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가기 전 미평리란 마을 안에 약사여래상이 있습니다. 20여년 전 대학교 때 멋 모르고 갔을 때는 참 못생긴 부처가 여기 있구나 했었습니다. 다시 찾아간 그 곳에는 까치가 둥지를 틀고 있었고, 그 때에는 느끼지 못한 텁텁하고 푸근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한쪽 손에 약병을 들고 미소 짓는 여래의 마음에 닿게 되면, 모든 상처와 아픔을 내어놓고 엉엉 울고만 싶어집니다. 종교를 넘어 한 없이 크고 넓게만 보이는 미소 였습니다.
고림초등학교 3학년 민윤지 학생에게 벌써 2년 전이구나. 너의 그림을 본지. 어느 학생 공모전에서 우연히 본 그림은 단숨에 소로우가 그린 어느 오두막으로 데려갔구나. 집이 모두 비춰지는 호수와 손으로 애써 지은 듯한 붉은 집, 거칠고 자유분방한 푸른 나무들. 그림을 볼 때 마다 마음이 맑아지고 편안해졌다. 그래 내가 살고 싶은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예술은 이렇듯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오랫동안 기억되는 거란다. 부디 자유롭고 순수한 마음 꼭 간직해서 훗날 전시회장에서 만나게 되길 기대해 봐도 되겠지.
어느 사회든 위기의 국면을 맞이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원로(元老)부재론이다. 국가도 중차대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면 대통령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계의 각급 원로들을 찾아가거나 정중하게 초청해서 지혜와 해법을 구하곤 한다. 그만큼 원로라는 존재는 고대 이래로부터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로마시대 공화정은 아예 원로원이 있었다. 원로원은 집정관의 자문기관이었다. 원로원 의원들은 회계 검사관을 지냈던 인물이거나 평민이라도 호민관을 맡은 경력이 있었다면 위촉했다. 물론 세습으로 인한 신분 상승은 안됐지만 의원들은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실천한 사람들로 보면 된다. 이들은 싸움터로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고, 그곳에서 전사하는 사람도 많았다. 노쇠해 졌을 때는 스스로 물러났지만, 신분 자체는 종신이었다. 그만큼 원로는 원로다워야 한 사회에서 어른으로 존중받고 끝까지 대접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고대 이야기임에도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최근까지도 권력 쟁취를 위해서는 전직 대통령까지 부관참시 하는 불행한 나라다. 안타깝게도 전 국민의 반 이상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 한사람도 없다.
살풀이는 우리 문화의 근원, 한에 대한 정서를 느끼게 해준다. 어느 고택에서 우연히 보고는 한동안 춤에 빠져 넋을 잃고 보았다. 춤이 끝난 후 감사했다는 말을 하다 보니 일본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풀이춤이 좋아 이곳까지 와서 배운 일본인. 세계화와 한국문화의 우수성에 뿌듯하기도 하였지만 집에 오며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밀려왔다.
『열자(列子)』「설부(說符篇)」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춘추시대 말기 송나라의 착한 사람 집에 검은 암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흰 송아지다(黑牛生白犢). 놀란 착한 사람은 공자께 까닭을 물으니 공자 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니 흰 송아지를 하늘에 제사 지내면 됩니다. 그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 착한 집 아버지는 눈이 먼다. 그런데 그 착한집의 검은 암소가 또 흰 송아지를 낳았다. 착한집의 부자(父子)는 이일을 공자께 다시 묻는다. 착한 아들은 아버지의 그러한 일이 마뜩치 않아 여쭙길 지난번에도 그분께 물어봤다가 아버지 눈만 멀었는데 왜 또 그런 분께 물으려 하십니까. 착한 아버지 왈 어찌 말이 그리도 경망스러우신가. 본시 성인의 말씀은 처음에는 어긋나는 것 같다가도 살다보면 다 그 말이 맞는 법이지. 그렇게 해서 공자께 또 물으니 공자 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니 흰 송아지를 하늘에 제사지내면 됩니다. 그리고 1년 뒤에 이번엔 착한 아들 눈이 먼다. 