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 기자회견장에서 “한반도에서 두 번째 전쟁은 없다”고 천명 했다. 대통령의 입에서 전쟁이란 말이 나올 정도면 분명 거기에는 그만한 뭔가가 있다는 말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옛말에 초윤장산(硝潤張傘)이라 했다. 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펼치라는 말인데 대통령이 저런 말을 했을 정도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전쟁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마음을 흔들어 사기를 꺾어 이기는 부전승(不戰勝)과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말하는 힘의 중심에 결정타격을 가하는 섬멸전(殲滅戰)이다. 분명한 것은 ‘구슬은 빼놓은 채 화려하게 장식된 구슬상자만 사는 매독환주(買櫝還珠)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전쟁의 진정한 승리는 누군가를 살상하는 하책(下策)의 승리가 아닌 싸우지 않고 이기는 승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不戰 而屈 人之兵 善之善者也> 더 쉽게 말해서 적장(敵將)으로 하여금 전쟁 자체를 꿈도 못꾸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본래 손자병법이라는 책은 손자병법서만 딸랑 읽어서
어떤 날의 운수 -쿠르베 《돌깨는 사람들》 가난을 사전적 의미가 아닌 결핍이라고 본다면, 우리의 삶은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늘 가난합니다. “집이래야 남의 행랑방이었다./ 너무 조용하다./ 다만 어린애의 빈 젖 빠는 소리가 날뿐이었다./ 김 첨지는 목청을 있는 대로 내어 욕을 퍼부으며 발을 들어 누운 아내의 다리를 찼지만,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무등걸과 같았다./ 아내는 죽어 있었다.// ”(현진건,「운수좋은 날」부분) 비극적인 마지막 장면이 생각납니다. 김 첨지의 애환이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우리 현실에서 있을 법 한 이야기지요. 설렁탕이 먹고 싶다는 아픈 아내를 뒤로 하고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인력거꾼. 비가 추적추적 내린 그날은 김 첨지에게 운수 좋은 날이었지요. 아닙니다. 그날은 주검을 끌어안고 오열해야 했던 가장 비참한 하루였지요. 결말과 제목을 통해 이끌어낸 김 첨지의 하루가 절망의 한 가운데에서 장맛비처럼 흘러내립니다. 무수한 슬픔 안에서 우리는 소멸해가는 자신의 수의를 만져봅니다. 어떤 죽음 앞에서는 슬픈 삶의 얼굴을 만나게 되지요. 초승에서 그믐으로 거듭되는 삶의 마디마다 부침해가는 우리의 일상, 모든 사람은 어떤 정거장을 지나
최은진의 BOOK소리 107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차가운 피부’는 누구일까? 차가운 피부 ◎ 저자 :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 출판사 : 들녘 / 정가 : 9,000원 인간이 가진 폭력성의 원형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스페인 작가 알베르트 산에스 피뇰의 첫 소설. 어느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끔찍하고 무섭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외계 생물체를 닮은 괴물과의 사투 뒤에 숨겨진, 인간 폭력성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극한 상황에 맞닥뜨린 공포가 만들어내는 인간의 잔인함과 폭력성을 생생하게 파헤친다. 예측할 수 없는 충격적인 전개로 등골을 서늘하게 해주다 못해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가벼운 공포오락물은 아니다.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과 소통이 불가능한 존재와의 사랑의 한계에 대해 묻고 있다.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현실에 지쳐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기로 한 아일랜드 청년은 외딴 섬의 기상관에 지원한다. 그러나 무인도에서의 첫날부터 그를 공포로 밀어 넣는 괴생명체의 등장은 파격적이다 못해 호러물을 연상케한다. 존재에 대한 의문도, 이유도 없이 ‘차가운 피부’를 가진 그들과의 길고 지루한 전쟁을 벌이는 주인공. 그러나 그들은 괴
