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경의 용인이야기 밥그릇 공학적 정치 셈법 대다수 국민들의 동의하에 연착륙해 보였던 보편적(무상)급식 제도가 일부 지역에서 특정 정치인의 돌발 행위로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보편적 급식 문제가 왜 다시 공론화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아직은 경상남도에 국한된 남의 집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보편적 급식 중단 논란이 증폭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얼마 후면 429 보궐선거다. 보편적 급식 중단 논란은 보궐선거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징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집권 여당 주요 당직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아이들의 밥값 문제는 이미 보수층 결집을 위한 선거전략 프레임으로 작동중이다. 정당과 인물보다는 보편적 급식을 둘러싼 찬반 투표로 변질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야당이 선점할 수 있는 집권여당 소속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위기에 따른 정권 심판론을 뒷전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실자원외교 등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여론의 심판대위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세월호 유가족 보상금 발표를 강행, 세월호 참사 1주기 여론까지 주도권을 장악한 모양새다. 이 상태로 끝까지 간다면 야당의 패배는 뻔한
우농의 세설 군주는 국가에 의존하고, 국가는 민에 의존한다. 조선시대 맹자를 잘 아는 인물이 둘인데 구봉(龜峯) 송익필(宋翼弼)과 한수재(寒水齋) 권상하(權尙夏)다. 율곡 이모(李某)께서 23세에 장원급제했을 때 썼다는 천도책(天道策)을 혹자가 배우고자 하니 구봉에게 물어보라고 하자 혹자 왈, 노비에게 어찌 친구처럼 묻느뇨 했다. 이에 율곡 왈, 제하자(諸下者)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 구봉은 스승은 될지언정 감히 친구라고는 할 수 없다師可焉敢不可友. 하였다 하니 그 온축(蘊蓄 학문의 깊이)을 미뤄 짐작하겠다. 우암의 고제 권상하를 일러 호남 제일 문장이라 하며 우암 사후(死後) 그에게는 구름떼처럼 따르는 문도가 있는데 그중 주자학에 정통한 8명의 제자를 일러 강문팔학사(江門八學士)라하며 한수재(寒水齋 아호는 주자어록 인데 스승 우암께서 지어줌)는 이들 강문팔학사와 맹자를 배강(背講 책을 안보고 묻고 답하는 공부)하는데 시작은 언제나 맹자이루하(孟子離婁下) 3장으로 부터다. 맹자는 제나라 선왕에게 말한다. 군주가 신하를 자신의 손과 발처럼 여기면 신하가 임금을 마음 깊이 존경할 것이고, 군주가 신하를 개나 말처럼 여긴다면 신하는 임금을 평범한 백성 보듯이
최은진의 BOOK소리 22-책과 나 사이에 당신이 들어올 빈자리는 없다! ◎ 저자 : 슈테판 볼만 /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 정가 :16,000원 그녀들은 무슨 책을 어떤 이유로 읽고 있는 것일까?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그림을 통해 독서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 매력적인 제목이 일단 눈길을 끈다. 그리고 그림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스마트폰에 밀려 아무리 책이 외면당하고 있고 출판계과 서점계가 불황인 시대라지만, 현대 사회에서책 읽는 여자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독서하는 여자에게서 매력을 느끼는 남자들이 많지 않을까?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여자들이 살던 시대에 책읽는 여자는 위험하다고 남자들은 생각했던 모양이다. 인간은 금기시된 일에는 더욱 욕망을 불태우는 법이다. 몇 백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지적 능력을 지닌 특정 남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책을 쉽게 구할 수도, 읽을 시간적 여유도 없던 시대에 남성보다 열등한 대우를 받고 있던 여자들이 책을 잃는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시대의 화가들은 현실과 상상을 드나드는 책 읽는 여자들의 모습에 매혹되었고 그 모습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겼다. 미켈란젤로, 렘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54 풍선 김사인 한번은 터지는 것 터져 넝마 조각이 되는 것 우연한 손톱 우연한 처마 끝 우연한 나뭇가지 조금 이르거나 늦을 뿐 모퉁이는 어디에나 있으므로. 많이 불릴수록 몸은 침에 삭지 무거워지지. 