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마크 롤랜즈 출판사 : 책세상 정가 :18,000원 최은진의 BOOK소리 11 - SF영화 속에서 소크라테스를 불러오다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화제작 인터스텔라가 천만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난해하고 생소할 수 있는 우주과학을 상업영화에 적절하게 엮은데다가 철학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영화가 만약 마크 롤랜즈의 이 책을 펴내기 전에 상영했다면 분명히 상당히 많은 지면을 이 영화에 할애했을 것이다. 철학은 추상적이고 난해하다? 그렇다면 흥미진진한 SF영화로 철학의 맛을 느껴보라. 저자인 마크 롤랜즈가 제안하는 철학은 데카르트칸트쇼펜하우어의 원서를 펴놓고 밑줄 백 번 긋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고 팝콘을 튀긴 다음, 외계인과 싸우고 로봇들이 때려부수는' SF영화를 보며 생각하는 것이다. 매트릭스를 통해 이 삶은 어쩌면 단순히 꿈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는 데카르트의 존재와 인식에 관한 철학을 접할 수 있다. 또, 프랑켄슈타인을 보며 삶의 의미를, 영화의 고전이 되어버린 스타워즈를 보며 선과 악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그 외에도 마이너리티 리포트, 터미네이터, 할로우 맨, 반지의 제왕, 인디펜던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43 첫새벽 한강 첫새벽에 바친다 내 정갈한 절망을, 방금 입술 연 읊조림을 감은 머리칼 정수리까지 얼음 번지는 영하의 바람, 바람에 바친다 내 맑게 씻은 귀와 코와 혀를 어둠들 술렁이며 포도(鋪道)를 덮친다 한 번도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한 텃새들 여태 제 가슴털에 부리를 묻었을 때 밟는다, 가파른 골목 바람 안고 걸으면 일제히 외등이 꺼지는 시간 살얼음이 가장 단단한 시간 박명(薄明) 비껴 내리는 곳마다 빛나려 애쓰는 조각, 조각들 아아 첫새벽, 밤새 씻기워 이제야 얼어붙은 늘 거기 눈뜬 슬픔, 슬픔에 바친다 내 생생한 혈관을, 고동소리를 ................................................................................................................................................. 새해, 아껴두었던 ‘첫 새벽’을 그대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정갈한 절망”으로 귀결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절망은 “맑게 씻은 귀와 코와 혀”의 전언일 거라 믿고 있습니다. 간절해서 간절한 질문, “제 가슴털에 부리를 묻
탐방/들꽃채(대표 정진국) 상산마을 식당 들꽃채 마을공동체 부활 시동 우리나라의 지천에 피고 지는, 흔하면서도 이름을 알 수 없는 풀과 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몸에 꼭 필요한 약초일 수 있습니다. 상산마을은 햇볕과 바람, 수분 등 약초가 생장하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협조하고 마을공동체를 이룬다면 국내 및 국외까지 체험의 장으로 알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인구 백암면 옥산리 상산마을에 위치한 식당 들꽃채는 자연을 담았다. 정진국, 채후자, 장경애씨가 공동으로 각자 자신만의 특징적 능력을 살려서 서로 도움이 되니 세 사람은 마치 톱니가 이어지듯이 없어서는 안 되는 각자의 일을 하게 됐다.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고 유기농업 활성화를 통해 안전한 먹을거리의 생산기반을 조성하고 기능성 먹을거리를 찾아내 고부가가치상품을 만들며 여러 농가가 함께한다는 연대의식으로 지역공동체를 되살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진국 대표는 농업의 가치는 농민 스스로 높여야 할 것이라며 우리 땅에서 자란 모든 식물을 특화시킬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이 바로 농업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식당과 식품가공장, 농촌체험장, 농장
