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차 이철경 늦은 시간 남루한 사내가 노약자석에서 졸고 있다 내릴 곳을 잃었는지 이따금씩 초점 잃은 눈빛으로 부평초 마냥 공간을 흐른다 저 중년의 사내, 삼십 분 전 의자 난간을 부여잡고 흐느끼는 어깨를 보았다 저 꺾인 날개의 들썩임 전철도 부르르 떨면서 목 놓아 우는구나 중년의 무게에 짓눌린 밤 열차도 흐느끼며 뉘엿뉘엿 남태령 넘는구나 이철경은 1966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났다. 2011년 계간 『발견』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그의 시를 관류하는 정조는 허기다. 허기는 그의 유년의 체험에서 비롯된 것일 테지만 허기로부터 출발하는 그의 시선은 궁핍과 소외에 이른다. 「밤 열차」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시인은 남태령을 넘어가는 전철 안에서 남루한 사내의 모습에 시선을 주고 있다. 노약자석에 앉은 중년의 사내는 지친 몸을 비어 있는 노약자석에 의지하여 귀가 하는 중일 것이다. 그 사내는 삼십 분 전 의자 난간을 붙잡고 흐느끼던 사내다. 그의 흐느낌에 전철도 부르르 떨면서 목 놓아 울었던 것이다. 그렇게 중년의 무게에 짓눌린 밤 열차는 흐느끼며 우엿뉘엿 남태령을 넘는 것이다. 도시빈민의 아픈 초상이다. '실천문학사' 간 『한정판 인생』 중
[용인신문] 오는 11월 22일은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11가지의 재료가 모여 22가지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이다. 코로나 19 예방에 효능이 있다고 해서 김치의 해외 수출이 늘었다는 뉴스가 있다. 즐거운 맘으로 김장하면서 가족들과 22가지 효능을 맞춰보는 놀이도 좋을 듯하다. 모두 김치 많이 드시고, 건강하게 겨울 나시길 기원한다. <본지 객원사진기자>
[용인신문]
[용인신문] 용인시민청원은 용인시 홈페이지 ‘시민청원 두드림’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중 용인신문 편집국 자체 검토를 통해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또 시민들이 직접 용인신문사에 보내준 민원성 글도 게재 가능합니다. 시민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저는 지난 8월부터 용인시 어르신 희망일자리로 동부공원관리사업소 관할 동백호수공원의 인근 한숲 공원 제4구역 공원관리 일을 해 온 시민입니다. 첫 째달 일을 하면서 직접 현장에서 느낀 시급한 문제점을 3가지를 동부공원관리과에 설명하고 조치를 요청했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행되지 않아 청원을 남깁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매일 유치원 아이들 30며~40명 찾아와 공원 숲에서 흙, 나무 놀이를 한 후 손 씻을 곳과 화장실을 찾지만 이곳 주변에는 간이 화장실조차 없습니다. 또 이곳 공원 산책로 곳곳에 있는 마루정과 팔각정의 경우 매일 수 많은 사람이 쉬어가지만, 인근에 쓰레기 수거함이 없어 늘 쓰레기가 널려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원 곳곳에 있는 운동시설 노후에 따른 안전문제입니다. 운동기구는 매일 사용자가 많은 탓인지 너무나 노후 돼 있습니다. 위험하다고 판단돼 공원관리과에 수 차례 개
[용인신문]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이하 한강청)은 경안천 수변구역인 처인구 운학동과 호동 일원 20만485㎡(6만여평)에 수변생태벨트를 조성 중이다. 그러나 용인시와는 무관하게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돼 완공 후 주민편의시설 등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청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수질보전, 홍수조절, 야생동물보호, 지하수 보호 등을 위한 생태복원사업 일환으로 ‘운학동‧호동지구 수변생태벨트’ 프로젝트를 시작, 일명 ‘유유자적 힐링에코벨트’를 조성 중이다. 하지만 수변생태벨트만 조성될 뿐 기존 산책로와의 연계성 검토나 주차장 및 주민편의시설 확보 등은 고려하지 않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용인시는 현재 이 같은 사업에 대해서는 용인지역임에도 한강청 고유업무라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현재 운학동・ 호동・ 해곡동 일원은 팔당상수원 발원지인 경안천 상류지역으로 산책로와 자전거 라이딩 코스로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 하지만 현재도 산책로 이용객들을 위한 화장실이 한 곳밖에 없을 정도로 편의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한강청에 따르면 운학·호동지구 수변생태벨트는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생태조사와 실시 설계를 마쳤고, 우
