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이름도 시인 앞에 오면 한갓 낱말에 불과하다. 21세기 지성사에서 가장 중요한 코드는 글쓰기다. 그 중심에 시(詩)가 있다. 공자는 시 삼백 편을 한마디로 사무사(思無邪)라했다(子曰, 詩三百에 一言以蔽之하니 曰 思無邪 論語 爲政). 人口에 회자되는 문장을 경책(警策)이라 하는데 시인에게 있어서 자신이 지은 시가 사람들 입에 외워진다는 것은 큰 영광이다. 더 이상 인간세계는 읽을 만한 시가 없다며 오직 달만 바라봤던 그 오만의 절정에 이른 시인 이태백이 가장 존경했던 인물이 맹호연이다. 그는 당나라 양주(襄州) 양양(襄陽)의 소지주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이름은 알려진바 없고 자(字)를 호연(浩然)이라 하고, 양양 남문 밖에 산다하여 맹양양(孟襄陽)으로 불린다. 스스로를 맹자의 후손이라 했으며 일찍이 녹문산(鹿門山)에 은거하여 공부에 힘써 불혹에 이르러 장안(長安)으로 올라와 과거를 봤으나 번번히 낙방한다. 겨우 먼저 등과한 벗들의 추천으로 늘그막에 미관말직을 얻는다. 결국은 이마저도 굴욕적이라며 은둔하여 시를 쓴다. 그의 시 숙건덕강(宿建德江)에서 야광천저수(野曠 天低樹) 강청월구인(江淸月近人) 대구(對句)를 이태백은 무릎을 꿇고 읽었다 한다. 이 대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3 볼록볼록 신현정 과연 이 시각 안내견을 앞장세워 맹인 하나 어김없이 지나가는 이 시각 이 길을 발 디딜 때마다 해가 볼록볼록 달이 볼록볼록 별들이 볼록볼록 그리고 꽃송아리들이 볼록볼록 올라오는 보도블록으로 교체해주셨으면 하고 존경하는 시장님 갓 구워낸 말랑말랑한 빵도 한 번쯤은 밟고 지나가게 해주셨으면 하고 시장님. 당신께 드리고픈 새해 ‘새마음’. 언제나 ‘길’은 ‘나아감’을 떠올리게 하지요. 우리가 마주하게 될 풍경이 여기 있습니다. “이 시각 안내견을 앞장세워// 맹인 하나 어김없이 지나가는 이 시각 이 길을” 바라보아요. 만약 “발 디딜 때마다 해가 볼록볼록// 달이 볼록볼록// 별들이 볼록볼록” 떠오른다면 어떨까요. 마침내 “꽃송아리들”까지 “볼록볼록 올라오는// 보도블록”이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길’을 나서는 일이 두렵지 않을 거예요. 시장님, 아니 그보다 높으신 이름들이여! “갓 구워낸 말랑말랑한 빵도 한 번쯤은 밟고 지나가게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리나요. ‘마음의 사회학’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사회의 표정은 곧 구성원들의 ‘마음’이기 때문이지요. “갓 구워낸 말랑말랑한 빵”냄새의 시간을
지사장 김완수 2014년 갑오년 청마의 해가 밝은지가 엊그제 같은데 며칠 있으면 우리 고유의 최대 명절인 설이 다가온다. 어릴 적 연로하신 집안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세배를 드렸었는데 벌써 건강을 걱정하고 노후를 준비해야 되는 나이가 되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노후준비 상담을 받는 4050대 대부분은 요즈음 평균수명 100세 시대라는 말에 공감한다. 1956년도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42세였으며 1970년대 초만 해도 70세가 채 못 되었다. 하지만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우리나라 현재 평균수명은 80세를 넘어섰다. 수명의 증가만을 본다면 인류의 최대 염원을 이룬 축복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노인인구 증가와 출산율 감소는 필연적으로 생산인구의 감소를 가져왔다. 결국 노인 1명을 부양하기 위한 생산가능 인구 1인당 조세 부담률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인구구조는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설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준비를 제때 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노인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국가적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병원이 있다. 용인서울병원에 가면 이제남 이사장이 현관에 서서 90도 각도로 인사를 해서가 아니다. 말쑥해 보이고 냉정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늘 사투리를 써가면서 드나드는 사람들과 친근하게 말을 섞고, 이것저것 챙겨주느라 분주하게 오가는 그가 정겹기 때문이다. 돈은 없고 병원비가 많이 나와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 가족이 있으면 병원비를 깎아주라고 참견하지를 않나, 그냥 가고 나중에 갚으라고 말하지를 않나, 직원의 입장에서는 사실 받아들이기 곤란한 이야기임에도 병원 주인은 언제나 힘없고 가난한 환자의 뒤에 서서 가장 든든한 빽임을 자처하고 자신의 뜻대로 관철시키고 있으니 환자와 병원에 웃음꽃이 피는 이유다. 