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126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유엔 내부의 이야기 유엔을 말하다 ◎ 저자 : 장 지글러 / 출판사 : 갈라파고스 / 정가 : 16,800원 ‘몰락하기 직전인 유엔이 재기할 수 있도록 나는 이 책으로 사람들에게 선의라는 무기를 제공하려 한다’며 이 책의 목적을 확고하게 밝히고 있는 장 지글러.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가 유엔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폭력과 거대한 힘에 대한 얘기를 한다. 유엔 식량특별조사관, 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부의장 등을 맡으며 평생을 유엔에 몸 담아온 그가 들려주는 유엔의 모습은 참담하다. 유엔을 좀 먹는 힘의 논리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유엔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유엔에선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최초의 설립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유엔의 민낯은 이렇다. 자금 지원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유엔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들, 약소국으로부터 돈을 삥 뜯는 벌처펀드 세력, 가스실에서 최후를 맞이한 유대인들이 맡겨 놓은 자금을 그 후손들에게 돌려주지 않으려는 스위스 은행,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거부권 때문에 시리아
국민 상대로 전기요금 고리(?) 뜯는 국가 폭염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에어컨 가동은 더 이상 사치나 호사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냉방기기 사용이 국민의 기본적인 복지라는 점을 들어 국민이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냉방기기를 제대로 사용 못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강구하라 했단다. 대통령 말씀의 방점은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가 아니라 ‘방안을 강구’란 점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에어컨 설치를 기본적인 복지로 간주하는 일본의 에너지 정책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뒷맛이 개운치 않음은 아마도 전기요금누진제 완전폐지라는 말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송나라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겠다(조삼이모사朝三而暮四)고 하자 원숭이들은 모두 화를 냈다(중저개노衆狙皆怒).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겠다(연즉조사이모삼然則朝四而暮三)고 하자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하였다(중저개열衆狙皆悅>). 이를 본 사람들은 “원숭이의 이런 행동을 금수라 어쩔 수 없군.”이라며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나무란다. 아침에 세 개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든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유림(儒林)의 고장 안동은 묘사가 아닌 설명이 필요하다 그곳엔 이황도, 이육사도, 이상룡도 있다. 그리고 봉정사도 있다 봉정사는 결이 고운 절이다. 정성을 다해 쌓은 천연(天然)의 멋 그대로인 돌담이 정겹다. 그 위로 당당히 서있는 만세루를 지나면 절제된 대웅전이 눈앞에 나타난다. 말간 느낌의 공포(栱包)와 앙증 맞은 마당, 유려한 배흘림기둥의 극락전(국보15호)은 작지만 엄숙하다. 극락전은 기둥과 공포의 결구방식, 기둥과 기둥 사이에 가로지른 창방(昌枋) 위에 나무받침이 복화반(覆花盤, 꽃잎을 엎어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보이는 건축 양식을 계승한 현존 최고의 건물이다. 그러므로 안동은 봉정사로 인해 또 하나의 가치를 얻은 셈이다. 봉정사의 참나무 숲길이 오래도록 변함없기를, 정연한 건물들이 아담한 봉정사가 화려해지지 않게 해달라고 가지런히 합장했다. 더운 날의 강물은 존엄해 보인다. 물은 겨우겨우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1500리 굽이치는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 도산서원 앞마당에 도착했다. 서원은 정문인 진도문과 중앙의 전교당을 기준으로 청량산을 품듯이 안겨있는 형세다. 퇴계 이황 선생은 1557년부터 서당을 설계했다. 서당은 맞배지