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모서리 박성현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정류장에 앉아 나는 두 가지 이미지를 상상한다 하나는 당신의 젖가슴 아래 붉은 반점이고 다른 하나는 맥도날드가 새로 만든 ‘시그니처 버거’의 기묘한 복고풍이다 유리문 앞에서 풍선을 든 남자아이가 엄마 품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 모서리 저편에서 물고기들이 파닥거렸다 * 모서리는 희거나 검고 가볍거나 단단하다 혀를 깊숙이 밀어 넣을 때마다 목구멍에서 흰 사각형이 쏟아졌다 271번 버스가 연남동을 지나 홍대로 꺾어지고 합정역에서는 열한 명의 사람들이 내렸다 당신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 우산을 펼치자 숨어 있던 햇볕이 후드득 떨어졌다 대리석 무늬처럼 행간이 깊게 패였다 우리의 비극은 어미를 잃은 새들이 함부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 가끔, 죽은 새들이 무릎을 접어 모서리를 꺼낸다 석면가루가 휘날리는 비탈에는 벚나무가 발가벗고 있다 트럭이 간신히 올라왔을 때 골목은 야구공처럼 구겨졌다 * 움켜쥔 조개는 단단한 껍데기를 벌리고 서둘러 굵은 모래를 토해냈다 오로지 잊어버리기 위해서 빈 악보는 격렬하게 운다 * 당신을 둘러싼 빛의 폭우…… 내가 당신을 처음 본 골
민원발생 최소화, 지적재조사사업으로 가능하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 용인서부지사장 라용화(공학박사, 지적기술사) 우리나라 경제는 주로 재배농경을 기반으로 형성된 농경문화다. 농경생활은 토지에서의 곡물 재배를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삶의 수단인 관계로 토지는 사람들 마음속에 애착과 함께 재산적 가치로써 자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토지에 대한 권리주장이 강하고 때론 이웃과 불편한 관계에 놓일 때도 있다. 그만큼 토지는 삶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볼 때 토지를 다루는 지적업무는 모든 업무의 기초라고 말하고 싶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토지 거래의 기준이며 토지에 부과하는 세금의 기준이 되는 등 국민 생활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지적(地籍), 즉 토지에 대한 자료가 있어야 원활히 업무를 진행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적업무가 중요한 업무임을 인식하는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설령 지적업무의 중요성을 인식은 해도 하나의 업무라며 가볍게 지나쳐 버릴 수 있다. 우리나라 지적제도는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시대에 조선총독부가 식민지정책을 전개하며 토지수탈 및 토지세 징수를 목적으로 토지조사사업(1910~1918)과 임야
육군대장 박찬주의 갑질 논란에 부쳐 능마강소(凌摩絳霄)라 하여 곤어(鯤魚)가 봉황(鳳凰)으로 변(變)하면 한번 날개 짓에 구천(九天)에 이르니 이는 곧 사람의 운수(運數)가 바뀐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육군대장(별4개)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의 부끄럽고 쪼잔한, 그러나 상상을 초월한 갑질 논란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더군다나 그의 처 또한 부창부수(夫唱婦隨)하느라 녹각비명(勒碑刻銘돌비에 이름을 새겨 공을 찬양함)은 못할망정 더 날뛴 갑질로 대한민국 군인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듣자하니 박찬주 대장은 육사 37기로 박정희와 육영수 사이에서 난 자식 파면 대통령 박근혜의 동생 서향희 변호사의 남편 박지만의 동기라 한다. 박지만 이름에는 늘 「뽕」이란 단어가 따라다니는데 동기라는 이유만으로 확대 해석은 위험하나 옛사람은 불택이교반유해의(不擇而交反有害矣)라 했다. 벗을 가리지 않고 사귀면 도리어 해로움이 있다는 말이다. 박찬주 대장 부부가 공관병에게 저지른 짓은 모몰염치(冒沒廉恥염치없는 줄 알면서도 함) 끝판왕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본시 아내는 여모정렬(女慕貞烈)이라하여 여자(女子)는 정조(貞操)를 굳게 지키고, 행실(行實)을 단정(端正)히 함을
