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2017년이 가고 2018년, 일상의 행복 가득하길 작년 달력을 정리하면서 12월 20일이 빨간색인 것을 확인하고 갸우뚱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달력을 미리 만드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탄핵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옆에 있던 직장인 친구가 “놀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염치없다는 생각에 기가 막혔다. 그 친구는 5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 덕분(?)에 가질 수 있었던 황금연휴를 잊고 12월 20일 하루를 쉬지 못한 것만 아쉬운 것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을 더 기억하고 더 아쉬워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랬다. 12월 연말을 보내면서 올 한해는 뭔가 대단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짐을 아쉬워했다. 작년과 너무 비슷했던 평범한 한 해가 끝나감을 서글퍼했다. 아무 한 것도 없이 한 살 더 먹어야하는 세월의 빠름이 야속하기만 했다. 그런데 12월에 자꾸만 큰 사건들이 뉴스에 보이기 시작했다. 어처구니없는 큰 화재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부상을 입는 사건을 보면서 정신이 멍해졌다. 힘든 입시를 끝내고 즐거운 대학 생활을 기대하는 예쁜 딸을, 가족을 위해 고생만 했던
시베리아열차를 타고 가는 러시아 기행2 모스크바 붉은 광장은 붉지 않다 글 사진 이상엽/작가 모스크바하면 소련 공산당과 붉은 광장이 떠오른다. 모스크바를 구경하면서 붉은 광장을 들르지 않는다면 분명 핵심을 놓치는 것이리라. 크렘린을 통과하니 바닥을 단단한 화강암으로 마감한 거대한 광장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어디도 붉은 색은 없다. 그런데 왜 붉은 광장인가? 원래 이름은 ‘크라스나야 광장’으로 고대 슬라브어 ‘크라스나야’는 ‘붉다’란 의미와 ‘아름답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혁명 후 서방세계에는 ‘붉다’라는 의미만이 전달되면서 ‘붉은 광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 ‘빨갱이 광장’이니 ‘피의 광장’이니 붙여 버린다면 정말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 광장의 원래 의미는 ‘아름다운 광장’이었다. 광장에는 그 유명한 바실리 성당이 보이고 크렘린 벽에는 혁명 열사들의 무덤이 있다. 그 무덤들의 이름을 살펴보다가 미국의 저널리스트 존 리드의 이름도 발견한다. 그 앞쪽으로 레닌의 묘가 있다. 꽤 정숙해야 할 분위기 인데 영 그렇지가 않다. 그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사진을 찍고 있는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방금 졸업한 시골 학생들이다. 일테
용인시는 민의 담아낸 새로운 ‘의전 편람’ 만들자 오랫동안 지역신문 기자와 발행인으로 살아오면서 각종 행사 때마다 느꼈던 불편함 중 하나는 지역 행사 ‘의전’ 문제다. 어떤 행사든 의전의 잘잘못이 행사의 성공여부 잣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의전 문제는 논란의 주체인 일부 정치인들과 기관·사회단체장들만의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행사 주최 측과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참석한 평범한 내빈들이다. 의전은 행사의 품격과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격식이다. 하지만 의전에 너무 치우치다보면 내실을 놓치기 십상이다. 최근엔 내빈들이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면 금방 SNS를 통해 구설을 타기 쉽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중앙정부와 일선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행사 성격과 참석자들만 다를 뿐 매한가지다. 국가의전서열의 경우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3부 요인’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의전논란이 불거지면서 ‘4부 요인’ 또는 ‘5부 요인’까지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나온 말들이다. 행자부 정부의전편람에 따르면 각종 국가 기념행사의 의전 서열은 국회의장과 대법원장, 헌재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관
황금 개띠 해, 개발에 땀띠 나도록 민생을 위해 달려라. 2018년 화두는 누가 뭐래도 경제다. 경제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 말로 자의(字意)는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풍요롭게 한다가 종래의 해석이다. 그러나 서당식 해석을 한다면 백성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세상을 다스린다는 말로 제민(濟民)에 무게를 둔다. 경세(經世)는 장자 재물론하편(莊子 財物論下篇)<춘추경세선왕지지선인의이부변(春秋經世先王之志, 聖人議而不辯)>과 진(晋)나라 갈홍(葛洪)의 포박차 내편 유도부동(抱樸子 內篇 儒道不同) 에서 포박자의 말 경세제속지락(經世濟俗之略)이 출천(出典)이다. 제민의 출전은 공자가 요순시절부터 주나라 때까지 군주의 언동을 기록한 것을 수집산정(收集刪定)한 산문사서(散文史書)라 불리는 서경(書經) 제4권 주서(周書) 제오편(第五篇) 무성팔장(武成八章)에서 그 연원을 찾는데 왈, “신들은 나를 도와서 백성들을 구제하여 신으로서 부끄러움이 없게 하라(惟爾有神 尙克相予 以濟兆民 無作神羞)”라는 구절의 이제조민(以濟兆民)에서 제민(濟民)이 나왔다. 구제한다는 뜻으로 해석된 제(濟)는 허신의 설문 해자에 의하면 안(安)을 내함하는데 안