뭐 저런 인간이 성인이냐라며 공자를 원망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눈먼 아들을 달래지만 아버지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힘겨운 나날을 살아내고 있다. 그런데 강대국 초나라가 송나라를 쳐들어와 큰 전쟁이 벌어진다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49 녹턴 김혜선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피아노를 치네 스물세 명, 할배 할매 늙은 개 두어 마리 왔다 갔다 하는 섬마을 폐교 운동장에서 하릴없던 양귀비꽃이 변소 벼르박에 그린 노란 눈 염소가 말라가던 미역이 귀를 세우고 쇼팽을 듣네 마요르카 섬을 울리는 바람소리 상드의 치맛자락에 스치는 밤공기 찻물은 끓어 넘치고 올리브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쇼팽이 듣네 달빛이 밤바다에 물수제비를 뜨면 날아가 낯선 별, 내 지하방 천장에 박혔네 누워도 누워도 낮은 방은 감귤처럼 뭉그러져 꿈속까지 얼룩은 번지는 지하방은 아편 먹은 유령선처럼 떠돌고 나는 떨어진 별이 굴러다니는 소리를 들었네 올리브 잎에 떨어진 빗방울이 피아노 위를 구르네 꾸덕꾸덕 폐교처럼 말라가던 작은 섬이 귀를 열고 가만히 시간의 결이 멈추는 풍경을 듣고 있네 음악은 나를 아주 먼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물론, 그 먼 곳에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알아서 할 일이었지만, 적어도 음악만큼은 술집 주인처럼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려 하지 않았다. 음악을 모르고 늙어간다면, 그것만큼 불쌍한 일은 없을 것이다. 당신이 음악을 듣는 동안 시간은 멈출 것이며, 음악은 그 누구도 들
주폐경기(폐경으로 가는 1년여의 기간) 또는 폐경기에 나타나는 증상들은 많지만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안면홍조, 발한, 불면증, 전신통이 있다. 불안감이나 우울감, 기억력 감퇴가 나타나기도 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뇨생식기 위축, 질건조증, 성교통, 성욕감퇴, 피부노화 등이 서서히 나타난다. 개인에 따라 불편 없이 생활하기도 하지만 매우 심한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이 경우 호르몬 보조요법을 통한 제 증상의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폐경 여성에서 호르몬 요법의 목적은 폐경 후 여성 호르몬 감소로 인한 상기 증상들을 경감시키기 위해 에스트로겐 호르몬 또는 에스트로겐 유사제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틀리지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호르몬 보조요법의 효과는 매우 좋은 것으로 발표되고 있으며, 또 주변에서 좋은 효과를 경험한다. 하지만 호르몬 보조요법도 약을 투여하는 과정이므로 투여하면 안 되는 금기증이나 충분한 상담 후 시도해야 하는 위험증이 있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폐경 후 증후군을 호소하는 여성에서만 호르몬 요법의 득과 실을 설명한 후 호르몬요법을 시작할 수 있다. 유방암 또는 자궁내막암이 의심되거나 진단받고 치료중인 자,
광해군 10년(1618) 8월, 반역의 주모자로 몰린 허균은 두 팔과 두 다리 머리와 몸통이 6개 조각으로 찢기는 능지처참을 당했다. 일곱 차례나 관직에서 쫓겨난 앞뒤 사정을 살펴보면 허균은 더욱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다. 1589년 누이 허난설헌이 죽은 슬픔을 딛고 생원 시험에 합격한 허균은 임진왜란이 끝나고 질서가 회복되면서 실시된 1594년의 과거 시험에서 을과로 급제했다. 평소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방탕자라는 비난을 받아 온 탓으로 관직 임용이 늦어졌다. 형의 도움으로 1597년 황해도 도사(종5품, 오늘날의 부도지사)에 임명되었다. 허균은 서울의 기생들을 임지로 데려가 별장을 짓고 데리고 놀았다는 이유로 곧 파면되었다. 해직되어 서울로 돌아온 그는 이듬해인 1598년 보란듯이 문과 중시(문과 급제자들을 대상으로 10년마다 시행하던 시험)에 장원 급제해 조정의 중요 문서를 다루는 관리로 임용되었다. 그러나 일년도 못가 방탕한 생활로 다시 해직되었다. 1601년 다시 복직되었으나 2년 만에 양반의 품위를 손상한 자로 탄핵받아 관직을 박탈당했다. 예조 판서가 된 형의 도움으로 1604년 다시 복직되어 황해도 수안 군수와 성균관 전적(교관)을 거쳤다. 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