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기우 이영재 박주사가 와서 염치없이 비빈 밥을 잘도 퍼먹는다 땅을 달라고 또 가문 날이었다 노인네 주름마냥 푸성귀를 다듬는 척하다, 전등 가는 박주사의 뒤통수를 무쇠솥으로 후려쳤다 개가 짖었으면 해서 온 동네 개들이 연쇄하는 잎사귀와 다를 바 없이 시끄럽게 쏟아져댄다 이영재는 201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이번 시집은 그의 첫 시집이다. 시집 속의 그의 대부분의 시편들은 일반적인 문법을 뛰어넘는다. 그러므로 문장은 모호한 언어와 모호한 이미지로 되어 있다. 그의 낯선 문장이 독자를 당혹하게 만드는 이유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오랫동안 자신이 시를 썼다고 생각해 왔는데 시가 그를 기록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 그의 시편들은 시에 의해 기록된, 그가 보고 생각한 것을 쓴다고 말한다. 시에 의해 구축된 그가 시를 구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반성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 것이다. 「기우」는 그나마 서사가 보이는 작품이어서 어렴풋이 시적상황을 짐작 할 수 있게 한다. ‘박주사’와 시적 화자는 혈육관계일 것이다. 땅을 달라고 조르는 것으로 보아 화자는 장손 집안의 자식일 것이다. 박주사가 전등을 갈아주는 것도 땅을 받아
[용인신문] 코로나 19는 내게도 작업의 변화를 줬다. 사람이 모이는 강연의 줄줄이 취소됐고 전시장은 문을 닫았다. 대신 홀로 카메라 들고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래서 주로 찾은 곳이 우리 북쪽 변경이랄 수 있는 파주 연천 철원 같은 곳이다. 비무장지대에 가까운 이곳은 한반도 평화에 무척 민감해 남북관계 호전과 악화에 일희일비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통일이 다가 온 것처럼 전방 GOP(관측초소)들이 폭파되더니 얼마 전에는 관계가 악화 돼 개성의 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반전이 일어나고 말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은 나 역시 주민들의 그런 분위기를 금세 파악한다. 거리에는 사람이 없고 관광객을 더욱 찾을 길이 없다. 그렇게 텅 비고 낡아가는 마을을 찍는 나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이 사진 작업은 통일부의 ‘DMZ 지도’라는 프로젝트의 일부였다. 3년에 걸쳐 비무장지대와 인근 지역을 취재해 방대한 북쪽 변경의 정보를 지도라는 형식으로 담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자마자 장관을 사직했고 이 사업도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면 작은 기록 사업마저 추진하던 기관의 변동으로 취소되는 판에 현지 주민들의 절실한 숙원
정찬민 의원 “10명 중 8명 신축이전 원해” 여론조사결과 발표 백군기 시장 기존 터미널 부지 재건축 계획 변경할지에 주목 공용터미널은 도시의 관문… 미래지향적 백년대계 결단 절실 [용인신문] 인구 110만 명에 육박하는 용인시의 공용버스터미널은 아직도 70~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터미널은 도시의 관문이다. 같은 자치단체임에도 기흥구와 수지구에 생긴 기흥역과 죽전역은 전철역임에도 거대한 도시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죽전역과 기흥역사는 용인시 의지와 무관하게 정부와 민간업체들이 뛰어들어 역세권 개발사업 명목으로 복합쇼핑몰까지 조성하게 됐다. 용인 최초의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죽전역), AK백화점(기흥역) 등이 입점한 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처인구는 경전철 역세권 개발도 못 했고, 그나마 기대했던 터미널 신축이전마저 시장이 바뀌면서 백지화된 상태다. 처인구는 20여 년째 구청 신축이전과 역삼지구 개발에 발목이 묶인 가운데 터미널 신축이전마저 백지화 됐다. 농촌 지역이면서 도심조차 슬럼화 중인 처인구 입장에서 볼 때 이들 주요 사업은 극단의 심폐소생술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 10명 중 8명 터미널 신축이전 찬성 이런 상황에서 용인 공용버스터미널을
