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농의 세설 낙방거사가 부르는 절창 남창지름 선비가 일생을 두고 해야 할 공부는 경전을 읽는 것이다. 밥을 굶을 수는 있지만 글 읽기를 멈출 수는 없다. 선비 삼로(三衫勞 옷깃을 여미고 힘쓴다)라 하여 선비는 세가지 일에 힘을 쓰는데 글 읽는 일, 상소문 쓰는 일, 그리고 부학이다. 부학(副學)은 네개가 있는데 시서화금(詩書畵琴)이다. 선비가 잡기에 능해서는 안되지만 시서화금은 부학이라 하여 잡기와는 구별을 한다. 계(紒)상투하고 치포관(緇布冠)을 쓰고, 청금의(靑衿衣)나 학창의(鶴氅衣)를 한 선비는 시(詩)즉 한시에 운자(韻字)를 놓을 줄 알아야 하고, 서(書) 즉 붓글씨를 쓸 줄 알아야하고, 화(畵) 즉 사군자를 칠 수 있어야 하고, 금(琴) 즉 시조창을 읊을수 있어야 한다. 시조창이라는 명칭은 가람 이병기(1891~1968)선생은 시절을 노래한다는 시절가로서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줄인 말이라 했다. 본래 이 말은 서천 화양인(人) 영조 때 시인 석북 신광수(申光洙) 숙종 38년 1712년~영조 51년 1775년의〈석북집〉관서악부 15장에 있는 말로서 관산융마(關山戎馬)기록에 의하면 시조는 장음과 단음을 늘어놓은 것으로 장안의 가
◎ 글 :김소연 그림: 김선남 출판사 : 마루벌 정가 : 12,000원 1~100세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주제로 마루벌출판사에서 기획한 그림책 「0100 갤러리」 시리즈 중 제 1권에 해당하는 그림책이다. 김소연 시인의 읖조리듯 담담한 어조와 김선남 화가의 어른거리 듯 아름다운 그림의 조화가 책장을 자꾸 들춰보게 한다. 따뜻하면서도 가슴이 아파오는 그림책으로 사실 아이들보다는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은행잎이 하나 둘 날리는 쓸쓸한 가을길을 나직히 들려주는 가슴 뭉클한 시 한편 감상하며 여행을 하는 기분이랄까. 그 아름다운 곳으로의 여행은 고작해야 십 여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여행이 주는 여운은 한참을 가슴 먹먹하게 하다가 저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하게 해준다. 사랑이 얼마나 낡아가는지, 그 낡아가는 사랑을 어떻게 성숙하게 지켜나가야 할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언제나 마주 보며 서 있었던 은행나무 두 그루가 봄날보다 더 봄날처럼 따뜻해지는 사랑을 하고 마주 보고 서 있는 서로의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그러나 결혼을 해 본 사람은 다 안다. 아이를 낳고 키워 본 사람은 다 안다. 그 과정에선 모든 것이 생략되고 뒷전으로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39 신뢰 김승일 기계가 되고 싶다고 했지? 기계가 되는 법을 너는 몰랐지? 아직 몰라 답답하고 안타깝게도 우린 아직 기계 되는 법을 모르고 기계들은 네가 된다 본질적으론, 기계들이 네가 되면 기계가 너고 기계인 너는 오늘 되고 싶은 게 되어 있고 너는 이제 만족했을까? 입력하면 기계들은 믿는 것이다 믿기지가 않을 텐데 망설임 없이 기계에게 입력했다 너는 부자야 기계가 대답했다 나는 부자야 누가 내게 물어봤다 너는 부자야? 기계처럼 대답했다 나는 부자야 기계처럼 대답해도 나는 부자가 아니구나 만약 내가 진짜 부자면…믿을 수가 없을 거다 너무 좋아서 (…) ................................................................................................................................................. 우리는 더 이상 ‘신뢰’라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시의 첫 구절은 질문으로 시작되는데요. 나와 너는 기계가 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속수무책입니다. 그러는 사이, 기계들이 먼저 네가 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Life Together-용인시수지장애인복지관(관장 김현숙) 몸이 불편한 이들과 아름다운 동행 ▲ 관장 김현숙 용인시수지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사회심리, 교육, 직업, 의료, 문화, 가족, 통합지원 등 전문적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의미 있는 생활을 영위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장애인 및 그 가족으로 구성된 고객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모니터링한 불편사항은 직원들과의 회의를 통해 규정을 만들고 이용자들이 쉽게 접하는 곳에 부착해 서로 지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5월, 수지구청 복지관동에 개관한 용인시수지장애인복지관(관장 김현숙)은 이용하는 장애인을 섬김으로써 지역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뜻을 실천하고 있다. ▲ 장군이야! 장애아동청소년, 장애성인을 위한 재활프로그램을 각각 운영하고 있으며 중증장애인을 위한 재가복지봉사도 서비스하고 있다.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해서는 장애의 발생 및 심화를 예방 또는 치료하는 기본적 의료재활서비스를 비롯해 장애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을 안정시키는 심리재활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 체력증진실 초등학생 방과 후 교실과 지
고기리 통신원 이상엽의 사진이야기 - 4.16,그날 이후 ▲기다리는 사람들, 살아 돌아온 이는 없다. 팽목항.진도2014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기괴하기 짝이 없는 부패와 무능력이 단지 바다에만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땅에 존재하는 '국가란 무엇이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국가-국민 동일체라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 정권만의 문제처럼 비칠 수 있다. 요즘 그 악순환의 고리를 다시 발견하고 만다. 박근혜의 '국가 개조론'에 대해 정권이나 개조하라는 이야기는 어찌보면 의미없는 메아리가 될 것이다. 그 국가 개조론은 좀 더 강력한 지배층의 국가를 공공히 하고 더욱 순종적인 피지배자 국민으로 만드는 개조를 말한다. 저들은 이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 자신들의 행위의 부도덕성을 모른다. 국가란 그런 것이다. ▲기억하고자하는 사진가의 행동. 마포대교, 서울2014 지금 사람들이 묻는 '국가란 무엇이냐?'는 최소한 체제에 대한 궁금증이라 본다. 우린 이 사회체제 안에서 안전한가?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아이들은 증언 했다. 가만히 있으라. 원래 이 나라가 그랬다. 그런데도 여전히 가만있으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다들 나부
