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시로 쓰는 편지 82 나의 아름다운 방 신영배 오후 두 시 방향으로 나는 상자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얇게 접어둔 다리 의자는 새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앉아 있던 잠이 툭 떨어져 내린다 의자가 쓰러지고 새가 아름답게 나는 방 오후 네 시 방향으로 나는 물병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흠뻑 젖은 주둥이로 다리를 조금 흘린다 관 뚜껑을 적시는 문장 화분은 고양이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깨진 고양이가 내 손등을 할퀸다 씨앗이 퍼진다 갈라진 손등에 고양이를 묻고 해 질 녘 손의 음송 오후 여섯 시 방향으로 나는 기다란 악기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붉은 손가락으로 관 속의 다리를 연주한다 커튼은 물고기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젖히자 출렁이는 강물 속 내 다리가 아름답게 흐르는 방 -------------------------------------------------------------------- 시인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방’에 관한 이야기. 이 작품에서의 방은 마지막 연에서 볼 수 있듯이 “출렁이는 강물 속/내 다리가 아름답게 흐르는” 공간입니다. 이를 소급적으로 적용해서 시적 주체인 ‘나’의 정체성에 관해 알아볼까요. ‘나’는 세상의 모든 그림자를 가
공자절사 삼불급(孔子絶四 三不及) 공자절사(孔子絶四)라 했다. 네 가지를 끊었다는 말인데 무의(毋意)-자기 맘대로 함이 없고, 무필(毋必)-기어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고, 무고(毋固)-고집을 부리는 일이 없고, 무아(毋我) 꼭 내가 해야만 된다는 욕심이 없음이다. 장자(莊子)는 장자 6권 대종사 편(大宗師篇)에서 이를 심재좌망(心齋坐忘)이라 주석하는데, 심재좌망은 3세기경 중국 위진 시대 장자 주석으로 이름을 떨친 곽상(郭象)에 의해 현토되기를 심재는 몸과 마음의 깨끗함이요, 좌망은 무심의 마음이라 했다. 굳이 선후를 따진다면 아마도 좌망이 있은 후 심재 일 것이다. 좌망은 그냥 앉아서 멍한 상태 즉 멍 때리는 상태쯤으로 보면 된다. 흔히 엄마들이 자녀가 공부하다가 멍하니 있으면 왜 멍 때리고 있느냐며 이마를 콕 쥐어박기 일쑤지만 요즘엔 핸드폰이 생겨서 멍 때리는 시간조차도 빼앗겨버렸다. 좌망이 되어야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 다듬는 심재(心齋)가 형성되는데, 심재가 형성되면 이는 막역어심(莫逆於心)이라 하여 거칠 것이 없는 마음이 될 수 있다. 공자삼불급(孔子三不及)이라하여 공자는 일생에 마음 속에 세 가지를 미치지 못한다했는데 우(憂)와 구(懼)와 혹(
▲ 박흥근 배움터지킴이 손자손녀같은 아이들 보디가드 하루하루 행복 대학생 시절부터 봉사활동 남다른 애향심 나라용인가족건강 근면한 사랑전도사 장평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며 함께 즐거운 삶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마을의 유일한 초등학교입니다.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로 지정돼 학교는 물론 아이들까지도 밝고 맑습니다. 같이 어울려 생활하다보니 아이들과 동화되는 기쁨도 누립니다. 학교의 배움터지킴이 사업에 내가 동참한 것은 행운입니다. 처인구 백암면 옥산리 하산마을에 거주하는 박흥근(81세) 옹은 중학생 시절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928 서울수복 직후였고 서울공고를 빌어 학교 구분하지 않고 무작위로 학생들이 모여 공부하던 시절이었다. 이후 안정 되면서 한양공고에서 정식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중앙대학교에 진학한 박 옹은 화요일과 목요일을 봉사의 날로 정하고 서울역에서 을지로6가까지 구역을 맡아 가로청소를 실시했다. 흑석동에서 상도동까지의 길가도 내가 다니는 길이라고 폐병이나 폐깡통 등을 주우며 정리했다. 그는 아마 내가 했던 일이 새마을 사업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문회라는 이름으로 수도권 대학에 다니던 용인출신학생들의 모임에서 회장직을 맡
