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49 겨울 편지 안도현 댓잎 위에 눈 쌓이는 동안 나는 술만 마셨다 눈발이 대숲을 오랏줄로 묶는 줄도 모르고 술만 마셨다 거긴 지금도 눈 오니? 여긴 가까스로 그쳤다 저 구이(九耳) 들판이 뼛속까지 다 들여다보인다 청둥오리는 청둥오리 발자국을 찍으려고 왁자하게 내려앉고, 족제비는 족제비 발자국을 찍으려고 논둑 밑에서 까맣게 눈을 뜨고, 바람은 바람의 발자국을 찍으러 왔다가 저 저수지를 건너갔을 것이다 ................................................................................................................................................. 시인으로부터 겨울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펼쳐보니 푸른 댓잎과 흰 눈의 풍경이 그려져 있네요. 펑펑 눈 내리는 사이 ‘나’는 무엇을 했을까요. 술을 마셨답니다. “눈발이 대숲을 오랏줄로 묶는 줄도 모르고” 말이지요. 담백하기 그지없는 질문이 이어집니다. “거긴 지금도 눈 오니?/여긴 가까스로 그쳤다”. 거기와 여기라는 말 사이에는 허공만이 자리하겠지요. 그 허공이 겨울 편지의 지
기고- 돈 선거, 이제는 숨을 곳이 없다. ▲ 처인구선거관리위원회 이지혜 지도홍보계장 오는 3월 11일은 전국적으로 농수축협 및 산림조합 등 총 1330여개 조합에서 조합원 280여만명을 선거인으로 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다. 조합장선거를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조합장선거를 바르고 깨끗하게 치러야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은밀하게 잔존하는 돈선거의 검은 손을 척결해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얼마 전 모 지역에서 조합장선거의 입후보예정자가 조합원 150여명에게 6000만원을 조직적으로 살포한 행위가 적발돼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와 같이 여전히 은밀한 돈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첫째, 선거인이 법을 몰라서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안내 및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공직선거와 달리 후보자 본인만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므로 후보자 가족이나 조합원 등이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는 위반이므로 이런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선거인에게 금품음식물을 제공하는 기부행위는 조합장의 임기만료일 전
Q. 국민연금에서 대부를 받을 수 있나요? A. 네, 국민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대부(국민연금실버론)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수급자에게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전·월세자금, 재해복구비 등 긴급한 자금이 필요한 경우 일정한도 내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해 드림으로써 노후 생활 안정지원과 실질적인 복지혜택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사회조사 결과, 60세 이상 고령자 2/3 이상은 긴급 자금이 필요한 때 도움 받을 사람이 없고 비록 소수가 금융기관의 긴급자금을 빌려도 낮은 신용도로 인해 고금리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국민연금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키 위해 국민연금수급자 대상 국민연금실버론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문의 031-288-1311)