국수집 연가 김종경 허기진 수화를 주고받던 젊은 남녀가 잔치 국수 한 그릇 주문하더니 안도의 눈빛 건네고 있다 하루 종일 낯선 시선을 밀쳐내느라 거칠어진 손의 문장들은 국수 가락처럼 풀어져 때늦은 안부에도 목이 메어오고 후루룩 후루룩 국숫발을 따라 온몸으로 울려퍼지던 저 유쾌한 목소리들 세상 밖 유배된 소리들이 국수집 가득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면 연탄난로 위에 모인 이국의 모국어들도 어느새 오랗게 익어갈 것이다 혹여, 누구라도 이 집이 궁금해 찾아가려거든 낮달 같은 뒷골목 가로등 몇 개쯤 무사히 통과해야 하고 또다시 막다른 슬레이트 집 들창문을 엿보던 접시꽃 무리지어 손 흔들 것이니 누군가의 발자국보다 개 짖는 소리가 먼저 도착해 온 동네를 흔들어 깨울 때 푸른 문장들을 뽑아 내는, 오래된 연인의 단골 국수집. 김종경의 시세계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멀리 있지 않다. 그의 시편이 감동적으로 읽히는 이유다. 언론인이며 사진작가고 용인 문화의 파숫꾼이기도 한 그는 20여 년 전에 동인『용인문학회』를 창립하고 이끌어 왔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용인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첫시집 『기우뚱, 날다』에서 우리들을 아프게 하는 수많은 질문은
건설일용근로자 가입기준, 월 20일 이상 근로에서 월 8일 이상 근로로 개선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일용근로자의 사업장 가입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건설일용근로자의 가입기준을 월 8일 이상으로 하는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1일부터 건설일용근로자가 한 달에 8일 이상 근로할 경우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로 적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일반일용근로자가 월 8일 이상 근로할 경우 사업장 가입대상이 되는 것과 달리 건설일용근로자는 월 20일 이상 근로해야 사업장 가입대상이 되어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국세청 일용근로소득자료(16년4분기∼17년3분기) 기준 건설일용근로자는 총177만명이고 이들 중 한 달에 20일 미만 근로하는 사람 141만명(79.7%)이 사각지대에 속한다. 건설일용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21.6%, 건강보험 22.5%, 고용보험 71.7%, 산재보험 99.4%(’17년 6월 기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방안 추진’(17년7월12일)과 일자리위원회의 ‘건설 산업 일자리 개선대책’(17년12월12
<용인신문>
벼랑끝 자영업자. . . 최저임금 때문일까?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가 소매유통시장을 장악하면서 영세자영업의 상징이었던 동네수퍼와 식당은 몰락했다. 편의점 치킨 족발집 식당 커피전문점도 프랜차이즈 유통망에 편입되었다. 법적으로 270m 거리를 두면 동일한 프랜차이즈 편의점이나 치킨집 등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최근 3~4년간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 퇴직금을 털어 넣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오픈한 자영업자들은 3년 후 35%만 살아남는다. 70%가 망하는 현실인 것이다. 망하고 나간 자리를 다른 퇴직자들이 다시 메꾼다. 본사는 손해 볼 것이 없다. 또다시 가맹점을 내주고 영업이익의 30%를 받으면 그만이다. 얼마 전 문제가 되었던 남양유업 갑질과 빠리바케트에서 본사파견 제빵사 고용임금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긴 사례에서 보듯 수퍼갑인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비해 영세 자영업에 부과되는 카드수수료는 2~3배를 웃돈다. 담배 한 갑, 삼각 김밥 한개도 카드로 결제하는 추세다. 이렇다보니 이윤과 수수료가 비슷한 경우도 있다. 국회는 영세한 상인의 보호를 위해 카드수수료의 대폭인하를 수없이 약속했으나 카드사의 로비에
현직은 전직을 반면교사 삼으라. 협(頰)과 안(顔)은 다르다. 협은 볼이고 안은 얼굴이다. 얼굴에는 용(容)이 있다. 이는 안과달리 얼굴의 윤곽 즉 테두리를 말함이다. 그래서 용안이라 할 땐 얼굴 안과 밖 전체를 말함이다. 얼굴에 부끄러움이 시작되는 지점을 빈협(嚬頰)이라 하는데 그 중심은 뺨 혹은 볼이라는 협(頰)이다. 협은 사람만이 갖고 있는 특성으로 사람에게 유일하게 부끄러움의 시작점이다. 동양권에서는 부끄러움을 치(恥)라 하는데 황정견(黃庭堅)의 제자 표숙(表叔) 범중온(范仲溫)에 따르면 치(恥)는 치(治)의 모어(母語)라 한다. 볼에서 시작된 부끄러움이 귓불을 타고 내려가 심장까지 전해지는 것이 부끄러움이다. 이를 경전 속에 무수오지심(無羞惡之心) 비인야(非人也)라는 말로 명토 박아 명문화 한 이가 맹자다. “부끄러움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 쯤으로 보면 된다. 수(羞)는 양(羊)과 손을 뜻하는 축(丑)의 합성자로 두 개의 뜻을 가진다. 손을 펴면 우(又)이고, 오므리면 축(丑)이다. 그러므로 수(羞)의 본의는 진수성찬(珍羞盛饌)이라는 글자에서 조차 수(羞)자가 들어있는 것처럼 양고기를 바치다가 맞다. 그럼에도 ‘부끄러움’이란 글자로 전해진 것은
