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9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서울 강남 주민센터와 완도군

서울 강남구 도곡1동에 뮤지컬 전용극장과 실내 골프연습장, 헬스장 등 문화·체육시설이 갖춰진 총 공사비 855억원짜리 호화 주민센터(과거의 동사무소)가 들어선다 해서 온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는 도곡동 옛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터(2,812㎡)에 지하 5층, 지상 6층, 연면적 1만4,443㎡ 규모의 새 도곡1동 주민센터를 오는 12월 착공한다는 것이다. 도곡1동 주민센터에는 공사비 573억원, 설계비 24억원, 감리비 23억원 등 강남구 예산 623억3,1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는 올 2월 지하 1층, 지상 13층 규모로 개청한 울산시의 신청사 건축비 636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부지 구입비 232억원까지 합하면 도곡1동 주민센터의 전체 건립비용은 855억원에 이른다. 이 주민센터 건립예산 규모가 주민센터 건립비용 치고는 매우 엄청나다는 점은 충남 계룡시의 올 예산 890억에 거의 육박한다는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물의가 일자 서울 강남구 관계자는 “주민센터 기능도 있지만 건물 용도의 90% 이상이 주민들을 위한 문화·체육시설로 채워져 주민센터라기보다는 문화센터”라고 말했다. 그런데 강남구 관계자가 해명 차 추가한 다음과 같은 말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이 관계자는 "타워팰리스 등 대표적인 주상복합아파트들이 몰려 있는 도곡2동과 달리 도곡1동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뒤처져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어 좋은 주민센터를 지어줌으로써 이 지역의 생활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했다"는 것이다. 즉 강남구내의 지역간 균형발전을 고려했다는 셈이다.

한국에서 최고로 부자동네라는 강남구가 국비 등의 지원을 받지 않고 형편이 넉넉한 강남구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을 지역민들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기 위해 좋은 주민센터를 건립키로 한 점을 마냥 시기질투할 일 만은 아니다. 하지만 '내 돈으로 뭘 하든 말든 시비할 일은 아니다'고 그냥 넘기기에는 사안이 그리 간단한 것 같지는 않다. 정부의 감세조치, 특히 종합부동산세의 사실상 폐지 이후 가뜩이나 졸아든 예산으로 허덕이고 있는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실정과 견주어 보면 자칫 이번 경우가 빈부격차로 인한 위화감을 더욱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돼서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지방세와 세외수입, 그리고 중앙정부의 지방교부금, 국고지출금 등으로 충당한다. 지방정부의 전체 예산 중 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재정자립도라 하는데 서울 강남구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79.4%로 서울 중구, 종로구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편이다. 이는 7.2%로 전국에서 꼴찌인 전남 완도군과 견주면 실로 엄청난 격차다. 서울의 부자구의 재정자립도가 높은 것은 이들 지역에 취득세, 면허세, 등록세,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 등으로 구성된 지방세를 매길 수 있는 고소득자와 비싼 건물이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역간 격차를 보완해주는 게 중앙정부의 교부금 등인데 이 교부금의 주요 세원은 국세다. 참여정부에서 도입됐다 새 정부들어 개정된 종합부동산세도 일정부분 비수도권의 지방재정에 도움을 줬었다. 하지만 정부의 잇단 부자 감세정책과 유명무실화한 종부세제로 인해 지방교부금이 줄어드는 바람에 올해 서울과 인천 등을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지난해보다 더 낮아졌다. 행정안전부로의 ‘2009년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 현황’에 따르면 올해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3.6%로 지난해 53.9%에 비해 0.3%포인트 낮아졌다. 즉 수도권은 형편이 나아진 반면 지방은 악화한 것이다. 정부의 세제정책이 현 상태를 유지하는 한 수도권과 지방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날로 악화할 것은 뻔한 이치이다. 지역간 빈부격차는 사회의 건전한 통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할 난제중의 난제이다. 강남구의 호사스런 주민센터 건립소식에 씁쓸해할 지방민들의 시린 가슴을 서울시민과 중앙 정부가 한번 쯤 깊이 헤아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