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도 대한민국 L 그룹의 ‘형제의 난’(?)이 발생하면서 법조계에서는 ‘만약, 창업주가 미리 후견인을 지정해 도움을 받았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창업주의 치매설까지 있었고, 그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오는 ‘후견인’. 많이 들어본 것 같지만 일반인에게는 낯선 말이기도 하다.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성년후견제도다. 예전에 획일적으로 과도하게 제약했던 금치산·한정치산제도 대신 본인의 의사와 현존능력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취지다. 장애·질병·노령 그밖에 정신적 제약으로 인해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에게 폭넓은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이다. 성년후견제도 하에서는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의 재산보호뿐만 아니라 의료행위, 거주지 결정 등 신상에 관한 폭넓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가정법원 또는 후견감독인에 의한 실질적인 후견업무의 감독이 가능해졌으며, 후견과 관련한 별도의 등기제도를 운영하여 후견인 선임여부에 대한 개인정보도 보호된다. 성년후견제도에는 다시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이 있으므로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종류의 성년후견을 선택하여야 하고, 피후
용인신문 시로 쓰는 편지 92 아네모네 성동혁 나 할 수 있는 산책 당신과 모두 하였지요 사랑하는 이여 제라늄은 원소기호가 아니죠 꽃 몇 송이의 허리춤을 자른다고 화원이 늘 슬픔에 뒤덮여 있는 건 아니겠지만 안 잘리면 그냥 가자 꽃의 살생부를 뒤적이는 세심한 근육을 우린 플로리스트 플로리스트라고 하지 꽃범의 꼬리 매발톱 모종의 식물들은 죽은 동물들이 기어코 다시 태어난 거죠 거기 빗물에 장화를 씻은 사람아 가을의 산책은 늘 마지막 같아서 한 발자국에도 후드득 건조하고 낮은 짐승이 불시에 떨어지는 것 같죠 나의 구체적 애인이여 그래도 시월에 당신에게 읽어준 꽃들의 꽃말은 내 편지 다름 아니죠 붉은 제라늄 내 엉망인 심장 포개어진 붉은 장화 아네모네 아네모네 나 지옥에서 빌려온 묘목 아니죠 -------------------------------------------------------------------- 시인들의 시인 성동혁. 그는「리시안셔스」라는 시에서 “나는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아네모네’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그러니까 이별의 말들. 이원 시인은 그의 시에 대해 “얼핏 보면 고요하고 일상적인 풍경
우농의 세설 안철수가 뭐라 징징대든 문재인은 문재인 길을 가라. 문재인 전직이 대통령 비서실장 이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국가 시스템을 알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지난 대선 때 느닷없이 튀어나온 안철수 후보에게 전 방위적으로 끌려 다니면서 상처뿐인 후보단일화를 이끌어냈다. 이를 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실질적 당수는 툭하면 나는 야권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해 세번 희생과 헌신을 했다.며 징징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 비친 당시 안철수 후보의 행동은 옆에 있으면 그냥 콱 한대 때려주고 싶은 왕짜증 그 자체 였다. 더군다나 지금은 국민의당을 창당해서 문재인당 떨거지들을 야금야금 빼돌리고 있는 현실이다. 동네 뒷골목 양아치도 이런 짓은 안한다. 남자는 선이 굵어야한다. 김무성처럼 미국 어느 무덤에 가서 넙죽 절이나하고. 이것도 체신 머리 없는 짓이다. 최소한 한 국가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비굴(?)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윗사람이 절제하지 않으면 백성들은 견디다 못해 난을 일으킨다. 上無量則民乃妄.管子牧民일찍이 관자는 국유사유(國有四維)를 말했다. 사유란 국가를 지탱하는 네 개의 끈인데 예의염치(禮義廉恥)를 말한다. 예는 절도를 넘
최은진의 BOOK소리 62 주머니에 넣어두고 다니다가 한 번씩 꺼내보고 싶은 이야기들 웬만해서 아무렇지 않다 ◎ 저자 : 이기호 / 출판사 : 마음산책/ 정가 : 12,500원 곶감 빼먹듯 하나씩 빼어내서 한입씩 베어 물면 좋을 달달한 간식같은 이야기들로 무장한 짧은 소설. 한번 맛보면 저도 모르게 손이 가는 추억의 과자처럼 자꾸만 펼쳐보게 만든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생각나게 하는 그의 소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에서 받은 첫 느낌처럼 제목에서부터 심오한 유머가 연상된다. 영국 작가 토마스 모어가 죽음을 앞둔 단두대에서 내 수염은 잘리지 않도록 하시오. 그건 죄가 없으니라고 한 농담이 연상되는 건 심각한 상황에서도 생생한 삶의 웃음을 선사하는 주인공들 때문이다. 웃고 싶은가, 울고 싶은가, 그럼 이기호를 읽으면 된다는 소설가 박범신의 말처럼 이 이야기들 속에는 눈물과 웃음이 농담처럼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다. 40편의 특별한 짧은 소설로 소개된, 아주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힘은 무시할 수가 없다. 우선 작가 이기호의 말을 들어보자. 짧은 글 우습다고 쉽사리 덤볐다가 편두통 위장장애 골고루 앓았다네 짧았던
길눈이
길눈이