조금 질긴 것도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네. 모퉁이를 피해도 소용없네. 이번엔 조금씩 바람이 새나가지. 어린 풍선들은 모른다 한번 불리기 시작하면 그만둘 수 없다는 걸 뽐내고 싶어지지 더 더 더 더 커지고 싶지. 아차, 한순간 사라지네 허깨비처럼 누더기 살점만 길바닥에 흩어진다네. 어쩔 수 없네 아아, 불리지 않으면 풍선이 아닌 걸. -------------------------------------------------------------------- 봄인 듯 연두인 듯 불러보는 당신입니다. 오늘은 ‘풍선’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시인이 들려주고 있는 것처럼, 모든 풍선은 우연한 이유로 꼭 한 번은 터지게 됩니다. 그 순간이 저마다의 삶의 리듬처럼 “조금 이르거나 늦을 뿐”이지요. 돌고 돌아도 마주치게 되는 모퉁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하면 어른들이 아무리 알뜰하게 타일러도, “어린 풍성들은 모”릅니다. 아니 알아도 자
WHERE THE WILD THINGS ARE 괴물들이 사는 나라 ●STORY AND PICTURE BY MAURICE SENDAK 저는 처음에 이 동화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일러스트도 어둡고 음침하고, 선뜻 애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들은 유난히 이 책을 좋아합니다. 그 후 저도 시간이 지나 득도하듯 깨달았답니다. 이 책의 진가를 말이죠. 어른들은 책을 읽을 때 먼저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해하기 전에 먼저 느낍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해석하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단지 느낄 뿐이죠. 어른들이 이 책을 판타지라고 할 때 아이들은 말은 못하지만 알았던 것이죠. 이것은 모험과 상상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일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모리스 센닥(M. Sendak)은 1928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브루클린은 가난한 노동자와 이민자들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작가는 분명 어려서부터 맨해튼의 화려한 불빛과 브루클린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았을 것입니다. 2012년에 타계한 저자는 생전 인터뷰에서 나는 동화작가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어린이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작가일 뿐이다. 라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오룡의 역사 타파(73) 피도 눈물도 없이 잔인했던 송강 정철, 최고의 감성주의자(?)가 남긴 교훈 권력욕의 화신, 암군(暗君) 선조의 충직한 신하,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사내는 구구절절 주옥같은 가사 문학을 남긴다. 정철은 성품이 편협하고 말이 망령되고 행동이 경망했기 때문에 원망을 자초하였다. 또정철은 충성스럽고 청렴하고 강직하고 절개가 있어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라를 근심했다 선조 실록과 선조 수정실록에 실려있는 송강 정철에 대한 극단적인 평이다. 1589년 10월, 선조 앞으로 한 통의 비밀 장계가 올라온다. 정여립의 역모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벼슬에서 물러나 있던 정철이 정언신이 정여립의 일가이니 재판관으로 적당하지 않다라고 상소를 올렸다. 선조는 정언신 대신에 정철을 우의정으로 삼아서 재판을 맡겼다. 크게 노한 선조의 마음을 헤아린 걸까. 정철은 역모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정여립이 죽은 뒤에도 그와 관련 있는 사람들까지 모조리 잡아들인다. 3년이나 이어진 수사기간동안 목숨을 잃은 사람만 천여 명. 조선 최대의 옥사, 기축옥사다. 조선의 국법에는아이와 노인은 고문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었지만, 정철은 이발과 그의 80살 노모를 때려죽이고 10
