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이재명 대통령이 ‘AI 시대의 고속도로 구축’을 천명하며 AI 강국 도약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운 가운데, 그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특히 삼성과 SK의 대규모 반도체 생산 기지가 집결해 ‘세계 최대 반도체 도시’로 변모 중인 용인시는 데이터센터의 필수성이 그 어느 지역보다 높지만,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민들의 오해에 따른 ‘님비(NIMBY)’ 현상으로 인해 건설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비롯한 세계적 AI기업들이 대규모 한국 투자를 결정하며 용인시가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른 지금, 데이터센터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AI 허브로 발돋움할 기회를 심층 분석한다.
■ AI 시대 필수 인프라 ‘데이터센터’ 필요성
인공지능(AI)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핵심 인프라, 데이터센터(Data Center)의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디지털 시대의 심장’은 막대한 에너지 소비, 환경영향, 지역주민들의 ‘님비(NIMBY)’ 현상이라는 세 가지 큰 쟁점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고 AI 모델을 가동하는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인 것.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데이터센터 확충은 국가 AI 경쟁력의 근간이 된 것이다. .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수요는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최대 22%씩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은 IT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5426개), 중국(449개) 등에 비해 데이터센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데이터센터 불모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특히 AI 특화 설비를 갖춘 센터는 전무한 실정이다. 용인시의 경우 처인구 이동·남사읍의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원삼면의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 거점이 된다.
반도체 산업 활성화는 결국 AI 산업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고성능 AI 반도체를 구동하고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데이터센터는 용인시 반도체 생태계의 생존 과제인 셈이다.
■ ‘전자파 괴물’ 오해와 진실
데이터센터 건설은 많은 지역에서 주민 반대, 즉 님비(NIMBY) 현상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주로 전자파 유해성, 소음, 열 배출 등을 우려하며 데이터센터를 혐오 시설로 인식하고 있다. 용인시 역시 지난 2019년 네이버 데이터센터(공세동) 건설이 무산되었고, 최근 기흥구 고매동의 GS그룹 계열사 데이터센터 추진도 주민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가장 큰 오해는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다. 전자파는 인체에 매우 유해하지만,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보호 기준치보다 훨씬 낮다.
과기정통부는 데이터센터 주변 전자파 세기는 인체보호 기준(ICNIRP)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일반 가정의 전자레인지 1m 거리 측정값과 유사하다고 발표했다.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고압선(154㎸, 22.9㎸급)의 전자파가 병원이나 쇼핑몰에서도 사용된다고 밝혔다.
또 주민들이 우려하는 소음과 열섬 현상이나 막대한 전력 사용에 따른 블랙아웃 우려 역시 실제로는 기술과 설계로 관리된다.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냉각 소음 및 열 배출은 환경 기준치 이내로 관리되며, 전력 사용 역시 일반 상업단지 수준의 전력을 사용하는데다 엄격한 전력 계통 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하므로 무분별한 전력 독식에 따른 블랙아웃 등이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용인시는 과거 네이버 사례와 현재 고매동 GS 계열사 사례에서 보듯, 데이터센터가 필수 첨단 시설이 아닌 ‘혐오 시설’로 인식되는 벽에 막혀 있다.
특히 기흥구 주민들은 고압선 전자파, 리튬 배터리 화재 위험성, 디젤 발전기 대기 오염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허가 반대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AI산업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데이터센터가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안전하다는 점을 시가 앞장서서 입증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 아마존 웹서비스 등 AI기업 ‘투자 적임지’
무엇보다 용인시의 경우 글로벌 AI 투자 유치의 최적지라는 분석이다. APEC 정상회의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맷 가먼 대표는 오는 2031년까지 경기·인천 일대에 신규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총 50억 달러(약 7조 원) 이상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신규(그린필드) 투자다.
이 같은 투자는 세계 반도체 중심 도시로 도약 중인 용인시가 데이터센터 유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설계, 제조, 후공정 모든 단계가 AI 기술과 결합되고 있으며, 이 모든 과정은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통해 관리되기 때문이다.
AWS는 이미 기흥구 구성동에 국내 마더 센터를 운영 중이며, 최근 준공된 죽전동 퍼시픽 데이터센터에도 입주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AWS는 최근 몇 년간 고양시와 인천광역시 등에 데이터센터를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로 건설이 무산되면서 ‘대한민국 투자 철회’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추가 투자 결정을 통해 기존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반도체 생태계와의 연계성이 높은 용인시가 유력한 투자 후보지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용인, ‘아시아 AI 허브’ 발돋움 기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거점이 들어서는 용인시는 세계 최대규모의 반도체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용인시의 미래는 반도체이며, 반도체의 미래는 AI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 차원의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AWS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용인시가 세계적인 반도체 도시를 넘어 아시아의 AI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통령실 산하에 AI미래기획수석이 임명되는 등 국가 차원의 AI 산업 육성 의지가 강한 만큼, 시 차원에서 인허가 등을 신속하게 지원해 투자 유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지적이다.
용인시가 AI 시대를 선도하고 100년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오해와 갈등을 극복하고, 글로벌 AI 기업들의 투자를 현실화하는 과감한 결단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지구 죽전동에 건설된 퍼시픽 데이터센터. 이곳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카카오 등이 입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