Life Together-(주)쌍용자동차 용인사랑영업소 부장 목인석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용인역삼봉사회 직전 회장 아파본 사람만이 아픔도 알아 한끼 해결보다 정 대화 더 간절 지난달 30일 처인구 삼가동에 위치한 모성의 집에서 자원봉사의 달인 목인석씨를 만났다. 그때까지는 용인역삼봉사회장을 맡고 있는 시기였다. 그는 봉사시간이 1만 시간을 돌파했건만 시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듯 감탄사를 날리는 것도 좋아하는 표정을 짓는 것도 없이 무감각한 얼굴이었다. 모성의 집은 성 빈센트 드뽈 자비의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으로 아기와 함께 생활하며 상담, 양육교육, 의료지원, 학업지원 등을 통해 자립을 지원하는 곳이다. 봉사는 오래하고 많이 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젠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봉사자들이 사회복지를 이해함으로써 봉사의 참 뜻을 이해하고 그 뜻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이 담긴 봉사라면 보여주고자 사진, 조끼 등으로 무장하는 일은 없어질 것입니다. 목인석 전 회장의 말이다. 어릴 적부터 이웃을 돕는 것이 즐거웠기에 기동순찰 등 일반 사회봉사에 나섰다는 목 전 회장은 지난 2003년 용인역삼봉사회에 가
고기리 세한도 -삶의 변화를 느낄 때 처음 이사 와서는 적응하지 못했다. 한 이틀 펜션에 머물러 온 것 같았다. 그것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생존이 되어 버렸다. 갑자기 수도가 고장 나자 화장실은 물론 취사까지 모두 멈춰 버렸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든지 도망을 가든지다. 여기는 경비실도 없고 관리사무실도 없다. 내가 경비원이고 내가 관리인이다. 퇴원하고 한동안 요양을 할 줄 알았던 기대는 낯선 집에 적응하느라 흘러가고 있었다. 눈이 펑펑 쏟아졌다. 고기리는 온통 하얀 눈밭이 됐다. 이런 촌구석에서 눈을 떴을 때 그 묘한 감동과 불안이 교차한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당 두 번 다니는 마을버스가 끊어졌다. 말 그대로 고립이다. 전에는 TV에서나 보던 풍경이 당장 내 일이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전화로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들르기로 했던 전시장도 사정상 못 나가게 되었다 연락하고는 카메라를 메고 집을 나선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그대로 쌓여 장딴지까지 빠진다. 도심형 사진가는 이런 아웃도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집 밖에 나오니 그 풍경이 펼쳐진다. 앞마당에서 이리저리 뛰는 쫑이가 애처롭게 날 바라본다. 목줄을 풀어주니 저
오룡의 역사 타파(67) 조선의 벽서와 괘서, 그리고 대한민국 대자보와 찌라시 1547년 9월 18일 양재에 붉은 글씨의 대자보가 붙었다. 여주(女主)가 위에서 정권을 잡고 간신 이기 등이 아래에서 권세를 농간하고 있으니 나라가 장차 망할 것을 서서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어찌 한심하지 않은가. 여기서 여주는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 윤씨를 말한다. 윤씨는 동생인 윤원형과 함께 국정을 장악하고, 1545년 을사사화를 일으켰다. 벽서에 등장하는 이기는 윤원형과 손잡고 젊은 사림들을 제거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다. 윤원형 일파는 벽서를 권력 강화의 기회로 이용했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벽서 사건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외척과 일부 훈구세력들은 을사사화 때 쫓아내지 못한 선비들을 숙청하고, 20년 동안 독점적 권력을 유지했다. 국가의 기강은 무너졌고, 유랑민은 속출했으며 민심은 흉흉했다. 고리 백정이었던 임꺽정은 백성들의 지지를 받아 3년 동안 왕조를 조롱했다. * 1980년대 대한민국 대학가는 대자보가 넘쳐났다. 1980년 광주에 대해 왜곡과 침묵으로 일관했던 땡전 뉴스에 맞선, 미처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대신 전하는 대안언론의 역할을 수행했다. 대자보
한국사회의 '변경'에서 사람을 만나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 '변경 지도' 출간 이상엽의 사진은 고통을 응시하는 사랑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로 활동 중인 이상엽의 사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상엽은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사회로 눈길을 돌려 철원에서 강정까지, 용산에서 세월호까지 지난 7년간(2008~2014) 한국 사회의 변경을 사는 이 땅의 사람들에 대해 쓴 『변경지도』 를 발간했다. 