[용인신문] 용인 공용버스터미널 신축이전 문제가 지역사회에 재점화되었다. 용인시가 기존 터미널 부지내에 재건축 방안을 마련한 가운데 전직 시장이자 현 국회의원인 정찬민 시장이 주민여론조사 결과라며 10명 중 8명이 신축이전을 요구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터미널 이전 문제는 정 의원이 시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주요사업이면서 21대 총선 출마 당시 내세웠던 주요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이 문제가 재점화되는 이유는 백군기 시장이 취임하면서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백지화를 시켰기 때문이다. 가령, 신축 이전 예정부지나 예산문제 등이 걸림돌이었다면 타 후보지 물색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 절차도 없이 원점으로 되돌린 상태에서 재건축 카드가 나왔다. 물론 기존 터미널 인근 주민이나 상가 측에서는 충분히 반발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미래 도시를 위해서라면 다수를 위한 정책적 결정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이고 풀뿌리 지방자치 실현 아니겠는가. 여하튼 터미널 이전이 백지화되면서 처인구민들은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의회조차 기존 부지 내 재건축 예산을 승인한 상태다. 처인구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면 제대로 된 공청회라도 한번 했어야 한다. 지방
[용인신문] 옛 수지롯데마트 부지에 추진 중인 공동주택 신축과 관련, 이 지역 주민들은 교통‧ 교육‧ 환경문제 개선대책을 강력하게 요구 중에 있다. 본인 역시 시민의 한사람으로써 주민들의 합당한 주장에 충분히 공감하여 시정질문을 통해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시장의 답변을 받아냈다. 현재 주민들이 중요하게 요구하는 것은 교통대책의 일환으로 진입로를 최소 6차선으로 확보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건설 측은 6차선이 아닌 5차선으로 교통영향평가를 받아 사업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 지역은 앞으로 진행 예정인 플래폼시티 광역교통망 개선대책안에서는 빠져 있어 그 어느 지역보다 교통대책안이 절실한 상태다. 롯데건설 측은 745세대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면서 주민들이 원하는 도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으면 분명, 머지 않아 교통지옥을 방불케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도 주민들은 출퇴근 시간뿐만 아니라 상시 교통체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문제 뿐만이 아니다. 이 곳은 학생들의 통학구역으로 기흥과 수지 초중고로 배정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걸어서 10~15분 거리의 가까운 학교가 아닌 30분에서 한 시간 거리의 학교
용인시농업기술센터 뒤늦게 알고 노크 2016년 창농… 끊임없는 현장경험·공부 지금은 흑염소연구회장 맡아 능력 인정 농장 운영·진액 가공 판매… 법인화 계획 [용인신문] 가까운 길을 놔두고도 먼길을 돌아 어엿한 청년농업CEO로 제자리를 찾은 부부가 있다. 흑색건강 흑염소 농장(백암면 백봉리)을 운영하고 있는 정진욱 이정아 부부. 그들은 완전 초보 축산인이었다. 농업기술센터조차 몰랐다. 다양한 교육과 지원의 손길을 요리조리 피해 먼 길을 돌아 뒤늦게 제 길로 찾아들었다. 그러나 방황의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그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다는 반증이다. 이제는 용인시농업기술센터 등 행정관청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정진욱 대표는 용인시흑염소연구회 회장까지 맡게 됐다. 이들 부부는 현재 흑염소 농장 운영과 흑염소 진액 가공 판매를 하고 있다. 두 부부는 2016년에 창농 했다. 백암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던 이정아씨 부모는 “흑염소가 돈이 된다”면서 “키워보는 게 어떻겠냐”며 농장에 남는 공간을 무료 임대 해줬다. 동아방송대학 선후배 사이로 방송 일과 디자인 일을 하던 부부는 공부도 더 하고 싶었고 이직을 고민하던 중이었다. 우연찮게 농장 일을 권유받는 두
초록 방 이지아 스무 살 내 피는 초록이었나. 밀림을 찾아 얼쩡거렸지. 갈기처럼 두껍고 뻣뻣한 파마에 술을 마시고 토하면 초록 웅덩이가 생겼지. 아침마다 전철을 타고 커피를 탄다. 털을 숨기며 상냥해지기 야간대에 들어가서 다른 사자들과 만난다. 누가 더 위엄스럽게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얼마나 더 여린 짐승을 가져야 하는지 의논한다. 몇 달 만에 집에 가면 어미는 얼갈이김치를 담그던 바가지를 던지며 저 사자 같은 년 굵은 소금을 뿌려도 순해지질 않아. 정맥 속엔 긴 실이 기어 다니고 이렇게 살다가 죽을 것을 안다. 나는 여섯 살 망원동 뒷방에 버려져 있었다. 어미는 나를 구했다. 어미는 함정이었지 이 사자 같은 년 내 방에서 나와 이지아는 2000년 『월간문학』 신인상 희곡 부문을 수상하고 2015년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첫 시집인 『오트 쿠튀르』는 ‘의미의 포착에서 버켜서는 패러독스의 층위들이 층층이 포개지고 요동치면서 무한을 향해 끊임없이 질주하는’ 시편들이라고 해설에서 조재룡은 지적한다. 「초록 방」은 그녀의 스무 살의 초록빛 기록이다. 초록 피를 가진 그녀는 밀림을 찾아 얼쩡거렸으며 사자파마에 술을 마시고 토하기도
