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龍仁) 지나는 길에
민영
저 산벚꽃 핀 등성이에
지친 몸을 쉴까
두고 온 고향 생각에
고개 젓는다.
도피안사(到彼岸寺)에 무리지던
연분홍빛 꽃너울.
먹어도 허기지던
삼춘(三春) 한나절.
밸에 역겨운
가구가락(可口可樂) 물 냄새.
구국구국 울어대는
멧비둘기 소리.
산벚꽃 진 등성이에
뼈를 묻을까.
소태같이 쓴 입술에
풀잎 씹힌다.
(시집 용인 지나는 길에 , 1977)
약력: 1934~2025년
강원 철원 출생
1959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1991년 제6회 만해문학상 수상
시집 《용인 지나는 길에》 외 다수
전 한국작가회의(고문), 전 민족문화작가회의(고문)
※ 지난달 17일 별세(향년 91세)한 시인은 ‘용인공원’에 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