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눈이
역산(歷山)의 농부들은 밭 경계를 사이에 두고 매일 싸운다. 순(舜)이 역산에 가서 경작을 하자 1년 만에 역산의 농부들은 서로 양보를 한다. 뇌택의 어부들은 어장을 놓고 서로 싸운다. 순(舜)이 뇌택에 가서 고기잡이를 하자 1년 만에 서로 양보를 한다. 하빈(河濱황하 강변의 도기(陶器)는 찌그러졌고 잘 깨진다. 순이 하빈에 가서 도기를 만들자 1년 만에 하빈의 도기는 찌그러지지도 않고 잘 부서지지도 않는다. 순이 사는 곳은 1년 만에 부락이 형성되고, 2년 만에 마을을 이루며 3년이 되자 도시가 된다. 공자는 이게 바로 성인의 덕화라며 칭송하는데 한비자는 15권 34장 난(難) 1편에서 고개를 젓는다. 그깟 하나를 고치는데 무슨 1년씩. 3년이 걸려서야 겨우 세 가지를 고쳤으니 어느 하 세월에. 그렇다면 세상은 구석구석에 나쁜 것이 산처럼 쌓였는데 이 모든 나쁜 것을 고치려면 도대체 순의 나이가 얼마나 길어야 한단 말인가. 이건 잘한 일이라 할 수 없다. 기준을 정해서 좋은 일을 하면 상을 주고 기준에 맞지 않는 좋지 않을 일을 하면 벌을 줘라. 이런 법이 아침에 발표되면 저녁쯤이면 고쳐지고. 저녁에 발표되면 다음날 아침쯤이면 나쁜 짓은 사라진다. 이렇게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6 이른 아침 박순원 나는 아직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는데 이른 아침 아내가 배춧국을 끓인다 배추는 이른 아침부터 불려 나와 끓는 물속에서 몸을 데치고 있다 배추는 무슨 죄인가 배추는 술담배도 안 하고 정직하게 자라났을 뿐인데 배추에 눈망울이 있었다면 아내가 쉽게 배춧국을 끓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래 나도 눈망울을 갖자 슬픈 눈망울 그러면 이른 아침부터 불려 나가 몸이 데쳐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렁그렁 소 같은 눈망울로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나를 어쩔 것인가 아, 하나의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꼭 오늘 아침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끔 먹는 동탯국 머리째 눈망울째 고아내는 시뻘건 그 국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 이불 속에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출근하기 전 따뜻한 이불 속, 잠시의 평화. ‘나’는 “아직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하루를 먼저 시작한 “아내가 배춧국을 끓”이고 있네요. “이른 아침부터 불려 나와 끓는 물속에서 몸을 데치고 있”는 배추. 배추는 잘못이 없습니다. “술담배도 안 하고 정직하게 자라났을 뿐”. 단 하나, 배추에게는 “눈망울이” 없습니다. 만약 “배추에 눈망울이 있었다면 아내가
강남병원 산부인과 과장 공건영 - 자궁내막증식증 환자는 생리를 자주한다? 자주하는 생리는 없습니다. 우리가 생리라고 하는 것은 ‘생리적 출혈’을 줄여 말하는 것입니다. 여성의 ‘생리적 출혈’은 ‘규칙적인 간격으로 규칙적인 기간 동안 발생하는 질 출혈’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생리적 출혈’에서 벗어난 질 출혈은 모두 비정상이며 이상신호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질 출혈=생리’로 알고 ‘비정상적 출혈=자주하는 생리’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생리적 출혈’을 벗어난 질 출혈이 있을 경우 반드시 산부인과를 방문, 혹시 모를 위험을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 생리가 없으면 폐경? 사십대 중후반 여성들은 생리가 없을 경우 폐경이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대다수 사실이지만 무월경은 다른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내분비적인 질병이나 뇌병변 등 여성생식기 이외의 장기에서 벌어지는 질병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갑작스런 생리 중단을 단순히 폐경으로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 다른 질환에 의한 무월경이 아닌지 상담 받기를 추천합니다. - 매년 자궁암검사에서 정상이면 안심? 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검진에서 자궁암검사를 한다고 말합니다. 하
▲ 정숙영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원장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전궁리에 위치한 여성가족부 산하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원장 정숙영). 아늑한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디딤센터는 폭력, 분노, ADHD 등 초중고등학교의 중증 문제아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요람으로 자리를 굳혔다. 2012년 10월 시범사업에 들어가 2013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 디딤센터는 개원 1년여 만에 문제아에 마침표를 찍고 꿈꾸는 청소년들로 거듭 나게 하는 최고의 시설이 됐다. 이는 순전히 초대원장으로 부임해 이달 18일 퇴임하는 정숙영 원장 덕분이다. 틀에 박힌 운영을 과감하게 던져버리고 한번 하기로 한 사업은 최선을 다해 추진하는 그녀의 업무 스타일은 이곳 청소년들에게 사회복지, 청소년상담, 상담심리 분야의 진로를 꿈꾸게 탈바꿈시켰다. 입교식 석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라. 여기서 해봐라. 기존 프로그램 중에 없으면 이야기 하라. 할 수 있는데 까지 지원 하겠다고 끼와 꿈을 지원했다. 목표가 생긴 아이들은 입교 후 달라졌다. 미용에 관심 있는 아이를 여기저기 수소문해 미용학교에 입학 시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 작곡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는 유인촌 전 장관을
