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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경제

한우 보살피는 ‘소 엄마’… 이장일로 동분서주

파워 여성농업경영인을 찾아 _ 박종례 노동마을 영농회장

박종례 이장이 축사에 들어오면 소들이 엄마를 맞이하는 듯한 표정으로 모여든다

 

남양주서 시집와 백암면에 첫발
그동안 똑순이 농부로 동분서주
한여농 시연합회장·道 부회장 역임

 

[용인신문] “복합영농을 운영하는 농가에서 쌀농사를 짓는 남편과 ‘선원농장’에서 한우를 키우는 두 아들에게 도움 주며 집안일을 보필하고 있습니다. 선원농장의 ‘선원’은 아들 형제의 이름에서 한자씩 땄고 지금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두 아들이 출퇴근하면서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마침표가 없는 농업·축산업 일이라 항상 바쁘지만 직접 매달려서 일할 때보다는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그 여유를 영농회장이란 직함으로 마을을 돌보고 있습니다. 이장을 이곳에서는 영농회장이라고도 칭합니다.”

 

남양주에서 결혼과 함께 백암면 농가에 첫발을 들인 박종례씨. 당시 주가 쌀농사인 농가였기에 일하는 소가 전부로 축산농가는 아니었다. 이후 한우가 점점 늘면서 축산농가가 됐고 남편이 한우람 용인백옥한우 연구회장을 지냈다.

 

박종례 근삼 1리 이장은 당시 복합영농 농가에서 수도 작, 전작, 축산까지 아우르는 일을 하며 지인이 ‘소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축산에 비중을 두고 일했다.

 

지금은 소 경매장 송아지를 구매해서 숫자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당시는 축산농가에서 직접 번식시키는 방법이었다. 출산을 돕고 애기소 때부터 애지중지 키우다 보니 송아지를 판매할 때는 송아지도 소 엄마도 눈물을 글썽였다. 이를 본 이웃이 안타까움에 소 엄마를 달랬다.

 

박 이장은 “태어날 때부터 자라는 동안 정붙여 헤어짐이 안타까운데 팔려 가는 송아지 눈을 보니 눈물이 맺혀 있더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며 “이웃이 “소는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면 그게 행복이야”란 말을 듣고 그 말에 적응하려 노력하다 보니 조금씩 정을 떼기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런 열정으로 박 이장은 한국여성농업인(한여농) 용인시연합회 백암면 회장을 맡았고 제4대 한여농 용인시연합회장을 역임했으며 한여농 경기도연합회 부회장을 지냈다.

 

특히 용인시 회장 임기 중이던 2006년에는 ‘경기도 여성농업인 대회’를 용인시에 유치해 한여농 2000여 명 회원뿐만 아니라 경기도에 용인시 농업을 알리는 큰 업적을 남겼다.

 

당시 “집에서 해야 하는 잔일들이 많은데 바깥일을 하는 것이 식구들에게 미안했지만 용인시 농업인의 위상을 높이고 권익 보호에 앞장서며 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며 “그러나 농업의 실질 소득이 회원들의 가계에 안정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도 컸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여성농업인들이 자기 발전을 할 수 있는 영농 및 현장 체험교육은 물론 주말농장을 경영하는 방법 등 상·하반기로 10회 이상의 교육도 진행했을 정도로 한여농 회원들에게 열정을 보였었다. 물론 열정적으로 일한 만큼 휩쓸었다는 표현이 어울리게 각종 표창장 수상 경력도 쌓였을 정도다.

 

이젠 복합영농을 운영하는 가정에서 모두에게 보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4년 전인가? 노동마을 영농회장에 추대됐다. 백암면 근삼1리 이장일이다. 가정에는 살짝 눈치 보이지만 맡은바 대충하는 성격이 아니다. 동네 일이니까 집 근처지만 또 밖으로 다닌다.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됐다. 지난해부터 동네 어르신들 건강관리를 위해 내 건강을 이용하기로 했다. 둘레길을 만들고 어르신 건강 걷기를 시작했다. 걷고 나면 마을회관에 식사 자리도 마련했다. 약 30명 정도 참여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치매 예방을 위한 취미 교실도 운영한다. 손뜨개질, 친환경천연비누만들기, 바구니공예품만들기, 등안마기만들기 등. 당신이 직접 오시는 어르신이 있고 모셔야 하는 어르신도 있다. 힘들지만 즐겁다.

 

박 이장은 “요즘은 동네 어르신들과 어울리면서 나만의 즐거움도 찾고 있다”며 “즐거우면 곧 행복이란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