오룡의 역사 타파(89) “현모양처라 불리는 사임당 신씨, 그녀를 독립된 여성으로 다시 해석하라.” 사임당 : “제가 죽은후에 당신은 재혼(再婚)하지 마시오. 우리가 7남매를 두었으니 더 구할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의 교훈을 어기지 마시오.” 이원수 : “공자가 아내를 내보낸 것은 무슨 예법이오?” 사임당 : “공자가 노나라 소공 때에 난리를 만나 제나라 이계라는 곳으로 피난을 갔는데 부인이 따라가지 않고 바로 송나라로 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자가 부인과 동거하지 않았다 뿐이지 내쫓았다는 기록도 없습니다.” 이원수 : “증자가 부인을 내쫓은 것은 무슨 까닭이오?” 사임당 : “증자의 부친이 찐 배를 좋아했는데, 부인이 배를 잘못 쪄서 부모에 대한 도리를 다하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이 내보낸 것입니다. 그후로 증자는 새장가를 들지는 않았습니다.” “ 주자 나이 47살에 부인 유씨가 죽고, 맏아들 숙은 장가들지 않아 살림을 할 사람이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남편인 이원수에게 자신이 죽은 후에 재혼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사임당은 공자와 주자의 고사를 인용하며 논리적으로 대응한다. 남편의 말에 순응하는 ‘양처’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4살에 공부를 시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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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SNS 활동…소통 창구로 거듭나야 얼마 전 힐러리 전 미국 국무장관이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동영상을 올리며 대선 출마선언을 했다. 성대한 기자회견이 아닌 2분짜리 짧은 동영상이다. 그녀는 SNS를 통해서 미국의 첫 여성대통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짧은 출마선언 동영상일 뿐이지만, 미국 주요 언론들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만약 그녀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의 첫 여성대통령이기도 하지만 첫 번째 부부 대통령이라는 기록까지 남기게 된다.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예비 입후보 예정자들의 발걸음이 부쩍 빨라졌다. 눈에 띄게 분주해진 것은 정치인들의 SNS 활동이다. 유권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엔 반드시 정치인들이 몰려간다. 그들은 웬 종일 행사장을 떠돌며 스킨십을 하고, 순간순간 다양한 스마트폰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등 자신들의 얼굴 알리기 활동에 여념이 없다. 그간 관례적으로 해왔던 출판기념회를 못하게 되면서 SNS 선거운동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은 전국 시‧도당에 ‘출판기념회 자제 권고의 건’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해당 정치인들은 예정했던 출
길눈이
최은진의 BOOK소리 50 알고 싶어하는 순간 사랑은 시작된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저자 : 최재천 / 출판사 : 효형출판 / 정가 : 12,000원 인간은 정말 동물보다 나은 종(種)인가?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라는 말에 깔려 있는 인간우월주의에 대한 신념을 깨뜨려주는 최재천 교수의 책. 인간도 결국 자연의 일부일 뿐이니 겸허한 마음으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라고 한다. “알면 사랑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생명에 대한 경외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알면 사랑하게 되는 것인지, 사랑해서 알게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알고 싶다는 욕구는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증거임에 틀림없다. 최근 끔찍한 테러로 희생된 억울한 죽음을 전 세계인이 애도하고 있다. 어느 철학자는 사람만이 유일하게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며 죽음이 모든 것의 종말인지를 의심할 줄 안다고 주장했다지만, 침팬지의 사례를 보면 동물도 죽음을 애도한단다. 그리고 타조와 물고기도 남의 자식