우농의 세설 장무상망 도와자사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당해낼 수 없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당해낼 수 없다.(知之者不如好之者好之者不如樂之者論語雍也) 구멍 난 벼루가 열 개, 닳아 없어진 붓이 천개, 이 모두 약관이전 나이에 이뤄낸 추사의 자기기록이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번암 채제공은 일생에 두 번 놀랐다는데 추사가 유학(幼學-10세 이전)에 썼다는 입춘첩과 다산 유학 때의 독서력이라 했다. 글씨에 일가를 이룬 추사는 전각은 마음을 새기는 일이라며 제주 유배생활을 전각으로 마음을 추스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제자 이상적은 책을 가져다주는데 그중 한권이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 명말 정호가 인장 전각을 모아 엮은 책이다. 사마천은 술로 사귄 친구 술 다하면 끝나고(以酒交者 酒盡而交亦盡) 권력과 돈으로 사귄 친구 권력과 돈 다하면 끝난다.(以權利合者 權利盡而交流)고 했다. 고마움에 뜨거운 여름날 가장 추운 세새한(歲塞寒)을 그려준다. 추사의 삶은 산수화가 아닌 뜻 그림이라는 세한도(歲寒圖)로 압축된다. 산도 물도 없는 한기(寒氣)만 감도는 산수화의 상식을 깡그리 깬 그림. 특이한 점은 오른쪽 하단 낙성관지(落成款識) 장무상망(長毋相忘)은 윗사람이 아랫
최은진의 BOOK소리 21-깊이없는 깊이에의 강요 ◎ 저자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출판사 : 열린 책들 / 정가 :10,800원 향수, 좀머씨이야기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 세간의 관심을 피해 문학상 수상도 거부하고 인터뷰는 물론 사진촬영조차 기피하는 소설가. 그의 문학과 삶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세 편의 소설과 한편의 에세이를 담은 책이다. 왜 나는 깊이가 없을까? 읽은 책을 왜 기억하지 못할까? 살면서 순간순간 스치는 고민이지만 말 그대로 순간에 지나쳐 버리기 쉬운 삶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다시 한 번 짚어준다. 거짓깊이로 혹은 얕은 깊이로 깊이를 강요받는 시대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어떤 종류의 깊이이며, 그 깊이는 얼마나여야 되는가? 물론 여기에 정답은 없다. 깊이에의 강요는 깊이가 없다는 어느 평론가의 의미 없는 한마디에 예술적 고뇌에 몸부림치다 자살하는 여류화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얼마나 평판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 그것으로 얼마나 나약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승부는 인생의 축소판인 체스 게임의 진행과정을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묘사했다. 체스 고수와 그에 도전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53 나비를 읽는 법 박지웅 나비는 꽃이 쓴 글씨 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 나풀나풀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 아슬한 탈선의 필적 저 활자는 단 한 줄인데 나는 번번이 놓쳐버려 처음부터 읽고 다시 읽고 나비를 정독하다, 문득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 울퉁불퉁하게 때로는 결 없이 다듬다가 공중에서 지워지는 글씨 나비를 천천히 펴서 읽고 접을 때 수줍게 돋는 푸른 동사들 나비는 꽃이 읽는 글씨 육필의 경치를 기웃거릴 때 바람이 훔쳐가는 글씨 ----------------------------------------------------------------------------- 이 봄, 나비와 꽃 가까이에 머물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시인이 시를 쓰듯, 꽃은 ‘나비’라는 활자를 통해 어떤 전언을 보내고 싶은 걸까요. 구구절절이 아니라, “저 활자는 단 한 줄”이랍니다. 그러니 “번번이 놓쳐버려/ 처음부터 읽고 다시 읽고/ 나비를 정독하”는 일이 무리는 아니겠지요. 정독의 정독을 거듭하다 깨닫습니다. “문득/ 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 즉 “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말이지요. 어쩌면 세상 모든 편지는 비
이상엽 작가의 고기리 통신원 봄이 오니, 떠나고파 달뜨는 구나 -중국 칭하이성 노란 유채밭 중국 최고의 호수 칭하이. 푸른 바다란 뜻이다. 그 둘레가 360킬로미터이니 제주도가 이 호수에 퐁 빠질 지경이다. 제주도 이야기가 나왔으니, 요즘 중국인들의 제주도 사랑이 지나쳐 마구 땅을 매입하나 본데 여기 칭하이성 칭하이 호수 근처도 마찬가지다. 10년 전에는 지리 교통적으로 오지라 관광객도 없던 곳이 중국 최고의 피서지로 떠올랐다. 평균 해발고도가 3000미터이고 한여름에도 섭씨 20도에 머문다. 두 곳의 비슷한 점은 또 있다. 봄이면 유채꽃이다. 칭하이 호수 주변에 노란색으로 화려하게 물들인 유채꽃은 장관이다. 카놀라유를 만드는 유채는 청보리와 함께 칭하이성을 대표하는 작물이다. 그런데 이곳 유채는 그냥 관상용이거나 기름만 짜는 것은 아니다. 의외의 선물이 있다. 유채에서 따는 벌꿀이다. 유채꽃이 한창일 때면 이동하는 밀봉꾼들이 이곳 칭하성으로 몰려든다. 그 향긋함에 달려가 꿀을 한통 샀다. 근데 너무 묽어 가짜 아니야 했더니 바로 딴 꿀은 점도가 약하다. 시간이 흐르면 굳는다고 한다. 집에 와 꿀통을 여니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 찬장을 뒤져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