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월훈(月暈) 박용래 첩첩 산중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래뚝, 그 너머 강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모과(木瓜)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를 깎기도 하고 고구마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 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마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노인의 자리맡에 밭은 기침 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 속에서 겨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웁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웁니다. 어느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 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월훈(月暈).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7년 적계혈(赤鷄血)로 액막이 서(書)를 2017 정유년(丁酉年) 적게(赤鷄)의 해가 밝았다. 丁은 천간으로 하늘의 네 번째 기운이요, 유酉는 지지로 열 번째 운세가 사방으로 퍼진다는 땅의 기운이다. 본래 닭은빛과 어둠의 경계조(警戒鳥)다.끝 밤과 첫 빛 사이에서 몸부림치는 새다. 그러나 날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그는 어둠과 빛의 경계인새벽의상징물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훌륭한 그가 어쩌다가 이름도 고약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2016년에 이어 떼죽음 행렬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이모두가 사람의 어리석은 욕심의 결과이다. 예로부터 닭은 사람에게 유익을 준다하여 덕금이(德禽伊)라했다. 한영(韓嬰)은한시외전 권2-23문장에서 전국시대의노나라의충신전요(田饒)가 노나라 애공(哀公)에게 닭의 다섯 가지 덕을 예로 들어 말한 것을 기록해 놓는다. 일덕(文)머리에벼슬이 있으니 학문을하는문이며(首帶冠文也). 이덕(武)발에갈퀴를달고 있으니 무이며(足搏距武也).삼덕(勇)적에맞서서 용감히싸우니 용이요(敵在前敢鬪勇也).사덕(仁)먹을것을보면서로부르니 인이요(見食相呼仁也).오덕(信)밤을지켜때를잃지않고알리니 신이다(守夜不失信也). 이를 옛 선비는 유학의
새해에도 '촛불민심' 광장 민주주의는 계속된다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이 땅의 신들은 지난해 마지막 날을 기점으로 살아있는 모든 이의 시간을 조금씩 회수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온전한 미래의 시간을 선물했으리라. 그러나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란 원래 존재하지 않는 법, 오직 현재의 시간만 있을 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해온 연인원 1000만 명은 지난해 12월 31일,'송박영신’ 제10차 촛불집회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이젠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시간이다. 헌정사상 유례없이 나쁜 일들도 많았지만, 다행히 우리 국민에게는 교훈도 많았던 해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현재 상황만 본다면 조기 대선을 해야 한다. 탄핵 심판으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또 국민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불투명한 미래를 예견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암울했던 역사를 분석해보면 보수와 진보, 남성과 여성, 지역 차별, 부와 가난의 문제보다 ‘민주주의’의 성패가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남긴 큰 교훈 중 하나다. 국가라 하면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민주주의 시스템만 잘 제어해도 낙제점은 면
최은진의 BOOK소리 92 따뜻하고 포근한 죽음이 담긴 그림책! 이게 정말 천국일까? ◎ 저자 : 요시타케 신스케 / 출판사 : 주니어김영사 / 정가 : 12,000원 누구도 죽음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다. 죽어본 적 있는, 산 자는 없으므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우리가 그토록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는 이유다. 어른인 우리도 그러할진대, 아이들에게 죽음을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할까? 100% 정답은 아니지만, 요시카게 신스케는 그 어려운 죽음에 대해 멋진 응답을 그림동화를 통해 해보이고 있다. 천국에 대한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과 상상으로 가득 차 있는, 할아버지의 노트를 통해 죽음은 단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방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천국에서 뭘 할까?’라는 노트 한 권. 먼저 떠난 할머니를 만나고, 수호천사에게 나는 법을 배우고, 많은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칭찬하고, 땅바닥은 푹신푹신해서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할아버지의 천국. 죽음을 이렇게 유쾌하게 상상할 수 있다니! 이대로라면 우린 죽음을 정말 축복처럼, 소풍처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할아버지의 노트를
국민건강보험공단 용인서부지사(지사장 박은주)는 지난 15일 용인시의회 김중식 의장을 일일명예지사장으로 위촉, 건강보험과 관련한 국민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현장 민원체험’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지사현황 및 주요 경영현안에 대해 업무보고를 받고 건강보험과 관련한 현장 민원체험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김 의장은 방문 민원인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청취했으며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 2년 연속 ‘매우우수기관’ 선정과 관련해 최 일선 현장에서 청렴공단 실현과 고객만족도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세계적으로 우수성이 검증된 건강보험제도의 운영과 용인시민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시정차원의 협조도 약속했다.