마을 사랑방 같은 병원 분위기-10년 넘도록 환자의 문지기 자처 가만 보면, 서울병원에는 환자와 그 가족만 드나드는 것이 아니다. 환자를 태우고 온 택시기사며 간혹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주민들까지 로비 안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자판기에서 무료 커피 한잔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식당에 가서 공짜 점심으로 마음을 덥히기도 한다. 공짜 커피 마시러 들어가면 어딘지 눈치가 보일만도 하지만 이 이사장은 아예 그런 택시기사들
사주명리로 본 갑오년 - 청마의 해 ▲ 오광탁 사주문화심리연구가 올해는 갑오년이다. 십간십이지에서 갑은 나무를 뜻하고, 오는 빛과 열기를 뜻한다. 동양에는 오래전부터 음양오행의 이론으로 세상을 설명해 왔다. 빛과 어둠 그리고 다섯 가지의 기운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세상을 움직여 간다고 보았던 것이다. 갑오년을 쉽게 표현하자면 청마라고 하는데, 그것은 나무의 청색과 빛의 성질인 오를 12개의 동물 중에 말을 대표 상징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사주명리의 이론을 가지고 구구절절이 갑오년을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편의상 생략하겠다. 그냥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갑오년은 뿔 달린 망아지가 되느냐 아니면 유니콘이 되느냐 하는 두 가지 이야기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뿔 달린 망아지는 자신이 특별한 줄 안다. 그래서 뭐든 해보려고 하고, 바꾸고 개혁하려고 든다. 무소의 뿔처럼 직진만 하는 성향이 생긴다. 죽음도 실패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로 앞으로 나갈 뿐이다. 울타리가 앞을 가로 막고 있더라도 그것을 뚫고 넘어가려고 한다. 말은 자유이며 개성이며 독립을 의미하고 자신의 뿔을 믿고 부러질지언정 굽힘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향은 갑오경장
전 세계적인 공황은 식민지 조선에게도 영향을 준다. 1931년 서울의 전기사업을 독점하고 있던 경성전기 주식회사를 시영으로 전환하자는 시민운동이 일어났다. 1898년 1월에 미국인 콜브란과 보스윅 두 사람이 세운 한성전기회사는 1899년 4월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에 전차를 개통하여 운행하였다. 그보다 먼저 1890년 4월 최초로 민간 전등이 가정에 보급되었다. 1904년 7월 한미전기주식회사로, 1915년 9월에 경성전기주식회사로 개칭하였다. 그 후 1961년 7월 1일에 한국전력주식회사(지금의 한국전력공사)에 통합된 회사다. 일제 강점기에 일어난 최초이자 최후의 시민운동은 비싼 전기요금 때문이었다. 조선인 뿐만이 아닌 서울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연합한 운동에 당황한 경성전기주식회사는 총독부와 경성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부민관을 지어 경성부에 헌납하여 시영화의 급한 불을 껐다. 부민관(지금의 서울시의회)에선 연극과 영화, 음악을 공연했지만 평범한 경성 사람들은 관람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초호화 건물이었으니 건물 관람 대가로 비싼 전차와 전기 요금을 내야했다. * 역대 최장기 철도노조 파업의 단초가 됐던 수서발 KTX 법인이 뜨거운 찬반논쟁을 뒤로하고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비도심지역 개발규제 지침에 대한 용인시 입장은? 올해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개발행위 허가 운영 지침이 지역경제를 더욱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정부의 이번 지침에 지자체들의 반발이 크다. 동시에 지자체별로 지침에 대한 대응 방식도 달라서 용인시의 분명한 입장 정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의 개발행위 지침 배경은 기반시설을 확보, 기준을 명확히 해서 비도심 지역의 난개발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이다. 그런데 이론적인 설명만 듣자면, 100% 동의할 수밖에 없는 사항임에도 해당 지역 주민들은 왜 반발하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도농복합시인 용인시의 경우 도심지역과 비도심지역으로 나뉘어 불균형 개발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대부분의 개발행위가 끝난 도시지역은 대규모 택지개발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반면 처인구 등 비도심지역 주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지역이 대부분인 처인구는 용인시 전체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신 기흥구와 수지구에 비하면 면적대비 인구가 턱없이 부족하다. 경전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당초 예상 인구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한 탓도 있다. 최근엔 그나마 부동산 경