Life Together-중증장애인거주시설 양지바른 ➊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마음 서로의지 '행복' ▲ 좌 이용자대표 천선호 우 원장 최상우 우린 가족입니다. 굳이 자세히 알아야 한다면 이용인과 보호자로 구분하면 됩니다. 보호자는 선생님, 관리인 등 여러 가지 호칭이 있습니다. 서로가 믿고 스스럼없이 대하다 보니 때로는 갑자기 던지는 두꺼운 책에 옆구리를 맞아 갈비뼈가 부러집니다. 병원에 입원했다가 며칠 만에 퇴원해 오니 그동안 왜 안보였냐며 질책합니다.(이미 잊었나봅니다) 그리곤 웃습니다. 그게 다지요. 우린 그런 사입니다. 지난 1989년 개원했고 2006년 현재의 양지바른이란 명칭을 갖게 됐다. 2010년 리모델링으로 거주하기 편한 시설이 됐다. 현재 추정나이 11세~34세의 1~2급 지체정신적 중증장애인 34명이 이용인으로 거주하고 있으며 그들과 함께 24명의 보호자가 3교대로 24시간 지내는 곳이다. 34세지만 폐경인 여성 이용인도 있기에 추정나이라고 본다. ▲ 양지바른 보호자들은 사회복지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생활지도사, 급식관리사, 시설관리사, 이동관리사 등 이용인들이 24시간 거주하는데 꼭 필요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중
고기리 통신원-이상엽의 사진이야기 불과 싸우는 용감한 사내들-용인 동성유리 늙은 노동자들 ▲대롱으로 큰 유리를 부는 늙은 노동자. 30년 경력의 수련공이다. 1미터 짜리 용기도 만들 수 있다. 글쎄 뭐라고 해야 하나. 늙은 사내들의 노동을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를 감동과 슬픔이 한번에 전해 온다. 용인 처인구에 있는 동성유리 공장. 처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두 떠나간 폐허 같았다. 그 폐허의 뒤를 돌아 들어가니 1700도 가마 안의 도가니에는 유리가 녹아 출렁인다.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나이든 숙련 노동자들이 대롱으로 유리를 분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희귀해진 유리 공장의 풍경이다. ▲동성유리 공장 전경. 전에 한창일 때는 이런 가마가 3개나 가동됐다. 한국에는 이런 수공업적인 유리 공장이 드물다. 대부분은 대공장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형틀에 부어 유리 용기를 만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롱에 유리 액체를 묻혀 풍선 부는 듯한 방법은 이제 터키나 유럽의 풍물 기행으로나 본다. 하지만 십수년전 중국의 싸구려 유리가 대량 수입되기 전까지는 꽤 있었다. ▲이음새 없는 유리용기는 아름답다. 등을 만들 때 사용된다. 하지만 전통적인 불가마(벙커시유)로 유리를
오룡의 역사 타파(70) 염치없는 양아치와 야합하는 정치인들깜냥이 안된다는 의미로 통했다. 815 광복 직후에 거지들의 조직이 분업화되었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얻어 오는 것을 상납 받아 생활하는 왕초, 왕초의 시종 역할을 잘해서 얻어 먹는 자들이 똘마니였다. 날치기는 막무가내 빼앗아 오는 자, 꽃제비는 몰래 훔쳐 오는 자(지금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북한의 어린 아이들을 지칭하는 은어)로 조선 후기에 소매치기에서 생성된 용어였다. 장타령은 각설이 타령의 평범한 예능을 보여주고 먹을 것을 요구하는 자들이었고, 남이 버린 물건을 주어오는 자들을 쓰레기라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곧 넝마주이로 불렸다. 구걸꾼은 남의 집이나 점포 앞에서한 푼을 요구하며 떼는 쓰는 자들이었다. 양아치라는 말은 한국전쟁 이후의 빈곤기에동냥아치가 변한 것으로 날치기에 가까운 자들이었다. 주로 깡패와 건달 사이를 오가는 자들로 거지 근성을 버리지 못한 이들을 부르는 비속어의 상징이었다.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자들로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자들을 이렇게 불러온 것이다. * 야하다라는 말은 1960년대 후반 이후에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농촌을 떠난 많 은 젊은이들이 직
사주명리로 보는 을미년- 청양의 해 욕심내지 말고 성실히 내 것을 먹고 기꺼이 양보하자 오광탁 (사주문화심리연구가) ■성실하고 꾸준함이 최고인 해 을미년과 갑오년은 세트가 된다. 갑오년에 세웠던 개혁의 뜻이 을미년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갑오년엔 많은 것들이 엎어지고 뒤집어지며 새롭게 바뀌어가는 해여서 다들 정신없이 살았던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그렇게 우연찮게 발견한 새롭게 세운 뜻을 을미년엔 확실하게 다지고 구축해가야 한다. 갑오의 말이 새로운 시작과 터를 발견한 것이라면, 을미의 양은 그 터전에서 살을 찌워 가는 것이니까 그저 성실하고 꾸준하게 먹고 자고 하면서 반복적으로 행하기만 하면 된다. 별 생각 없이 익혀가는 반복된 훈련은 새롭게 뭔가를 하는 것보다 최고의 성과와 힘을 갖추게 해준다. 익히고 또 익힐 것. 지겹지만 참고 견딜 것. 그렇게 을미년을 보내다 보면, 내년 병신년엔 열매가 열린다. 그러니 올해는 과정의 해이다. 