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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우들에게 수영 등 스포츠를 통한 재활운동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지 오래다. 하지만 골프가 이들에게 판단력과 인내력 자신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레슨 프로골퍼 서지원(39·남)씨와 김 영(37·여)씨 부부가 운영하는 수지구 풍덕천동 ‘행복한 골프연습장’은 매일 오후 4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일반 손님들을 거의 받지 않는다.
서북부 장애인 복지관 소속 장애우들의 훈련 때문. 특히 최근에는 오는 11월 대구 컨트리 클럽에서 열리는 스페셜 올림픽 출전에 따른 아이들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서 씨 부부가 복지관 소속 장애 어린이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우연히 TV를 통해 스페셜 올림픽에서 골프를 치는 장애우들의 모습을 본 뒤 부터다.
서 대표는 “장애우들도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며 “그 모습을 보자마자 서북부 복지관에 연락해 골프를 강습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 대표가 장애우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다운증후군을 앓던 조카가 세상을 떠난 후. 조카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서 대표의 모습에서 장애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장애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레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큰 효과는 기대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와 중심이동, 자세 등 정교함이 필수적인 골프의 특성 때문.
서 대표는 “(아이들이)신체적 어려움 탓에 많은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한 번 익힌 것은 절대 잊지 않는 재능이 있다”며 “이제는 아이들에게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반인에 비해 4~5배 이상의 시간동안 반복과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아이들의 실력향상을 보며 또 다른 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의 진로와 관련된 욕심이다. 3년 여 간 아이들을 지도하다보니 똑 같은 부모마음이 된 것이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 사회활동이 어려워 집에 있어야 하는 아이들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부모마음을 공감하게 된 것.
당초 아이들의 취미나 놀이 정도로 생각했던 장애우 학부모들도 이제는 열성적이다.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보이기 때문. 골프를 통해 언어능력과 사회성은 물론 경쟁심과 성취감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넉넉지 못한 재정 상황과 장애우에 대한 편견은 서 대표를 비롯한 학부모들의 희망에 늘 걸림돌이다
진학과 취업을 위해서는 대회 입상성적 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라운딩이 절대적이지만 현실은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서 대표 부부가 운영 중인 실내 연습장도 장애우들에 대한 할애 시간이 많아지자 일반 회원이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 지역 내 몇몇 골프장에 할인과 부킹 등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묵묵부답이다.
결국 할인 등 혜택 없이 가뭄에 콩 나듯 나가는 라운딩이 전부. 하지만 필드에 다녀온 아이들은 실력이 부쩍 늘어난다.
서 대표는 “드라이브 소리가 무서워 제대로 된 스윙을 못하던 아이도 라운딩을 다녀오면 자신감 있는 스윙이 가능해 진다”며 지역사회의 지원을 아쉬워했다.
이어 “훈련 공간 확보와 지원이 가능하다면 더 많은 장애우들이 골프를 통해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봉사하고 싶다”며 “수업을 진행하며 느낀 아이들의 순수함과 열정이 사회의 편견과 외면으로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