오늘날 흡연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뿐 만 아니라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이슈화 되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흡연자의 건강악화는 공단진료비를 가중시키는 한편 가장이 사망에 이르게 될 경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가정파괴까지 이르는 비극을 맞고 있다. 흡연은 오랜 세월이 경과된 후 몸을 통해 치명적인 질병이 발견되므로 자각증상이 있을때는 이미 건강이 악화된 후이다. 미리미리 금연하는 방법만이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흡연 피해에 대한 정책세미나가 있었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지하선 교수는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 이라는 주제로 공단정책연구원과 공동연구결과를 지난해 8월 27일 발표했다. 결론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결과는 국내 최초 아시아 최대 규모인 130만 명을 19년 동안 추적 관찰하여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매우 높고 학술적 가치 역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흡연자의 암 발생 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최고 6.5배나 높았고 특히, 흡연의 암 발생 기여도는 남성의 경우 후두암이 79%로
당년에 거두려면 곡식을 심고. 십년에 거두려면 나무를 심고. 백년에 거두려면 사람을 심고. 영원히 거두려면 복음을 심으라. 이 말의 출전은 一年樹穀 十年樹木 百年樹人중국 춘추시대 제(齊)환공(桓公)을 패자(覇者)로 만든 관자(管子)의 인재 관인데, 제주도 한라산 기슭 해안리에 살던 일립(一粒)이란 소년이 서당을 다니면서 읽었던 관자에서 따온 말이라 한다. 훗날 일립은 목사가 되는데 정암(正岩)박윤선박사. 추양(秋陽) 한경직 목사와 더불어 한국교계 전설이 된다. 정암은 7서 사서삼경를 뗐고, 또 외웠고, 일립과 추양은 4서 논어.맹자.중용.대학.만 뗀다. 일립이 세운 한국성서학교 천마홀(당시 학생식당)에서 맹자의 한 대목을 물었다. 정암은 침묵을 하더니 15초쯤 지나자 답변을 했다. 일립에게 물었다. 허허허 웃으시더니 20초 만에 답변이 왔다. 추양에게 물었다. 글 세. 하도 오래된 기억이라. 하더니 25초 만에 답변이 돌아왔다. 아. 이 쩌는 전율. 사서삼경과 무경칠서를 합쳐 14경이라 하는데 고전을 읽다가 모르는 게 있어서 송담께 전화로 물었다. 10초 만에 답변이 돌아왔다. 대략 20년 전쯤 언젠가 두계역 근처에서 한송에게 물었다. 3년 동안 끙끙 앓던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2 내 집 천상병 누가 나에게 집을 사주지 않겠는가? 하늘을 우러러 목 터지게 외친다. 들려다오 세계가 끝날 때까지…… 나는 결혼식을 몇 주 전에 마쳤으니 어찌 이렇게 부르짖지 못하겠는가? 천상의 하나님은 미소로 들을 게다. 불란서의 아르튀르 랭보 시인은 영국의 런던에서 짤막한 신문광고를 냈다. 누가 나를 남쪽 나라로 데려가지 않겠는가. 어떤 선장이 이것을 보고, 쾌히 상선에 실어 남쪽 나라로 실어주었다. 그러니 거인처럼 부르짖는다. 집은 보물이다. 전 세계가 허물어져도 내 집은 남겠다…… 새해 잘 여셨는지요. 오늘은 시로 쓰는 ‘집’ 이야기 입니다. ‘운명 공동체’라는 말 참 따뜻하지요. 국가-사회-가족을 ‘운명 공동체’라고 부를 때, 운명을 함께한다는 말의 무게는 달라집니다. 연일 보도되는 2014년 부동산 전망과 ‘내 집’의 거리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시인은 묻습니다. “누가 나에게 집을 사주지 않겠는가?” 담담한 듯 실은 “하늘을 우러러 목 터지게 외”치고 있지요. 그 외침이 하도나 간절해서 “세계가 끝날 때까지”라는 시점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꼭 남쪽 나라가 아니어도, 방 한 칸 없이 살다간 시인이 아니어도, 요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