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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의 심층을 상징으로 구축한 이야기

 

 

[용인신문] 불확실하고, 상대에 따라 견고함이나 형상을 달리하는 벽(684쪽). 지독히도 관계를, 인간의 내면을 상징하는 언어와 사건으로 엮은 소설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다. ‘나’와 ‘너’가 대화 속에서 구축한 도시는 형상이 있으나 표현할 수 없으며, 아무나 드나들지 못하고, 그곳에 갈 때는 그림자를 버리고 들어가야 한다.

 

특별한 사건보다는 인물의 심층적인 내면을 느린 속도로 세밀히 탐색해 나가는 과정이 중심 서사이다. 깊은 탐색 과정으로 인해 작가의 다른 소설보다 고요한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벽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10대의 강렬한 만남은 한 남자를 40대 중반이 되도록 정처를 찾지 못하게 만들고, 그 공허를 해소하지 못한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벽 안에 도착한다. 벽 안에서의 삶에서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한 남자는 또 어느 순간에 벽 바깥에 있음을 감지한다. 소설은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현실과 비현실을 오버랩시키며 독자를 혼돈에 빠지게 만든다.

 

뉴스에 등장하는 전쟁 혹은 정쟁, 범죄, 사건과 사고 등의 범람은 저마다의 사람들이 견고한 성을 짓게 만들고 그 속으로 침잠하게 만든다. 주인공이 벽에 들고 나는 방법을 모르는 것처럼 현실 속 사람들도 견고한 벽 안에서 의미를 모르는 이런저런 시간을 그저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시기이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그래서 ‘불확실’에 더 큰 방점을 찍는다. 불확실해서 인간은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그 때문에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그 불확실함은 인간에게 희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