남편이 나를 제거하러 온 외계인이라면? 휴먼 - 어느 외계인의 기록 ◎ 저자 : 매트 헤이그 / 출판사 : 아이세움 / 정가 : 14,000원 때로는 나를 가장 모르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생각 한 번씩 해봤을 것이다. 인간은 인간을 잘 모른다. 그래서 여기 인간에 대해 가장 객관적이고도 섬뜩하리만치 정확하게 파악하여 기록한 외계인이 있다.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수학적 발견을 한 천재수학자 마틴 앤드류의 모습으로 지구에 나타난 외계인의 인간에 대한 기록은 친절하게도 냉엄하고 정확하다. 마틴의 위대한 발견과 관련된 자들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받고 지구로 온 외계인 보나도리아인의 눈에 인간보다 더 외계인스러운 생물은 없다. 그리고 그의 기록은 유한한 삶의 의미와 무의미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사랑이나 가족 따위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 감정없는 그들은 완전무결한 수학적 삶을 추구한다. 낯설고 생소한 인간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 인간의 아내와 아들을 죽여야 하는 주인공. 하지만 감정이라는 게 생겨나면서 그 임무는 실패하게 된다. 그가 죽여야 했던 아내와 아들이 지켜주고 싶은 존재로 변화하는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 식상하지
한국 야당 정치사의 애물단지 안철수 천하를 다스리는 데는 군자 여럿도 모자라지만 나라를 망치는 데는 소인 하나면 족하다. 황석공(黃石公)은 삼략(三略)중 하략(下略)에서 말한다. 무릇 참된 정치인은 백성의 부(富)와 빈(貧)의 근원을 밝히고, 성공과 실패의 조짐을 꿰뚫어 볼줄 알아야 하며 혼란의 기미를 사전에 막고 진(進), 퇴(退)의 명분이 분명해야 한다. 구준(寇准 961-1023)이 관료들과 밥을 먹다가 국물이 흘러 수염에 묻자 정위(丁謂)가 얼른 일어나 옷소매로 구준의 수염을 닦아준다. 이에 구준이 몹시도 흐뭇해하며 왈, “정사에 참여하는 국가대신이 상관의 수염까지 닦을 정도면 백성도 잘 챙기겠구먼.”이라고 하자 함께 밥을 먹던 주변인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이때부터 알랑방귀 끼는 자를 유수박마(溜須拍馬)라한다. 이런 일이 있은 후 구준은 정진공(丁晉公) 정위(丁謂966-1037)가 참된 인재라 생각되어 재상 이항(李沆)을 찾아가 승진을 부탁하지만 번번히 퇴짜를 맞는다. 연유를 묻자 왈, “똑똑하고 다 좋은데 딱 한 가지가 문제야. 정치를 잘못 배운 탓에 예(禮)가 없어. 근자에 문재인 책사 김종인은 국민의당 실질적 당수 안철수를 일러 “정치를 잘못 배
용인신문 시로 쓰는 편지 91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 시인이 노래하는 ‘한 잎의 여자’는 풀푸레나무에서 비롯되고 있지요. 풀푸레, 라고 발음하면 눈앞에 푸른 기운이 가득 맴돌게 됩니다. 낙엽 지는 넓은 잎의 큰키나무. 꽃은 5월에 새 가지 끝에 피고 열매는 9월에 익으며 물속에 넣은 가지가 물을 푸르게 만든다고 하여 물푸레라 한다지요. 수많은 나무 중에 물푸레
물 Water By FRANK ASCH Moon Bear 시리즈로 유명한 Frank Ashe( frankashe.com)는 주로 영어읽기 첫 단계의 동화책을 쓴 작가입니다. 『Water』 또한 문장만으로는 아주 간단한 책입니다. Water is rain. Water is dew. Water is ice and snow... 물은 비. 물은 이슬. 물은 얼음과 눈....... Water is _____. 이렇게 간단한 문장이(key sentence) 반복될 뿐이죠. 저는 이 문장을 활용하여 아이들과 시 짓기 놀이를 합니다. 문장을 바꿔서 물은 나무. 물은 별. 물은 엄마. 더 나아가 꽃은 별. 별은 나비... 이렇게 물과 나무, 물과 엄마. 별과 꽃들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놀이도 합니다. 물은 무색무취입니다. 그러나 책 속에서 물은 무지개빛 입니다. 물은 세상 모든 색입니다. 물은 투명하기에 물이 가닿는 곳의 빛깔이 됩니다. 수선화 꽃잎위에서 물은 노란색입니다. 흙속에서는 흙색이 됩니다. 내 입술에서는 내 입술색이 됩니다. 물은 어디든 갑니다. 물은 어디든 가서 자신을 버립니다. 제 유년기의 마당 한가운데는 우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집 앞에는 사시사철 도랑물
오룡의 역사 타파(95)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게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게 부끄러운 것이다. 1937년 젊은 문학청년 윤동주가 연희전문에 입학하던 즈음에 만주 곳곳에 황군이 몰려왔다. 오래전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은 말과 글을 쓰지 못했고, 징병과 공출로 신음했다. 식민지의 어둠이 짙어질 때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반듯한 청년 윤동주는 끝내 아침을 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오뚝하고 곧은 콧날, 크고 선한 눈망울, 유난히 흰 살결의 청년 윤동주는 1917년 만주 간도 명동촌의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다. 항일 감정이 특출난 마을에서 어린 동주에게 사촌형 송몽규와 친우인 문익환의 영향은 컸다. 1932년 윤동주는 고향 명동을 떠나 용정에 있는 기독교계 학교 은진중학교에 입학한다. 은진중학교 때의 그의 취미는 다방면이었다. 축구 선수로 뛰기도 하고 밤늦게까지 교내 잡지를 내느라고 등사 글씨를 쓰기도 하였다. 윤동주는 불같이 행동하는 실천적인 투사가 아니다. 그는 외부의 압력에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 못하고, 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양심의 괴로움으로 슬퍼하는 내면적인 사람이다.
용인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