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2 (금)

  • 맑음동두천 26.0℃
  • 구름많음강릉 28.0℃
  • 구름많음서울 24.5℃
  • 맑음대전 25.8℃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2.5℃
  • 맑음광주 25.0℃
  • 구름조금부산 21.0℃
  • 맑음고창 25.3℃
  • 구름조금제주 18.9℃
  • 구름조금강화 22.5℃
  • 맑음보은 25.4℃
  • 맑음금산 26.8℃
  • 맑음강진군 22.8℃
  • 맑음경주시 28.3℃
  • 맑음거제 21.0℃
기상청 제공

[용인신문]공복ㅣ최은진

공복

     최은진 

 

 

속이 텅 빈 순간에 알았다

하루가 이 삶보다 더 길다는 걸

 

쓰레기통에서 건져 올린

짜투리 얌의 황홀한 맛이

침묵으로 가는 길 열어줘

부끄러움을 잊게 했다

 

갓난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을

마른 손으로 쓸어내리며

네 허기는 신선해서 아직 촉촉하구나

갓 태어난 공복 앞에서 알았다

이 삶이 너무 길다는 걸

 

실컷 울고 나면 더 허기가 졌다

폭식 후 밀려오는 헛헛함처럼

 

울음조차 아껴 먹어야 했다

눈물에도 맛이 있단 건

비밀이 되었다

 

공복이 길어질수록

뱃 속 어둠은 깊어졌다

 

 

약력: <서정시학>2019년 등단

       용인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