코로 – 모르트퐁텐의 추억 보기만 해도 몽환적 풍경이 되어버리는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어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윤동주, 「자화상」부분) 이에요. 우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심상을 통해 아픈 내면적 자아를 발견합니다. 자아에 대한 우물처럼 깊숙한 갈등과 고뇌, 그리고 인간에 대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내 앞의 풍경과 만날 때 문득 발밑에 떨어진 낙엽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걸어갑니다. 이때 내면의 풍경은 낙엽에 무심코 투영되기도 하지요. 가늘게 떨리는 가지 끝에서 부끄러운 마음으로 ‘나’의 길을 걸어갑니다. 무심한 여름밤은 길고 덥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계 안에 어떤 형태로든 우리들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네요. 코로의 풍경은 자연이 가지는 고요한 리듬에 몽환적 온화함이 가득합니다. 나무의 그림자는 조용하고도 짙으며 빛이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만주의 상념들-장춘(長春)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면 창밖 저 아래 말로만 듣던 만주 벌판이 눈에 들어온다. ‘드넓다’, 또는 ‘대륙’이라고 표현되는 풍경은 이런 걸 보고 말하는 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동북지방 최고의 도시이자 김림성의 성도(省都) 장춘의 이미지는 그런 것들이었다. 살을 에이는 듯 한 겨울 추위와 간혹 보이는 개고기 식당 간판은 우리의 인식 속에 흔히 거론되던 속설이 꼭 거짓말은 아니었음을 보여주지만 너른 땅 만큼이나 그것 또한 일부일 뿐이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드림오브 만주(滿洲夢)’가 실현되었던 식민의 도시이자 둘러싼 나라들의 전쟁터였던 이곳은 그래서 수많은 스토리가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곳이다. 흙바람이 평지를 따라 많이 부는 날씨에 제일 먼저 간 곳은 위만황궁(僞滿皇宮). 말 그대로 일본이 만든 가짜 나라 궁이다. 1932년 일본 제국주의가 마지막 청의 황제 푸이(溥仪)를 데려다 만든 ‘만주국(满洲国)’의 왕궁이다. 대개의 중국 궁터나 관광지와 다르게 초라하기 그지없다. 원한을 잊지 말자고 보존만 한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황궁 출구는 독립기념관과 연결된다. 잔혹한 역사를 그대로 보존했기 때문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항
12-박인선 (사)반딧불이 교장 처인구 이동면 닭한마리칼국수(대표 이진규) 깊은 '육수의 맛' 이열 치열 '시원' 맛 . 건강 일거양득 이진규 대표 봉사단 단원 합류 기념 박 교장, 식당찾아 회식- 첫 맛 감탄 색다른 맛 위해 소스조제. ..즐거움 지친일상 속 원기 충전 최고의 음식 ‘명사들의 단골집’ 열두 번째는 박인선 (사)반딧불이 교장이 처인구 이동면 천리농협하나로마트 맞은편에 위치한 샘골닭한마리칼국수(대표 이진규)를 소개했다. 4년 전, 반딧불이봉사단(단장 이용택)이 발족했다. 이들은 개강을 비롯해 체육대회나 문화예술제 등 장애·비장애가 하나 된다는 반딧불이의 근본적 상생의 뜻을 살려 행사 때마다 작으나마 봉사에 앞장서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기에 일일찻집 바자회 등의 계획과 실천으로 실질적인 도움의 목적도 담았다. 이들은 무엇보다 당시 학교의 어려움을 알리고 건립자금을 모으는 것을 봉사단 발족의 주된 목적으로 삼았다. 박인선 교장은 이들의 뜻이 무척 고마웠고 성격상 그 고마움을 꼭 표현하고 싶었다. 마침 샘골닭한마리칼국수 이진규 대표도 봉사단원에 합류했기에 발족 기념으로 이 대표의 식당에서 봉사단 첫 회식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닭 한 마리를 백숙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