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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것도 장관이라고…. 세자 광(光)은 부친 영공(靈公)이 애첩 중자(仲子) 소생의 이복동생 아(牙)를 세자로 책봉하자 졸지에 폐 세자가 된다. 이에 사부인 최저가 영공을 죽이고 폐 세자 된 영공의 아들 광을 제위에 앉힌다. 그가 제나라 22대 군주 제(齊)장공(莊公). 이자는 혼음무도한자다. 제장공은 최저의 후처 당강(棠姜)을 겁탈 후 6년의 세월을 교정(交情)한다. 장공이 위에 오른 지 6년째(기원전 546) 되는 해 5월, 견디다 못한 최저는 장공을 죽인다. 그리고 1년 뒤 기원전 547년 1차 사초가 교정을 거쳐 정사(正史)로 기록되는 날 사관 백에게 제장공이 학질로 죽었다고 쓰라고 했다. 사관 백(伯)은 “우상 최저가 제장공을 죽였다(午月乙亥日崔杼弑莊公)”고 썼다. 최저는 그를 죽인다. 형의 직을 승계한 동생 사관 중(仲) 또한 “최저가 그 임금을 죽였다(崔杼弑莊公)”고 썼다. 최저는 그도 죽인다. 형의 직을 승계한 막내 사관 계(季)도 “최저가 그 임금을 죽였다(崔杼弑莊公)”고 썼다. 이쯤 되자 천하의 최저도 어쩌지 못했다. 사관의 권력이 정승을 넘어서는 순간이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60년 전. 기원전 60
▲ 이 돈대는 연미정이라는 양반집 마당에 세워졌다. 국가가 징발한 것이다. 그 돈대 여장 너머로 근무하는 초병과 조강, 그리고 황해도가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겹의 경계가 존재한다. 월곶돈대 강화도 2015 이상엽 LEE Sang-Youp 변경의 역사 The History on Frontier 제6회 일우사진상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기념전 2016. 2. 25. - 2016. 3. 30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상엽의 제6회 일우사진상 다큐멘타리 부문 수상기념전이 오는 25일부터 3월 30일까지 35일간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 작가는 지난해 일우스페이스에서 제6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특별한 작가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자로 전시 주제는 「변경의 역사」다. 그는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 변경에 주목해 땅의 개발과 변화, 인간과 노동의 소외되는 신자유주의적 풍경을 찍고 여러 매체에 연재해 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강화도 돈대를 소재로, 중심과 변경, 지배와 복종, 권력과 배제라는 측면 한국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시간의 씨줄과 공간의 날줄로 엮어 본 전시로 34점의 신작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 기획자 신수진은 신작 「변경의 역사」는 이전에 그가 집
아동학대는 부모교육 부재 탓… 최근 부모의 어린 자녀 살해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용인에 살았던 것으로 확인된 40대 어머니는 7살 난 친딸을 때려 숨지게 했다. 이후 암매장했다가 5년 뒤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부천에서는 초등생 아들을 살해 후 시신을 냉동 보관한 사건이 드러났고, 목사 부부는 여중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해놓고 미라 상태로 유기했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부모의 자식 살해는 패륜 중 패륜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끔찍한 사건이 비단 이정도 밖에 없을까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가정 내 아동폭력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식 살해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우리사회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일련의 사건이 알려진 계기는 지난 해 말 인천에서 컴퓨터게임 중독자인 30대 아버지로부터 학대당한 11살 여자아이가 기아 상태로 온몸을 폭행당한 채 발견되면서다. 여론이 들끓자 경찰이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를 벌이면서 사건들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7살 딸 살해 사건은 경남 고성경찰서에서 장기결석 아동인 큰 딸의 행방을 모른다는 어머니를 추궁,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7년 전 5살과 2살짜리 딸을 데리고 집을 나온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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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시로 쓰는 편지 88 나의 매화초옥도 조용미 눈 덮인 산, 무거운 회색빛 하늘, 초옥에서 창을 열어두고 피리를 불며 앉아 있는 선비의 시선은 먼데 창밖을 향하고 있다 어둑한 개울에 놓인 다리를 밟고 건너오는 사내는 어깨에 거문고를 메고 있다 멀리서 산속에 있는 벗을 찾아오고 있다 방 안의 선비는 녹의를 그는 홍의를 입고 있다 초옥을 에워싸고 매화는 눈송이가 내려앉듯 환하고 아늑하다 매화를 찾아, 마음으로 친히 지내는 벗을 찾아 봄이 오기 전의 산중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생겨나고, 부유하고, 바람의 기운 따라 천지간을 운행하는 별처럼 저 점점이 떠 있는 흰 매화에서 우주의 어느 한 순간이 멈추어버린 것을, 거문고를 메고 가는 한 사내를 통해 내가 보았다면 눈 덮인 산은 광막하고 골짜기는 유현하여 그 속에 든 사람의 일은 참으로 아득하구나 천리 밖 은은하게 번지는 서늘한 향을 듣는 이는 오직 그대뿐 밤하늘의 성성한 별들이 지듯 매화가 한 잎 한 잎 흩어지는 봄밤, 천지간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나는 그림 속 사람이 된다 별빛이 멀리서 오듯 암향도 가깝지 않다 -------------------------------------------------------