충무공 이순신에 비해 너무 초라해 보이는 원균의 칠천량 패전과 죽음. 그를 비난하는 말 중에 원균의 편이었던 서인조차『선조수정실록』에서 원균을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하여 비판론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는 당시 시작된 붕당의 폐해로 인해 군인들이 당한 피해의 일부일 수 도 있다. 당시 서인의 영수격이었던 윤두수는 원균을 일러 친족이라 했지만 동시에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다. 윤두수와 원균의 관계가 실록에 단 한 마디 나올 정도인걸로 보면 두 사람 사이가 그다지 친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선조수정실록』을 편찬하는 시기에 승자인 서인 측에 가담해 있던 아들 윤방의 영향도 있어 윤두수는 미화되었지만 원균은 그 반대로 오히려 서인들의 무능과 비리를 죽은후에 혼자 다 지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점으로 보면 윤두수는 원균을 자신의 정치적인 승리를 위한 도구로 이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 넘어가 이용당한 원균의 책임이 없다 할 순 없다. 처음 부산 진공을 건의하여 이순신을 곤경에 빠뜨리고 이순신이 파직되자 슬그머니 손을 뗀 윤두수,그 후 칠천량 패전의 책임은 권 율, 원균의 야전군 장수들에게 돌리는 윤두수의 정치적 능력은 탁월했으니
지역정가가 벌써부터 시끄럽다. 64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출마예정자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웬만한 지역 행사장까지 거물급 예비후보들이 수시로 방문람에 따라 선거분위기는 점점 고조되는 상황이다. 기초자치단체장 출마예정자들 역시 출판기념회를 비롯한 SNS 등을 통해 선거운동을 시작한지 오래됐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평생을 살면서 책 한권 내기가 절대 쉽지 않지만, 정치인들의 경우 쉽게 책을 발간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자서전 형태의 책을 내고 있다. 그것도 출판사에 위탁하거나 대필 작가를 고용해서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짜 작가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규모 출판기념회도 개최한다. 예산은 말할 것도 없고, 수천 장의 초청장을 보낸다. 이것부터가 선거 전략에 포함된 홍보활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책의 수준과 내용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얼굴과 이름을 알릴 수단으로써의 의미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출판 인쇄 분야만이라도 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또 후보자 정보를 합법적으로 남보다 빨리 공론화 시킬 수 있다는 명분도 있다. 유명 정치인들의 경우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통해 숨겨진
춘추(春秋)시대에 송(宋)나라 양공은 예로 천하의 패자(覇者)를 꿈꾸나 초나라가 눈엣 가시다. 강을 사이에 두고 송나라가 먼저 진을 치고 초나라 군사가 강을 건넌다. 공자 목이가 절호의 기회라며 닥공을 주장한다. 양공 왈 준비 안 된 물속의 적을 치는 건 인(仁)의 군대가 할 짓이 못된다 군대가 강을 건너 진을 칠 무렵 또 공격을 건의 한다. 양공 왈. 적군의 전열이 갖추지도 않았는데 치면 적의 병사들 목숨만 뺏는 격이 되니 이 또한 인(仁)의 군대가 할 짓이 못된다 결국 전열을 가다듬은 초군에 밀려 송나라는 대패하고 양공 또한 부상으로 죽는다. 세상은 주제넘게 베푸는 자를 일러 송나라 양공의 어리석음이란 의미의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 한다. 과연 그럴까. 그는 7세 전에 이미 상서어(上書語)로 편지를 보낼 때 올림(上)과 문안 인사를 드린다는 드림(呈)을 구분 했으며 왕이 된 후에도 신하의 상소문 말미에 상서어는 올림이나 상서, 배상, 근상, 상장, 복배상 등을 써야 한다고 지적하는 예학에 밝은 제후다. 좌전이나 사략, 25사 등을 보면 그는 병법에 능통했고, 예학 또한 밝다고 전한다. 훗날 맹자는 양공을 일러 어진 이의 표상이라며 회맹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5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박 철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꾹 쑥꾹 쑥꾹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고 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 다시 한 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가 화원 앞을 지나다가 문 밖 동그마니 홀로 섰는 자스민 한 그루를 샀다 내 마음에 심은 향기 나는 나무 한 그루 마침내 영진설비 아저씨가 찾아오고 거친 몇 마디가 아내 앞에 쏟아지고 아내는 돌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나는 웃었고 아내의 손을 잡고 섰는 아이의 고운 눈썹을 보았다 어느 한쪽, 아직 뚫지 못한 그 무엇이 있기에 오늘도 숲속 깊은 곳에서 쑥꾹새는 울고 비는 내리고 홀로 향기 잃은 나무 한 그루 문 밖에 섰나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아이는 숙제를 하고 내겐 아직 멀고 먼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지난 인생을 복습하고, 미래를 꿈꾸게 되는 연초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재는 늘 당면 과제를 마주하고 있지요. 시인에게는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