최은진의 BOOK소리 125 우주보다 신비로운 ‘뇌’의 치명적인 매력속으로~ 세뇌-무모한 신경과학의 매력적인 유혹 ◎저자: 샐리 사텔 외 2인 / 출판사: 생각과 사람들 / 정가: 15,000원 TV에‘마음봇’이 나오는 광고가 있다.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며 마음을 알아가는 로봇 캐릭터로, 결국 ‘마음’이 모든 것을 한다는 내용이다. 누군가를 걱정하고 좋을 걸 나누고 싶고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것, 즉 마음이 ‘인간이 가진 가장 따뜻한 힘’이라는데, 로봇에겐 없는, 그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가? 뇌가 없으면 마음도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은 모두 뇌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얘긴데, 그럼 뇌를 정복하면 마음이라는 것의 실체도 밝혀질까? 인간의 근원에 관한 모든 것의 열쇠를 쥐고 있는 뇌에 관해 사실은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게 관련 학자들의 의견이다. 즉, 뇌는 과학의 최후 개척지라는 것. 그 최후 개척지에 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맹목적으로 믿어버렸던, 잘못된 사실들을 재밌게 풀어주는 책이다. 저자는 뇌를 정밀하게 촬영하여 그 사람의 의식세계를 알 수 있느냐를 논의한다. 불과 20년 전에 등장한 기능적 자기공명장치(FMRI). 의학뿐만 아
정원이 아름다운 용인 힐링 스팟 전통찻집 문향 하루는 길고 할 일은 많은데 어느새 한주는 또 금세.날은 너무 무더워스트레스 많은 힘든 여름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잠시나마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용인 전통찻집 ‘문향’을소개합니다. ‘문향’은 수지 신봉동 외식타운 중간쯤, 살짝 길 안쪽에위치해 있어 처음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 않지만 안내판도 있고, 멋진 기와지붕 찾아가시면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주차장은 좁지 않은데 다소 불편한 구조여서 낮에 복잡할 때는 주차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만차일 때도 있는데 문향 바로 앞 길가에 주차 가능합니다. 주차장 담장 너머로 멋진 한옥 건물이 보이는데 보는 순간 벌써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꼈네요. 입구로 들어서면 갖가지 꽃과 풀들이 어우러진 아담한 한국식 정원이 먼저 나오는데 자그마한 물레방아도 예스러운 멋이 있습니다. 봄, 가을에 이용하면 좋을 야외 테라스도 잘 꾸며놓으셨어요. 잠시 구경을 하고 실내에 들어가면 작은 박물관 같은 느낌! 구석구석 볼거리도 많고 가구들도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문향’은 일단 모두 신발 벗어야 하는데, 좌식과테이블 둘 다 가능하고, 안쪽으로는 소규모 모임 가능한 개별 룸도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용
모서리의 빛 조은 높고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곧 헐릴 집들의 뼈대가 삐걱이는 순간의 생일 축하 구근 같은 기억을 되살리는 마른 나뭇잎들 귀에 익은 발소리로 골목을 구른다 노래는 빗물이 새는 지붕을 넘어 허물어지는 담을 넘어 가난한 이웃들을 몰아낸 곰팡이 군락을 넘어 탄생과 소멸을 한곳에서 이룰 오래된 집들은 넘어 한 번은 아쉬워 다시 또다시 소멸의 모서리에 탄생의 순간 같은 힘이 쏠린다 조은은 재개발지구의 곧 헐릴 것 같은 남루한 집에서 들려오는 높고 맑은 생일 축하 노래가 마치‘소멸의 모서리에 탄생의 순간 같은’생성의 기운이 퍼져나가는 풍경을 서럽도록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마른 잎들은 익숙한 소리로 골목을 굴러다니며 줄줄이 숨겨진 기억들을 되살리는 것으로 쓸쓸한 풍경을 보여준다. 생일 축하 노래는 한 번으로는 아쉬워 부르고 또 부르는데 재개발지구의 황량한 모든 것들을 넘는다. 빗물이 새는 지붕과 허물어지는 담과 곰팡이의 군락과 탄생하고 죽어나가기도 한 오래된 집들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될 이주민들은 생일 축하 노래로 새로운 힘을 얻는 것이다.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