최은진의 BOOK소리 58 삶은 결국 ‘눕기’로 시작되고 끝난다! 눕기의 기술 -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 ◎ 저자 : 베른트 브루너 / 출판사 : 현암사 / 정가 : 14,000원 눕는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어떤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눕기란 게으르고 태만하여 쓸모없다는 것이 일반적일 터. 그러나 야근에 지쳐서 돌아온 늦은 밤, 이불 덮인 아랫목이나 포근한 침대에 몸을 뉘는 것이 최고의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어깨에서 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홀가분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눕기’를 예찬하는 이 책을 읽어보자. 눕기가 얼마나 생리적이고 심리적이며 창조적일 수 있는지, 나아가 삶의 속도에 관한 심오한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사유를 하게 해 주는 ‘눕기’에 대한 가이드북이다. 어쩌면 조금은 황당한 제목에, 웃기는 주제일 수 있지만 수평 자세를 잊은 당신을 위해서 저자는 눕기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찰한다. 인간이 수평 자세로 경험하는 세계를 알아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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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57 놀랍고 아름다운 나만의 우주를 찾을 때까지 화재감시원 ◎ 저자 : 코니 윌리스 / 출판사 : 아작 / 정가 : 14,800원 영미권 SF의 거장인 코니 윌리스의 단편집 중 작품성이 돋보이는 수상작을 엮었다. 가장 유쾌하고 수다스러우며 그러면서도 놀랍도록 매혹적인 SF라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이 책의 가치는 단지 SF라는 장르에만 국한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로 놀랍다. 각 작품마다 친절하게도 저자의 후기가 실려 있는데 그 작품만큼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워서 마치 물건을 사고 딸려 온 사은품이 근사할 때처럼 행복해진다. 리알토에서를 시작으로 나일강의 죽음,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 화재감시원, 내부 소행 등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어느 한 편도 지루할 틈이 없다. 시간 여행이라는 지금은 진부해진 소재를, 참신하고도 세련되게 그려낸 작품 화재 감시원은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려준다. 가장 돋보이는 작품 리알토에서는 양자물리학이라는 접근하기 어려운 개념을 코믹하면서도 철학적으로 담아낸 개그물이다. 서로를 끊임없이 오해하고 엇갈리는 인물들, 자신의 이야기만 죽어라 떠들어대는 데만 열중하는 그들에게서 우리 자신을 엿볼 수 있다
7세 아이가 쓰는 입춘첩(立春帖) 입춘(立春)은 24절기의 맏형인 봄의 시작을 의미한다. 한해의 행복과 건강을 비는 마음을 유일하게 문자로 명토박아 써서 대문짝(문비門扉)에 붙여 다음해까지 떨어지지 않게 하여 십년을 그 위에 붙이고 또 붙인다면 귀신도 감동해서 복을 안 줄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이를 입춘첩(立春帖)이라하는데 입춘첩은 반드시 마을이나 집안의 7세 된 아이가 당일 아침 7시에 써야 효험이 있다한다. 입춘대길 건양다경(建陽多慶). 봄에 들어서니 크게 길하고 하늘의 기운으로 땅에 경사가 많다. 입춘첩으로서는 최고의 명문으로 치는데 이유는 측성으로 시작해서 측성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높은음 즉 높은 기운이 사기(邪氣)를 누른다는 말이다. 물론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는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라는 오언구도 있다. 똥구멍이 찢어지려해도 심줄이 걸려서 못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이런 글귀까지 써서 붙여야 할 만큼의 절박했던 벼랑 끝 삶이었으랴. 문제는 7세 된 아이가 붓글씨로 입춘첩을 써서 대문에 붙일 정도면 거필삼년득체미(擧筆三年得逮味 붓을 든 지 삼년이라야 붓 맛을 알
용인신문 시로 쓰는 편지 87 그대에게 가는 모든 길 백무산 그대에게 가는 길은 봄날 꽃길이 아니어도 좋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새하얀 눈길이 아니어도 좋다 여름날 타는 자갈길이어도 좋다 비바람 폭풍 벼랑길이어도 좋다 그대는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그대는 그곳에서 그렇게 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일렁이는 바다의 얼굴이다 잔잔한 수면 위 비단길이어도 좋다 고요한 적요의 새벽길이어도 좋다 왁자한 저잣거리 진흙길이어도 좋다 나를 통과하는 길이어도 좋다 나를 지우고 가는 길이어도 좋다 나를 베어버리고 가는 길이어도 좋다 꽃을 들고 가겠다 창검을 들고 가겠다 피흘리는 무릎 기어서라도 가겠다 모든 길을 열어 두겠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하나일 수 없다 길 밖 허공의 길도 마저 열어두겠다 그대는 출렁이는 저 바다의 얼굴이다 -------------------------------------------------------------------- 그대에게, 미래에게 가 닿을 수만 있다면, 그 길이 꽃길이든 눈길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요. 자갈길 혹은 벼랑길이라도 달게 걷고 걷게 될 것 같습니다. 걷는 것만이 방법이라면 말이지요. 한 걸음 한 걸음이 새로운 발돋움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