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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붓을 그리워하는 세상에서

 

 

용인신문 | 저자 구한나리. 그는 수학교사이지만 글을 더 열심히 쓰는 것으로 보인다. 환상문학 웹진 《거울》(mirrorzine.kr)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오래 전 발표해 큰 상을 탔던 소설 『아홉 개의 붓』은 요즘 세태에 필요한 판타지 소설이기도 하다. 신분은 낮지만 세상을 다정함으로 보듬어줄 영웅, 깊은 슬픔과 분노를 위로해 주는 영웅, 희망을 꿈꾸게 해 주는 영웅이 소설 안에 유려한 우리말과 함께 녹아 있다.

 

희망을 찾아 떠나는 최초의 인물은 아홉 개의 붓과 그 붓의 주인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갈이라는 소녀이다. 이 붓은 세상을 조화롭게 해 줄 물건으로 대대로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다룰 수 있는 주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갈이 만든 것은 그림을 그리는 붓이었지만 이후 등장하는 물건들은 ‘붓’이라 부르는 피리나 도기, 비파와 같은 악기와 같은 물건들이다. 붓의 주인이 갖는 마음새에 따라 붓이 세계를 구할 수도 있고 오용되어 인간에게 해로 돌아올 수도 있다. 갈이와 일행의 여행이 세계를 구하는 희망의 여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목적이 ‘조화’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홉 개의 붓』은 출간한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순우리말이 신선한 소설이다. 신비한 능력을 가진 기물을 ‘붓’이라 표현한 것도, 넋업사니, 숲지붕, 숲그리매, 싸울아비 같은 어휘들이 낯설면서도 정겹다. 토속적인 멋을 드러나내는 판타지적 요소도 이 작품을 읽는 맛을 더한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갖춘 세계에 대한 희망이 독자를 즐겁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