 과거처럼 아들을 낳기 위해 계속해서 출산을 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아이 낳기 운동 본부가 꾸려질 정도로 저출산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본인 역시 최근 용인에 꾸려진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의 추진위원이다. 홍보를 통해 아이 낳기 운동의 한 몫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전후의 베이비붐과 산아제한 운동이 엊그제 같은데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저출산은 경제 둔화나 자주 국방력 약화 등으로 이어져 헤쳐 나가야 할 부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출산에 따른 육아 부담이나 사교육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쉽지 않은 과제임에 분명하다.
또한 개인적 측면으로 독신선호 현상이나 만혼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 또한 저출산에 한몫을 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혼모 출산과 여성 가장이 많은 칠레에서는 ‘여성과 자녀’를 최우선 정책으로 하고 있다고 들었다. 방과 후 학교의 활성화로 캐나다에서는 사교육이 낯선 상황이라 한다. 자녀 양육과 교육비 걱정을 덜어 주는 여러 나라의 정책과 시스템을 살피고 본받아야 할 처지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아이를 잉태하는 것부터 신성하고 조심스레 여겼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보면서 숨고르기를 해볼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에 태교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한 ‘태교신기’라는 저술이 우리에게 전해오는데 이 책의 저자는 사주당 이씨라는 여성 실학인이다. 그녀의 묘가 용인 모현면에 있다. 그녀는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내 음운학자인 아들 유희의 묘 역시 모현면에 위치해 있다. 물론 이 책은 아이 많이 낳는 방법을 서술한 게 아니다. 물론 사주당 이씨보다 먼저 태교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사주당 이씨는 태교를 여성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남편과 가족이 함께 해야 할 과제로 인식시키고 있다는 점이 기존의 입장들과 다르다. 여기서 남편은 물론이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한다는 점에 주목을 하고 싶다. 몇 년 전 역사속의 경기여성을 재조명하는 심포지엄에서 본인은 이 같은 점에 착안해 사주당이씨의 태교신기를 바탕으로 한 태교원 같은 것을 자치단체가 운영해볼 것을 제안한 적이 있다.
임신한 여성은 물론이고, 남편, 더나가 미혼의 남녀라든가 청소년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해 잉태와 출산의 신성함과 고귀함, 아름다움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인간의 존귀함에까지 이르는 입체적인 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즉 개인적 태교가 아닌, 사회적 태교로 확대해 출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는 용인시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 출범식의 결의내용인 가족과 생명에 대한 가치관 회복 운동, 양성평등 문화 조성과 가족 친화적 문화 조성에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물론 허황하게 들릴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작은 변화의 씨앗을 떨어뜨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