진보적이고 성찰적인 이상엽은 한국의 현실을 깊고 뜨겁게 관찰하고, 그 기록을 단색톤으로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그가 만난 21세기 한국은 황량하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 불타고, 파헤쳐지고, 부서지고, 가림막이 쳐진 곳이다. 여기에는 고통과 소외된 현실 속에서 변경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탐욕과 폭력의 체제가 유린한 사람과 자연의 모습에 대한 이상엽의 명징한 보고서다. 그는 흑백의 사진과 다색(多色)의 글로 21세기 대한민국의 민낯과 몰골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라고, 그 곳을 지켜내라고 말한다.(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변경혹
최은진의 BOOK소리 10-나무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서 ◎ 저자 : 강판권 출판사 : 글항아리 정가 : 18,000원 늘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만 바쁜 현실로 인해 느끼지 못하는 우리에게 묵묵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고, 잠시 산책하던 걸음을 멈추고 나무에 귀 기울이라고 말해주는 책이 있다. 자신을 나무에 미친 나무환자로 자칭하는 나무박사 강판권이 쓴 책이다.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라는 부제가 이 책의 특징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나무가 가지고 있는 이름의 고유한 뜻을 한자를 통해 해석하고, 나무의 일생과 문화 간의 관계를 내용으로 구성했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나무에 대한 지식을 얻어나갈 수 있는데, 그 설명이 간결하여 옛이야기를 듣는 듯 재미있다. 1부 숲을 바라보며에서는 나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여 뿌리, 열매, 줄기와 가지, 껍질, 잎, 꽃, 열매 등에 대한 나무의 근본을 알려준다. 2부 숲에서 줍는 한자에서는 40여종의 나무에 붙여진 이름을 한자로 풀어내어 각각 나무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3부 숲을 나오며에서는 나무의 죽음과 그에 따른 쓰임새를 고유의 건축과 자연스레 연결시킨다. 나무를 사랑
우농의 세설 사과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고려사 106권 열전 19권에 그는 성품은 강직했으며 삶은 소박했고, 사람 사이에 무례가 없었다. 고려 말 충렬 왕 때 좌사간을 거쳐 민부상서와 예문관 제학을 지낸 동양의 바이블이라는 명심보감을 지은 로당(露當) 추적이 그다. 그 명심보감에 복 있다고 복 다 누리지 마라. 복 다하면 몸이 빈궁하게 될 것이요, 권세 있다고 권세 다 부리지 마라. 권세 다하면 원한 산 사람을 만날 것이다. (有福 莫享盡 福盡 身貧窮 有勢 莫使盡 勢盡 相逢 明心寶鑑) 금쪽같은 이 말을 순암 안정복이 사족을 단다. 사람의 일상에서 가장 힘쓸 것은 예다. 절세의 재주와 최고의 지략이 있더라도 예가 없으면 사람이 될 수 없다.(人之用力, 不過彛倫日用之常. 於此蹉失, 則雖有絶時之才高世之略, 不可爲完人也.安鼎福 順庵集 卷十四 示弟鼎祿子景曾遺書) 그렇다. 굳이 증거를 들이대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공부를 아무리 잘하고 돈이 아무리 많고 권세가 있다한들 예(禮)가 없다면 그는 인간 말종이라는 사실을. 예는 절도를 넘지 않고, 남을 업신여기지 않고, 누구에게도 버릇없이 굴지 않으며, 예는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42 제주도 허만하 멀리 짐승 발자국 하나 없는 흰 설원 한가운데서 정면으로 목쉰 바람소리 향하여 서 있는 한 그루 나목의 꿈 안에 5월의 숲 연두색 반짝임이 있듯, 빛나는 은백색 갈치 길이 끝에 너울지는 검푸른 겨울 바다가 있다. ................................................................................................................................................. 그대에게, 세상의 모든 겨울 바다를 선물합니다. 나목 한 그루가 설원을 마주하고 서 있네요. 짐승의 발자국도 다녀가지 않은 설원을 말이지요. 약속처럼 바람이 불어오는데, 과연 정면으로 목이 쉰다는 건 얼마만큼의 울음을 담보로 하는 것일까요. 그렇게 한 그루 나목이 홀로 우뚝합니다. 꿈이라는 단어와 결을 함께 하는 연두색은 언제나 눈부시지요. 돌돌, 수액으로 돌고 있을 연두색. 그 색에서 피어오르는 건 식물의 살냄새가 알맞겠지요. 잠시 살펴보면, 허만하 시인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나는 논리의 뼈대로만 이루어지는 연설과 모놀로그의 허황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