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시인의시로 쓰는 편지 북방(北方) 안도현 물 좋은 명태의 대가리며 몸통을 칼로 쫑쫑 다져 엄지손톱 크기로 나박나박 썬 무와 매운 양념에 버무려 먹는 찬이 있다 어머니가 말하기를, 명태선이라 한다 국어사전에는 물론 없다 이 별스럽고 오래된 반찬은 눈발의 이동경로를 따라 북방에서 남으로 내려왔을 것 같다 큰 산에 눈 많이 내리거나 처마 끝에 고드름 짱짱해야 내륙의 부엌에서는 도마질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이것을 나는 노인처럼 편애하였다, 들창에 눈발 치는 날 달착지근한 무를 씹으면 입에서 눈 밟는 소리가 나서 좋았고, 덜 다져진 명태뼈가 가끔 이에 끼여도 괜찮았다 나도 얼굴을 본 적 없는 할아버지 맛있게 자셨다는 이것을 담글 때면 어머니는 솜치마 입은 북쪽 산간지방의 여자가 되었으리라 그런 날은 오지항아리 속에 먼 바다를 귀히 모신다고 생각했으리라 갓 담근 명태선을 놓고 아들과 함께 밥을 먹는 오늘 저녁, 눈발이 창가에 기웃거린다 북방한계선 밑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은, 수만 마리 명태떼가 몰려오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상가 임대차와 신의성실의 원칙 1. 상가 소유자의 부탁으로 임차인은 소유자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도록 하기 위해 은행에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작성해줬고, 은행은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받은 후 대출해 주고 근저당권설정 등기를 했다. 그런데 소유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아 경매절차가 진행됐고, 갑돌이는 상가를 경락받은 후 임차인에게 상가를 인도해 달라고 한다. 임차인이 보호될 수 있을까. 2.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차의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건물의 인도와 「부가가치세법」 제8조, 「소득세법」 제168조 또는 「법인세법」 제111조에 따른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는 효력이 생기고, 임차건물의 양수인에 대하여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으며(제3조 대항력), 이에 더하여 관할 세무서장으로부터 임대차계약서상의 확정일자를 받으면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 시 임차건물(임대인 소유의 대지를 포함)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제5조, 보증금의 회수). 다만 임차인은 임차건물을 양수인에게 인도하여야 보증금을 받을 수 있고, 보증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은 국민권익위가 주관하는 2016년도 공공기관(정원 2300명 이상) 청렴도 측정결과 종합청렴도 8.91점(2015년 8.80점)으로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1등급(1위)으로 선정됐다. 특히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청렴도는 9.17점으로 전체 606개 기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올해 측정은 최근 1년 동안 해당기관 업무처리를 경험한 국민(외부청렴도), 소속직원(내부청렴도), 전문가(정책고객평가)들이 8월~11월까지 전화, 온라인(스마트폰, 이메일) 등을 통해 응답한 결과에 부패사건 및 신뢰도저해행위 감점을 반영해 산출했다. 공단은 반부패특별추진위원회, 청렴옴부즈만 등 활성화로 부패취약요인을 제거했고 지사 위주의 청렴컨설팅을 팀 위주의 ‘맞춤형 청렴컨설팅’으로 대폭 확대 실시하며 지사 직원과의 소통강화와 현장중심 청렴문화 확산에 노력하며 적극적인 반부패청렴활동을 추진해왔다. 또한, 의약업체 및 소비자단체 등과의 교류를 통해 공단서비스의 문제점 등을 지속적으로 청취했으며 부패사건 근절을 위해 익명신고시스템·청탁금지 위반신고 등 부패신고 경로를 다양화하고 포상금확대, 청렴활동 및 감찰업무 전담부서 신설
어리석은 자들과는 천하를 도모하지 말라 왕이 혼군이나 암군으로 기억되는 것은 대부분 측근의 아둔한 탓이다. 훌륭한 측근을 둔 임금은 위기에 처하지도 않을 뿐더러 설령 처한다 해도 다스림에 규각(圭角)이 없다. 나라를 다스림에 왕은 미주알고주알 나서지 않는다는 말이며, ‘어험’ 한마디면 나라는 태평성대가 된다. 이를 ‘천하위공’이라 했다. 고래로 명군을 일러 오동나무요, 그 오동에 깃드는 신하 곧 새를 봉황이라 했다. 정현(鄭玄)은 시전(詩箋)에서 봉황의 품성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는다鳳凰之性 非梧桐不棲. 쉽게 말해서 충신은 난세일수록 그 뜻을 바르게 세운다는 말이다. 혼군 박근혜는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그 답은 통일교 창업주 문선명에게서 찾을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문선명을 일러 재림주다 뭐다 하며 꼴 같지 않는 칭송을 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도 죽어 백골이 진토 된 여느 범부와 다를 바 없다는 것. 그럼에도 그가 여느 범부와 다른 점은 성경에 최소한 두 개는 분명하고도 정확히 갈파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통일교를 어마어마하게 일으킨 단초다. 없는 놈은 있는 것 마저 빼앗긴다는 마태복음의 법칙이 그 첫째요.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최은진의 BOOK소리 91 가난할 줄 아는 사람들의 아름다움 빈자의 미학 ◎ 저자 : 승효상 / 출판사 : 느린걸음 / 정가 : 12,000원 탐욕의 밑바닥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참담한 요즘, 건축가 승효상이 말하는 ‘빈자의 미학’이 주는 울림은 적지 않다. ‘여기서는 가짐보다 쓰임이 더 중요하고, 더함보다는 나눔이 더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더욱 중요하다’라는 이 문구는, 차고 넘치는데도 부족함을 느끼는, 저 높은 곳에 있는 분들(?)