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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횡재, 비명횡사(親明橫財, 非明橫死)

김민철(칼럼리스트)

 

용인신문 | 민주당 공천파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듣도 보도 못한 신종 사자성어(四字成語)가 유행이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난 직후 민주당 후보가 17.19%p 차이로 압승을 거두었다. 당시만 해도 제22대 총선 수도권 선거에서 민주당이 절대적인 우세를 점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야당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이 22대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은 100석을 확보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민주당은 압승을 자신했다. 하지만 총선이 40여 일 남은 현재 수도권 민심은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흐름이 뚜렷하다. 민주당 공천이 이재명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비명계 학살로 나타나자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아직 총선이 40여 일 남았지만 수도권 참패를 걱정하던 국민의힘은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가 가동되면서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순조로운 공천작업을 벌였고 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서울에서 여론조사 수치상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다는 조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여론조사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수도권 여론이 국민의힘이 해볼 만한 것으로 바뀐 것은 확실하다. 특히 비명계 박용진(서울 강북을) 의원이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에 포함되어 ╺30%의 패널티를 감수하고 경선을 하게 된 것은 친명횡재, 비명횡사가 빈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했다. 박용진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에 비판적이었고 이재명 대표의 잠재적인 경쟁자였다. 객관적인 의정활동이 민주당 의원 중 상위 10%에 포함된다는 통계가 뒷받침하듯이 박용진 의원에 대한 일반 국민의 호감도는 높은 편이다.

 

박용진 의원이 경선에 참여하면 30% 이상을 차점자보다 더 득표해야 경선의 관문을 넘을 수 있다. 이는 100m 육상경기에서 다른 선수들이 30m 지점을 통과할 때 출발하는 것과도 같다. 한동훈 비대위가 들어서고 국민의힘은 특별히 잘한 것은 없지만 민주당이 너무 못하여 반사이익을 취하고 있다. 여론은 수시로 변하지만 민주당이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프레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총선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지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목표는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보여주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을 보면 차기 대선은 고사하고 총선 과반 승리도 불투명하다. 만약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이재명 대표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당장 총선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의 주도권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정권심판론에 동조했던 여론은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정권심판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친명계에 대한 심판으로 기류가 바뀔 수도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의 여론조사 지표를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믿고 싶겠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일단 국민의힘이 해볼만 한 판세가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대 선거를 보면 공천잡음과 당내 갈등이 극심했던 정당이 승리한 경우는 없었다. 대표적인 선거가 2016년 제20대 총선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몰아내고 공천에서도 탈락시켰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옥새파동(玉璽波動)을 겪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뒤진 원내 2당으로 전락했다.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파동은 20대 총선 직전 새누리당의 상황과 판박이다. 이재명 대표는 20대 총선 새누리당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잘못된 공천을 바로 잡아야 한다.

 

친명횡재, 비명횡사가 선거의 쟁점이 된다면 민주당의 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당의 공천파동은 국민이 보기에 전혀 상식적이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면 31명의 현역의원 물갈이 대상에서 28명이 비명계라는 보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명횡사(非明橫死)라는 언론의 비판은 수도권 민심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재명 대표는 눈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하여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