확장과 성장이 이루어지지만, 결과에 대한 기대는 조금 더 늦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키운 만큼 더 좋은 열매가 생긴다는 것은 불 보듯 환하니까 잔머리 굴릴 생각 따윈 안하는 게 좋다. 괜히 뭔가를 또 새롭게 발견해서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학습권 침탈한 고교평준화 대책 없나? 학교를 코앞에 두고도, 원거리의 다른 학교로 가야만 하는 용인지역 예비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그 수가 무려 170여명에 이른다. 그나마 성적이 안돼서 일찌감치 타 지역으로 떠나간 학생들의 숫자까지 합친다면 더 많다. 그럼에도 교육청 측은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어 확인조차 쉽지 않다. 올해부터 실시된 용인고교평준화는 사실상 실패했다. 신입생 배정 결과에 대한 학부모들이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요 민원은 원거리 통학문제다. 교육청 측은 1지망 배정 비율이 82.28%이니까 10명중 8명이 원하는 학교에 진학했다고 자랑한다. 반면 끝지망 배정 비율은 0.90%(667명)로 지난해 0.98%(640명)와 비슷하다고. 문제는 끝지망 비율만 놓고 볼 때 학군별 편차가 너무 크다는데 있다. 용인 학군의 경우 끝지망 배정비율 (2.00%)과 배정인원(168명)이 가장 많다. 전체 면적이 서울시 면적의 98%, 인근 수원시 면적보다는 무려 5배 이상 넓은 지역이 용인시이다 보니 통학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 는 상황이다. 고교평준화 시작부터 처인구의 경우 학교수가 부족해서 원거리 통학사태를 예상했었지만
우농의 세설 더 이상 펌프질 그만 하소 서당에서 천자문을 떼고 나면 배우는 게 한시다. 하늘천 따지 가믈현 누르황 한자의 기본인 높낮이를 천자문을 통해서 익히게 된다. 한자에는 평성과 측성으로 4성이 뚜렷하여 4성을 모르면 해석은 가할 수 있으나 새김이 어렵다. 결국 올바른 해석이 불가하다. 서당에서 목이 터져라 천자문을 소리내어 외워대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봄부터 외워댄 천자문이 가을이면 마무리가 되고 겨울이면 본격적으로 한시를 공부하는데 맹호연으로 시작해서 두보로 끝난다. 이때 나이가 대략 8-9세다. 요즘이야 서당이란 개념이 많이 퇴색되어 TV가십거리로 전락됐지만 본래 서당 공부란 것이 서당을 나오면 세상이 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녹녹치 않다. 물론 이백의 시도 당대 전대 후대 최고의 시로 평가되지만 글을 배우는 학습자로서 이백의 시는 참고용 축에도 들지 못한다. 이백의 시를 배웠다가는 그 자유분방함이 하늘 끝 간 데 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맹호연이나 두보는 그 시의 엄격성이 추상(秋霜)이다. 맹호연은 이백의 부(傅)요, 두보는 시성(詩聖)이다. 맹호연이 이백을 직접 사사한 일은 없다. 단지 이백이 사숙을 했을 뿐이다. 증맹호연이란 시구를 보
최은진의 BOOK소리 16-자살여행의 끝에서 삶을 붙들다 ◎ 저자 : 아르토 파실린나 출판사 : 솔 출판사 정가 : 9,500원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인 우울한 한국인들에게 한때 자살률 1위였던 핀란드 작가가 기발한 자살여행을 보여준다.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다. 비애, 한없는 무관심, 우울증이 이 불행한 민족을 짓누른다.라는 첫 문장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자살 시도로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두 사람, 렐로넨과 켐파이넨 대령은 외로운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우아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단체로 시도하자는 계획을 세운다. 공동의 시도라는 암호명으로 모인 자살 희망자들은 고급 버스를 타고 멋진 죽음을 위해 북극해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추락하려는 버스에서 본능적으로 정차 스위치에 브레이크를 눌러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은 이미 치유된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핀란드가 자살 1위 국가였던 때를 풍자했는데,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사회는 현재 한국의 실태와 너무도 닮아 있다. 핀란드는 소문과 수다라는 면에서 축복받은 땅이라는 작가의 말은 남의 이목을 신경 쓰고 뒷담화에 열을 올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