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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의 ‘용인 르네상스’로 가는 길

김종성(소설가, 전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교수)

 

용인신문 | 지난해 출간된 『언론으로 본 용인 30년』은 1992년부터 2022년까지 <용인신문>에 게재되었던 기사들을 모아 편집한 책으로 용인특례시가 변모해 온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국배판 696쪽 두께가 중량감을 더해 주는 『언론으로 본 용인 30년』의 책머리에 용인특례시 이상일 시장의 축사가 실려 있어 흥미를 끈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페르디난트 퇴니스(Ferdinand Tonnies)는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 Gemeinschaft und Gesellschaft)』(1887년)에서 인간의 사회를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사프트로 구별하였다. 자생적 의지(Wesenwille)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게마인샤프트는 대인관계가 전통사회의 풍습에 따라 정해지고 규제되며, 본래 의식적인 기도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공동사회로 농촌사회가 그 예이다. 그리고 합리적 의지(Küwille)로 이루어지는 게젤사프트는 고립되어서는 꼭 알맞은 이익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서 결합하게 된 개개인들의 본질적인 계약관계로 이루어진 사회인 이익사회로 대규모 산업 조직이 그 예이다.

 

이제 용인특례시는 대변혁이라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 그리고 원삼면은 반도체 산업단지로 변모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동읍을 비롯한 처인구의 농촌 지역이 반도체 산업단지로 변모함에 따라 처인구 농촌 지역의 사회적 성격이 공동사회에서 이익사회로 변모해 가는 양상을 띄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게젤사프트의 성격이 짙은 산업화는 게마인샤프트의 성격이 짙은 농촌사회의 몰락을 가져오고 고향이라는 이름의 장소 상실을 불러오게 된다. 용인특례시는 이동읍·남사읍 일대와 원삼면 일대에 뿌리박고 살던 농민들의 장소 상실을 치유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토지와 가옥 등의 물질 상실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제대로 해야겠지만, 고향이라는 이름의 장소 상실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해야 한다.

 

이상일 시장은 취임하면서 시정 캐치프레이즈로 ‘용인 르네상스’를 내세웠다. 14~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문화 운동인 르네상스(Renaissance)의 시작은 인문주의 운동이었다. 그 반면에 이상일 시장이 주창한 ‘용인 르네상스’의 시작은 반도체 산업단지 건설이었다. 급속한 산업화는 응집적인 농민의 가치관을 와해시키고 급기야는 농민들을 산업화 사회에서 소외시켰다. 반도체 산업단지 건설로 처인구 농민들을 비롯한 용인특례시 시민들과 생태 환경이 받게 될 영향에 대해 용인특례시는 심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려 현종 이후 역사에 등장하는 처인(處仁)이라는 이름을 이어받은 처인구는 진화·김윤후·유형원·정몽주·허난설헌·허균·유희·이사주당 같은 역사 인물들의 살아생전 삶의 터전이기도 하고, 죽어 자리잡은 터전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책으로 펴내 초·중·고등학생을 비롯한 용인특례시민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여 용인특례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반도체 산업단지 건설로 삶의 터전과 고향을 잃어버리게 된 농민들의 이주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할 것은 물론 장소 상실로 인한 농민들의 소외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마을비(碑)’ 등을 세워 고향을 기억하게 하는 방안도 세워야 할 것이다.

 

한편 농민들의 이주 대책 못지않게 이동읍·남사읍 일대와 원삼면 일대의 생태 환경 대책도 빈틈없이 세워야 한다. 반도체 공장 가동에 따른 교통 혼잡 문제 해결을 위해 도로와 전철을 건설해야 하며, 통신선로와 송전선로는 지중화해야 한다. 수질오염 및 대기오염 대책을 세워야 하며, 소음과 비산먼지, 그리고 악취 저감 대책으로 주택가와 반도체 공장 사이에 도시 숲을 조성하는 등 환경문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것을 차질 없이 실행할 때 ‘용인 르네상스’가 진정한 의미의 ‘용인 르네상스’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