최은진의 BOOK소리 113 대책없는 귀차니스트의 유쾌한 삶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 저자 : 호어스트 에버스 / 출판사 : 작가정신 / 정가 : 9,500원 머리가 무거운 월요병으로 시작해 다시 출근할 생각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닐 일요일까지, 주말이 오는 길목인 금요일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사는 많은 사람들. 오늘도 지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치는 사람이 있다.“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라고. 우편배달원, 택시기사, 배우, 그리고 만담가에 이르기까지 독특하고도 다양한 직업을 가진 작가, 호어스트 에버스는 말한다.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의 세상엔 늘 금요일만 있는 것 같다. 월요일 아침부터 아니, 일요일 밤부터 가슴이 답답해져 금요일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자. 세계적인 카바레티스트(테이블에 둘러앉은 관객들에게 재담, 춤, 노래 등으로 정치, 시사 풍자를 하는 예술가)이자 작가인 그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동안 벌어지는 사건들을 이야기형식으로 묶었다. 귀찮아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하고 있는 세금신고, 청소, 빨래 등의 잡다한 일들을 그는 미
황금개의 해에는 좀 더 많이 웃는 날이 오길 무(戊)는 60갑자 중 35번째인 황금이란 뜻이고, 술(戌)은 11번째 지지로 아름답다는 뜻의 개를 가리키는데 음양오행으로 친다면 무는 토. 술도 토다<속으로는 금(金)의 기운> 땅의 기운이 승한다는 말로 굳이 아전인수 격으로 견강부회한다면 땅과 가장 가까이 산다는 민초들의 운세가 풀린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2018년이 그 어느 해 보다 민초들에게 행운을 물어다주는 황금개띠 해인 이유가 그 때문이다. 설문에는 개견(犬)과 개구(狗)를 같이 놓고 본다. 견(犬)자를 보면 마치 구(狗)를 그린 것 같다<視犬之字如畫狗也>했고, 또 구(狗)는 두드린다는 고(叩)와 같은 음으로 짖는 것이 문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를 내어 집을 지키기 때문이 라고 했다.<狗叩也 叩氣以守也> 견과 구를 구분한 이가 있는데 삼국지 동오(東吳)의 승상(丞相) 육손(陸遜)의 아들 동오의 대사마(大司馬) 육항(陸抗)의 넷째 아들 육기(陸機)다. 그는 황두이(黃頭耳)라는 이름의 머리가 누런 개를 키웠는데 벗에게 소식을 전할 때면 편지를 황두이 목에 걸어서 장장 왕복 50일 길을 보냈다고 한다. 후일 이 개가
새해, 상식이 통하는세상 됐으면. . . 본지 발행인 김종경 2018년 무술년 새해 아침입니다. 올해는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온 국민의 힘으로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러낸다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끄러운 과거 역사에 대해 좀 더 냉정하고 철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잘못된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으나 냉정한 반성과 성찰이 없다면 반드시 역사의 악순환은 되풀이되기 마련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다사다난했던 국내 문제와 북핵 문제까지 겹쳐 혼란 정국의 연속이었습니다.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촛불 혁명.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현직 첫 번째 탄핵 대통령이 되어 권좌에서 물러났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돈다고 했던가요. 그런데도 그녀는 현재 옥중에서 모든 재판 과정의 법리적 권리와 의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그녀에겐 마지막까지 국민이 없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전 국민이 TV 생중계로 바라보는 가운데 300여 명이 넘는 국민이 세월호에서 수장되었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책임회피에만 급급했습니다. 심지어 양심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블랙리스트로 분류해 관리했고, 대
17. 김미연 전 용인시볼링협회장 처인구 용문로 ‘Mr.온족발’(대표 박철하) 첫 방문이후 맛에 반해 단골 주저않고 지인들에게 '강추' 이구동성 "정말맛있다" 칭찬 한정된 수량. . .예약은 필수 명사들의 단골집 17회째는 현직에 있을 때와 다름없이 용인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용인시민들의 화합을 다지느라 바쁘게 뛰어다니는 김미연 전 용인시볼링협회장이 처인구 용문로 138-18.(오성웨딩프라자 옆)에 위치한 ‘Mr.온족발’(대표 박철하)을 소개했다. 원래 족발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두루 섭렵하다보니 첫맛의 느낌만으로도 계속 먹어야 하는지를 결정지을 수 있기에 조금은 까다로운 입맛을 가졌다는 그는 “어느 날 지인들과 만남이 있어 ‘Mr.온족발’을 찾게 됐는데 언젠가 먹어보고 첫맛에 반해 아련한 기억 속에 그리워만 하고 있던 그 맛을 찾았다”며 “이후 지인들과의 잦은 만남의 장소가 이곳 Mr.온족발이 된 것은 물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 또는 일하는 지인들에게 배달을 시켜서라도 맛보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Mr.온족발을 소개받고 먹어본 그들에게서는 아직 한 번도 실망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부부가 운영하는 Mr.온족발은 맛도 맛
이은규의 시로 쓰는 편지 하우스 오브 카드 / 신혜정 손 안 대고 코를 풀 방법을 찾느라 코가 흐르는 것도 까맣게 모르고 이사 가서 쓸 세탁기를 고르느라 빨래가 쌓인 것도 잊어버려 이제는 더 이상 시를 못 쓸 것 같다고 말하다가 어느새 시가 오는 것도 잊은 채 그만 아아, 가습기를 선물한 남자애를 좋아했네 비 오는 줄도 모르고 창문을 꼭꼭 닫아둔 채 신혜정 시인의 전언에 귀 기울여봅니다. 시 속의 우연적인 상황은 일련의 사건의 반영이 아닌데, 이는 이 상황들이 일종의 내적 규칙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언뜻 시적 주체의 선택적 태도는 비본래적. “세탁기를 고르느라/빨래가 쌓인 것도 잊어버려” 정작 입을 옷이 없는 생활. “이제는 더이상 시를 못 쓸 것 같다고 말하다가/어느새 시가 오는 것도 잊은 채 그만//아아”. 망각의 망각, 상실의 상실은 일상이라는 몽타주를 통해 결국 삶으로 환원되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는 일 혹은 이어가는 일, 실재의 윤리는 여기서 구축되겠지요. 자신의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완전히 몰입할 준비가 된 누군가에게 일체의 윤리적 존엄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쓰는 행위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