용인신문 시로 쓰는 편지 81 뜨거운 곡선 박성준 기념하고 싶은 날을 만듭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꿈이 꿈을 꿉니다 나는 내 숨소리에서 네가 가장 두렵습니다 남자가 안개처럼 눈을 감으면 만나지 못한 방들은 햇빛이 됩니다 이때 여자는 눈을 감고 겨우, 냄새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새들이 제 그림자를 쫓아가 울면 맥박은 조금 더 분명해졌을까요 어떻게 한 번쯤 죄인이 되지 않고서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는지 먼 곳에서 물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말이든 해달라는 얼굴로 늘상 고함을 쳐도 좀체 구름 떼는 짐승 바깥으로 돋지 않고 용서나 허락이 필요한 아침입니다 창문들이 어디론가 메스껍습니다 손톱처럼 웃던 여자는 하품을 하다가 눈물을 흘립니다 종이에는 의자가 숨어 있고 물속에는 죄다 수술 자국뿐입니다 벌써부터 도착해 있는 자목련은 남자의 이마를 닮았습니다 신작로 위에 분분하던 잿빛들은 놀랍게도 무릎이 아닙니다 대체 이게 다라면, 남자는 계단을 내려가고 여자는 계단을 붙잡아 지웁니다 우리는 평평하게 숨을 쉬고 있습니다 나는 나에게 거절당한 적이 있습니다 하품을 하면 눈물이 나는 이유는 꿈에서나 슬퍼할 일을 먼저 예감했기 때문입니다 -----------------------
▲ 몽골횡단열차를 타고 외몽골 울란바타르로 가는 길. 눈에 덮인 외계행성을 찾은 기분이다 고기리 통신원 춥다. 춥다 한들, 이곳만 할까 -유목의 땅, 몽골 이상엽 요즘 춥다. 고기리는 더 춥다. 광교산 밑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도심보다 몇도는 낮다. 그래도 전에 여행을 했던 몽골의 고원만 할까. 그곳은 보통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는 곳 아니던가. 10만년전 아프리카에서 나온 인류가 가장 극적으로 변한 곳이 아마도 이 땅 몽골의 초원이었을 것이다. 극냉의 한기를 이기기 위해 인간은 신체를 변화시켰다. 밝은 피부와 찟어진 눈, 낮은 코, 단단하고 짧은 체구. 그곳 사람들을 만나러 갔다. 몽골 초원의 천막인 게르 안은 쌀쌀했다. 밤새 자작나무를 태운 난로는 새벽녘에 완전히 꺼졌다. 게르의 구멍 뚫린 천정 밖으로 푸른 하늘이 보인다.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밖으로 나갔다. 초원은 하얗게 눈이 내려있고 고원답게 낮은 구름이 안개마냥 산허리에 걸려있다. ▲ 초원의 유목민. 양들을 이끌고 이곳저곳 눈 속에 뭍인 풀을 찾아 헤맨다 ▲ 아무리 추워도 사람들은 돌아다닌다. 영하 20도만 되도 푸근하다고하는 울란바타르 사람들 ▲ 몽골인들은 대단히
오룡의 역사 타파(88) 친일에 대한 확신범, 그들에게서 반성문은 없다. 자기 합리화만 있을 뿐이다. 잡지 , 1922년 5월호에 춘원 이광수는 작심하고 글을 썼다. “거짓되고, 공상과 공론만 즐겨 나태하고 서로 신의와 충성이 없고, 일에 임하여서는 용기가 없고, 이기적이어서 사회 봉사심과 단결력이 없다.” 그는 우리 민족의 식민지 전락은 열등한 민족성에서 기인된 것이기에 조선민족을 ‘개조’해야 한다는 을 주장했다. 그가 주장하는 ‘개조’된 인간의 특징은 ‘국가에 대해서는 모든 임무를 다하는 완성된 범인(凡人)’이다. 일본의 통치에 적극적으로 순응하고 복종하며,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개조된 인간이라는 것이다. 1924년 동아일보에 발표된 에서 “조선 내에서 허락되는 범위 안에서 정치적 결사를 조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를 떠돌아다니며 헛되이 독립을 꿈꾸거나, 단지 감옥에 들어갔다’ 오는 독립 운동가들을 과소평가한 그는 식민지의 독립이 아닌 ‘자치론’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40년 2월 12일부터 본격화된 창씨개명은 식민지 조선을 ‘내선일체’의 하나로 총독부가 조선인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도록 한 것이다. 그날 아침 관공서가 문을 여는 시각을 기다
용인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