당신의 아름다움 조용미 당신은 늘 빛을 등지고 있다 내가 만든 구도이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당신은 당신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 더불어 당신의 아름다움은 윤리적이어야 한다 당신은 최종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빈틈없어야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고독한 사건이어야 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나로부터 발생한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내게 늘 가장 큰 시련이다 당신 뒤에는 빛이 있다 당신은 빛을 조금가리고 있다 조용미는 1962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시는 고통의 감압 과정을 정밀하게 보여준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당신과 아름다움에 대한 주술적 고백시다. 여기서 당신은 여러 사물의 메타포 임을 짐작 할 수 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림이면 어떻고, 시면 어떻고, 조국이면 어떻다는 말인가. 그것들이 아름다워야 한다는데 누가 반론을 펼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당신의 아름다움은 내게 늘/가장 큰 시련이다’에서 시 읽기가 멈춘다. 객관적이고 윤리적이고 최종적이고 빈틈없고 고독한 사건으로서의 당신의 아름다움은 완성에 이른 아름다움이어서 또 다른 도전으로서의 아
[용인신문] 나라에 망조가 들면 희한한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주나라 유왕幽王 때 일이다. 유왕에겐 포사褒姒라는 절세가인이 있었는데 문제는 이 애비愛妃가 입궁 3년 되도록 웃음이 없다는 것이다. 애가 탄 유왕은 포사의 붉은 입술과 새하얀 이빨인 단순호치丹脣皓齒를 보고자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궁녀의 실수로 비단 옷자락이 찢어지는 소리가 정청각을 울렸다. 이 소리에 포사가 살짝 미소를 띠자 유왕은 포사의 웃음을 보고자 궁 안에 있는 모든 비단을 끌어와 찢어댔고 저자거리에 있는 비단까지 깡그리 끌어다 찢어댔지만 그걸로 끝이다. 포사는 여전히 웃음이 없다. 어느 날 봉화대 병사의 실수로 잘못 봉화가 올라 주변의 제후들이 전쟁이 난 줄 알고 부랴부랴 달려온 일이 있었는데 포사는 정청각루에서 이 모습을 보고는 가슴을 움켜쥐며 크게 웃는 것이 아닌가. 이 상황을 읽어낸 간신 괵석보虢石父는 유왕에게 봉화 올릴 것을 제의하니 유왕은 포사의 웃음을 볼 욕심에 장난으로 봉화를 올리도록 명한다. 이 일로 포사가 크게 웃었으니 유왕은 괵석보의 공을 치하하며 그에게 상으로 천금을 내렸다. 천금매소千金買笑라는 사자성어가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천금을 주고 웃음을
[용인신문] 20년 전만 해도 카페나 맛집이라 하면 지금의 고기동인 고기리로 좁은 길 따라 정체도 마다치 않고 다녀오곤 했다. 그 뒤로 보정동 카페거리의 시대가 왔고 드라마의 배경이 될 만큼 예쁜 거리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의 용인 카페는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자체 베이커리는 기본이며 트렌디한 조경과 넓은 주차장을 갖춘 기업형 카페들이 수지구, 기흥구, 특히 처인구 구석구석에 엄청난 수와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곧 카페의 성지로 전국의 순례자들이 몰려올 것 같다. <본지 객원사진기자>
도토리 맛의 향연, 입맛을 깨우다 [용인신문] 올여름 더위가 유난히 심하다는데 다른 해보다 더 서둘러 찾아오기까지 했습니다. 열대야는 아직 시작 전이지만 장마철이라 끈끈하고 한낮에는 무덥네요. 원래 끼니때마다 먹고 싶은 음식이 그렇게 많은데 날씨 탓인지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 없더라구요. 그러다 우연히 다녀온 식당이 구미에 아주 잘 맞아 반가운 마음에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상호명은 ‘광교산 도토리’.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외식타운 안에 위치해 있어요. 여러 해 동안 낙지집으로, 갑오징어 집으로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많이도 바뀐 곳이지만 이번에는 아마도 오래오래 북적이는 집으로 남아 있을것 같아요. 바뀌는 음식점마다 한두 번씩은 방문했던 장소라 눈에 익은 곳입니다. 바로 길가라 잘 보여서 찾아가는 길도 쉽구요, 주차장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어요. 실내도 예전 모습 그대로, 예전과 달라진 점은 가운데 홀은 신발 벗지 않고 테이블로 이용할 수 있어 더 편리해졌고, 사이드의 룸은 좌식으로 남겨 놓아 취향에 맞게 이용 가능하게 되어 좋더라구요. 홀에서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주방은 정말 깔금했어요. 사장님 이하 직원분들의 노력이시겠지요? 엄지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