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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가꾸기ㅣ안영선

텃밭 가꾸기

                           안영선

 

 

그것은 숭엄한 장례일지도 모른다

 

생기 잃은 영혼을 위한 정갈한 의식

봉분마다 하관을 준비하는 땅이 열리고

무심하게 던져진 영혼 위에 뿌려진 흙은 묵언 중이다

 

틈틈이 영혼의 숨결을 살피러 온 고라니 사이

꽃마리, 강아지풀, 쇠비름, 쇠뜨기, 민들레, 명아주, 방동사니, 들깨풀, 중대가리풀, 개비름, 닭의장풀, 개망초, 질경이, 조뱅이, 뽀리뱅이……

애꿎은 것들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땅속에서 문드러진 씨감자는

자신의 낡은 육신을 다 내놓고서야

비로소 지상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한참의 시간을 흘린 불면의 궤적

지상을 뚫고 나오는 저 연록의 생을

환생이라 불러도 될까

 

 

 

안영선|2013년 《문학의오늘》로 등단. 시집으로 『춘몽은 더 독한 계절이다』, 산문집으로 『살아 있는 문학여행 답사기』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