우농의 세설 하룻강아지한테 물린 대통령 경(經)이란 성인(聖人)의 말인데 이를 위(緯)와 상(常)으로 묶어놓은 것을 경전(經典)이라 한다. 경전(經典)이란 변치 않는 도리로 성경현전(聖經賢傳典)의 줄임말이며, 성인의 글과 현자의 주석이란 뜻이다. 동양인의 기본 텍스트는 사서오경이다. 사서는 대학 중용 논어 맹자이고 오경은 시경 서경 예경 역경 춘추다. 여기서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비서(秘書)는 단연 춘추다. 춘추는 주왕조 제후국 노나라 14대 임금 은공원년 BC722부터 27대 임금 애공 14년 BC481까지 열두 임금 242년 동안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춘추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단 하나다. 인간은 지위고하를 무론하고 누구나 다 죽는다는 것이다. 사마천은 친구인 임안에게 보내는 편지 보임안서(報任安書)에서 죽음에 대해 주석하길 인고유일사(人固有一死)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는데 사유중어태산(死有重於泰山)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도 있고 혹경어홍모(或輕於鴻毛) 어떤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기도 하니 용지소추이야(用之所趨異也)쓰이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춘추는 춘추좌씨전, 춘추공양전, 춘추곡량전 등 세권의 주석서가 있다. 이를 춘추삼전(傳)이라하는데 전(
오룡의 역사 타파(111)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경찰이 지켜줘야 하는 동상은 세우지 말아야 한다. 1956년 8월 15일 남산에 이승만 동상이 세워졌다. 동상은 이승만의 80회 생일(1955년 3월 26일)을 맞아 구성된 ‘이승만 대통령 80회 탄신 축하위원회’ 주관으로 세운 것이다. 동상이 세워진 자리는 일제 침탈기에 조선 신궁 본전이 있던 남산 중턱으로, 서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였다. 동상의 높이는 본체 7m, 기단부를 합치면 25m였다. ‘세계 굴지의 동상은...’, ‘세계 최대의 동상’이라는 언론의 보도대로 당시로선 세계 최대 규모였다. 동상 준공식은 제3대 대통령 취임식 당일인 1956년 8월 15일 거행됐다. 제막식에 참석한 국회의장 이기붕은 “자주독립의 권화이며 반공의 상징인 이 대통령 동상 앞에서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그 뜻을 받들기를 맹세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동상은 4년 만에 쓰러졌다. 1960년 4월 11일, 최루탄에 맞아 죽은 김주열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다.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는 4월 18일 고대생 피습 사건으로 확대됐다. 시위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던 고려대생 3000여 명이 깡패들에게 무
2016년, 용인 공동체는 무엇을 남겼나. . .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저물어가고 정유년이 다가온다. 누구도 이의제가 필요 없을 만큼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해였다. 매년 똑 같은 말로 송년을 맞이하지만, 올 한해는 유독 모두에게 힘들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언론사와 커뮤니티를 포함한 500개 사이트에서 기사와 콘텐츠에 사용된 1000만개 이상의 키워드를 추출해 핵심키워드를 발췌한 SSP(Supply Side Platform) 서비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예상대로 상위에 랭크된 키워드는 단연 ‘대통령’이다. 연관 키워드는 박근혜, 최순실, 촛불, 국정조사, 청문회 등이다. 다음 순으로는 ‘올림픽’, ‘사드’, ‘이세돌’, ‘갤럭시 노트7’, ‘브렉시트’, ‘태양의 후혜’, ‘트럼프’, ‘김영란법’, ‘지진’ 순이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SSP서비를 한 (주)애드오피 이원섭 대표는 병신년을 아우르는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는 ‘국민’으로 꼽았다. 365일이 길다고 보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주요 키워드를 뽑아놓고 보니 정말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맞다. 대부분 국민들의 실생활과도 직간접적인 연관성이 있으니 피부에 와 닿는 말들이다. 그렇다면 용인시의
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서시 김정환 이제는 너를 향한 절규 아니라 이제는 목전의 전율의 획일적 이빨 아니라 이제는 울부짖는 환호하는 발산 아니라 웃는 죽음의 입 아니라 해방 아니라 너는 네가 아니라 내 고막에 묻는 작년 매미 울음의 전면적, 거울 아니라 나의 몸 드러낼 뿐 아니라, 연주가 작곡뿐 아니라 음악의 몸일 때 피아노를 치지 않고 피아노가 치는 것보다 더 들어와 있는 내 귀로 들어오지 않고 내 귀가 들어오는 것보다 다 더 들어와 있는 너는 나의 연주다. 민주주의여. --------------------------------------------------- 새해 아침, 모든 시인에게 ‘서시’라는 제목의 시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겠지요. 이 시편과 더불어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떠올리는 것도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문학적으로 전유하는 민주주의는 끝이 없는 원리이겠지요. 이는 국민의 삶을 위해서 어떤 권력을 나눠야 하는지, 이 통치가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지, 어떤 제도나 보충조건에 의해 그것이 수립되고 확보되어야 하는지 상술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달합니다. 민주주의는 영구한 재발명을 요청한다는 점. 민주주의가 가능성으로 가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