박숙현의 태교칼럼 태교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보급해야 얼마 전 용인에서 있었던 태교음악회에 나이 지긋한 여성단체 임원들을 초청했더니 강당을 가득 메운 임신부들을 보며 매우 놀라워했다. 그들은 음악회를 함께 해보자는 제안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그들 세대에는 태교라는 말이 낯설었을 것이다. 혼자서만 임신했냐는 시어머니의 말에 주눅이 들어 배 불러오는 것조차 부담스러웠었지 우리 사회가 여전히 태교 보급에 미온적인 것은 여성지도층 인사들의 쓰라린 기억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젠 젊은 시어머니 세대가 등장하면서 빠른 속도로 태교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필자가 태교 교실을 운영할 때 태명이 딸기였던 임신부가 시부모님으로부터 축하 카드를 받았다며 행복해 했다. 물론 예전보다야 태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 게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의 그늘진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아직도 태교를 제대로 못하는 임신부들이 수두룩하다. 태교는 태아를 위해 좋은 것을 해주고, 나쁜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상적인 행위다. 그런데 이런 상식조차 모르는 임신부들이 많아 안타깝다. 특히 다문화 가족과 미혼모들의 태교 문제는 국가 차원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태교에 무지한 국가
우농의 세설 청와대 CCTV가 있는 이유 대한민국 헌법은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토 박아 놓은 헌법 제 1조 1항의 문구가 그것이다. 그 다음 대한민국헌법의 꽃이라는 헌법 제1조 2항은 기막힌 문장으로 쐐기를 박는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이 또 있을까? 민주공화국 국가에서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통해서 국민으로부터 국가를 운영할 권한을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큰 일꾼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으로 선출된 순간부터 사생활은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의 권한 행사 또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반드시 명심해야할 것은 대통령 재임기간 대통령의 행동은 국민의 여론과 함께 가야한다. 청와대에 CCTV가 존재하는 이유도 그중 하나다. 청와대에 CCTV를 설치한 이유는 국민이 대통령을 감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에게 투명하기 위함이다. CCTV하면 오버 랩 되는 것이 지난4월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대통령의 청와대 경내 7시간의 행적이다. 이를 두고 김기춘 비서실장은 박근혜
최은진의 BOOK소리 6 - 수학과 사랑에 빠지다. ◎ 저자: 가우라브 수리하르토시 싱 발 출판사: 소나무 정가 : 13,000원 수학의 발전과정을 흥미진진한 소설로 풀어낸 지성의 드라마라는 문구로 소개된 이 책은 인도의 두 수학자가 수학의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소설이다. 인상적인 책의 제목도 수학자들 사이에서는 진부하다고 한다. 그만큼 수학과 신 사이의 관계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어왔다. 신성모독죄로 재판에 회부될 위기에 처한 할아버지의 과거를 추리해 나가면서 주인공의 현재 삶과 연결시켜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수학이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철학과 종교, 그리고 수학을 멋지게 버무려 놓았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고민하게 되는 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수학이라는 소재와 잘 엮어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다. 무겁지 않게 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 수학에 관심이 있거나 수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시라. 기독교적 가치관과 세계관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에게도 권할만한 책이다. 신은 수학자임이 분명하다는 신성모독적인 말을 하는 주인공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수학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걸 들어보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38 비인간적인 김현 밤이 떠돌아 왔습니다. 인간은 헐벗은 몸 어둡고 웅크린 인간의 욕조 속으로 들어갑니다. 처음 물이 닿은 인간의 발가락 끝부터 쑥빛 비늘이 쑥쑥 돋습니다. 인간은 오랜만에 미끈거리는 감촉에 젖습니다. 인간은 두 다리보다 지느러미에 맞는 생물이야. 인간은 되뇝니다. 인간의 침대에 걸터앉아서 인간은 목을 늘립니다. 늘어진 목과 머리는 여럿이 나눠먹을 수 있는 인간의 밥상을 두리번거리며 불어터진 먼지를 쓸고 인간의 욕실까지 흘러갑니다. 흘러온 얼굴이 인간의 지느러미를 따라 움직입니다. 인간은 아가미로 숨 쉬고 숨죽입니다. 인간의 호흡을 잃었구나, 인간. 인간의 표정이 백랍처럼 빛납니다. 인간의 목덜미가 납빛으로 찢어집니다. 점점 희미해지는 어린 인간이 찢어지는 인간 곁으로 와 앉습니다. 어린 인간은 자라나는 혀를 불규칙적으로 잘라내며 모처럼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발명하려고 합니다. 인간은 인간의 말을 하지 않아도 돼! 늘어난 인간은 더듬거리고, 사라지는 인간의 혀들은 꿈틀거리고, 변신한 인간은 한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갖고, 멈춰있습니다. 욕조의 수면이 밤의 수면까지 밀려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