에게 고하는 경종같달까? 20년 전 건축서적 판매상들이 큰 책 팔 때 끼워팔던 이 책이 절판된 후 베스트셀러가 되고 경매에서 수십만 원이 넘는 고가에 팔리는 희귀본이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28페이지의 적은 분량이지만, 그의 철학이 반영된 11점의 건축물과 그가 높은 안목으로 엄선한 아름다운 건축물들에 달린 독특하고 탁월한 주석은 이 책을 건축 전문 책이 아닌, 삶의 철학과 방식에 관한 책이 되어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건축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짓는 것이다. 그의 생을 지탱하는 ‘빈자의 미학’은 가난한 사람들의 미학이 아니라, 가난할 줄 아는 사람들의 미학이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돈
고혈압과 당뇨는 심·뇌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적정관리가 매우 중요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지속적 관리가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혼자서 관리하기 힘든 고혈압, 당뇨질환을 동네의원 주치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 받으실 수 있도록 「만성질환관리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만성질환자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2~3개월에 한 번씩 약을 타러 의원에 방문 하지만 실제로 혈압·혈당 조절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 ‘만성질환관리 시범 사업’은 대면 진료 기간에 환자가 주 1회 이상 자택(사무실 등)에서 본인이 직접 측정한 혈압·혈당 수치를 환자의 상태를 잘 아는 동네 의사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문자 발송 또는 필요시 전화상담)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참여하는 환자는 사업기간 동안 본인 부담 비용이 없으며, 자가 측정을 위한 혈압계와 혈당계 무료 대여, 혈당수치 확인용 검사지 등 소모품(주 3회 기준)도 무상으로 지급한다. 본 사업은 다니던 동네의원의 재진 환자가 대상이므로 먼저 본인이 진료 받고 있는 의원이 참여의원인지 여부를 고객센터(1577-1000)나 가까운 지사에서 확인하고 단골의원이 없거나 이사 등으로 단골의원의 진료가 어려
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삽십 분 김상혁 미친 아이가 집 앞에서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저기서 언덕을 밀고 있어요. 그래 나는 호의를 베풀려고 언덕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되물었다. -어제는 십분, 오늘은 이십 분을 밀었지요. 여름의 뜨거운 정오라서 먼 풍경은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가 계속 잘하고 있었구나. 시간이 정말 흐르고 있겠구나. ----------------------------------------------------------------------------- ‘미친 아이’(아마도 세상이 그렇게 호명했을)와 ‘내’가 마주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고사,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떠올리게 하는 시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지나친 고민의 시간 대신 발자국을 내딛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시는 어떤 말씀도 아니고 가르침은 더더욱 아니고, 한 방향을 다같이 바라보자는 정언명령이 아니지요. 그저 질문하고 답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백지 속에 찍힌 활자들이 서로 어울려 한 세계를 이루는 기적, 시만이 할 수 있는 그 능력을 바라봅니다. 아이와 나는 서로 조응하기도 하지만, 극과 극의 당김 속에 팽팽한 기류가 흐
오룡의 역사 타파(110) 조선 후기 탈놀이 광장(마당)은 해방구였다. 양반과 상놈의 구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이었다. ‘놀다’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보내는 것’과 ‘놀이를 하며 즐겁게 지내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신명나게 놀아보세’는 신을 불러낼 정도로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친 듯이 논다’는 것과 ‘신들렸다’는 의미는 비슷하게 쓰인다. 조선의 양반들은 놀고 먹는자는 광대와 중이라 했고, 미친 자들은 무당과 기생이라 불렀다. 진짜로 놀고 먹는자들이었던 양반들에 대한 불신은 놀고 즐기는 탈굿판의 형식에서 가장 통렬했다. 안동 하회 마을의 농민들은 정월 초부터 보름까지 풍물놀이를 즐겼다. 양반을 비판하는 자리는 신명이 절로 났던 모양이다. 풍년을 비는 축제의 마을잔치에서 탈놀이는 최고의 흥행카드였다. 양반에게 직접 할 수 없던 이야기들과 억눌렸던 감정을 마음껏 분출시켰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의 한 토막을 보면 양반 가면과 선비 가면을 쓴 광대들의 행동은 사실 의젓한 체하는 양반의 실상이었다. 선비 : 여보게 양반 자네가 감히 내 앞에서 이럴 수가 있는가? 양반 : (자리에 선다.)허허 무엇이 어째? 그대는 내한테 이럴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