[용인신문] 최근 용인시 처인구 운학동과 호동 일대에서 수변생태벨트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이 추진 중인 이 사업은 수도권 주민들을 위한 상수원 보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환경부는 그동안 팔당상수원 보호를 위해 경안천 양안을 수변구역으로 지정, 근본적인 오염원인 농지매입을 꾸준히 해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사업만큼은 4대강 사업과는 달리 크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특히 팔당상수원 발원지인 운학동 호동 일원이 그동안 잡목들로 우거진 수변구역 매입토지를 ‘수변생태벨트’로 정비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강청이 몇 년 전부터 수백억 원을 투입, 상수원 일대를 수변생태벨트로 조성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비단 환경론자가 아니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한 긍정적인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용인시 입장에서는 엎드려 절을 해야 할 판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가 나서서 예산을 투입해서 공원부지를 매입하고 조성하는 판에 도심에서 인접한 환경생태공원을 한강청이 국비를 들여서 만들어주니 말이다. 용인시는 이미 공원일몰제 때문에 수천억원대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경험이 있다. 당장 공원 가치가 없는 곳까지 녹지보전 명분을 내세워 혈세를 쏟아부
[용인신문] ‘사람 중심의 용인’ 집 앞 네거리에 붙은 현수막의 문구다. 고3이 된 막내가 처음으로 대형 학원에 등원하는 날이었다. 새벽 2~3시 까지 입시 공부를 하고 잠자리에 드는 딸은 토요일 아침 7시 50분에 알람을 맞추고 잔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입에 밥알을 걸치고 가는 막내를 데려다 주었다. “오늘도 화이팅!” 응원을 보내고 뒤돌아섰다. 빵 굽는 냄새가 나를 휘감았다. 그 유혹에 빠지려는 순간, 23번 버스가 도착했다. 여느 버스와 다르게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기사님은 미금행에서 구성행으로 표지판을 바로 바꾸며 뒤를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빵 드실래요? 집사람이 구운 빵입니다.” 거절할 수가 없어서 받기는 했지만, 깔끔한 기분은 아니었다. 낯선 사람이 주는 음식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와 달리 빵을 건넨 기사님은 행복해보였다. 라디오의 볼륨을 올리는 아저씨의 미소는 아침햇살이 가득 내려 앉아 눈부셨다. 가을의 아침 찬 기운을 싸악 가시게 하는 따스함이었다. 이런 따스한 미소가 낯설지 않았다. 미러 속 아저씨의 얼굴을 계속 응시했다. ‘아!’ 10년 전 용인으로 이사 왔을 때 큰아이에게 빵과 김밥을 주었던 버스기사님이다. 그날
[용인신문] 용인시민청원은 용인시 홈페이지 ‘시민청원 두드림’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중 용인신문 편집국 자체 검토를 통해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또 시민들이 직접 용인신문사에 보내준 민원성 글도 게재 가능합니다. 시민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처인구 고림동에 거주하는 시민입니다. 수원에 오랜 기간 살다가 처인구에 와 보니 참 가관입니다. 보행자 인도가 없어 짧은 거리도 아예 걸어 다닐 수가 없는 길이 태반입니다. 한 방향으로 쭉 이어진 인도가 없는데다, 길이 끊기거나 패인곳이 다수다 보니 길을 걷기위해 도로 횡단을 반복해야 합니다. 가뜩이나 대형 화물차가 많이 다니는 지역인데, 인도가 없으니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다녀야 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등산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림지구에서 임원로 80번 길을 통해 마구산 자락 방향으로 오르다보면 등산로가 모두 막혀있습니다. 지도에는 등산로가 표시 돼 있지만 아예 등산로에 진입 조차 못합니다. 전원주택을 짓느라 있던 등산로 진입로는 물론, 지도상에 있는 도보길을 모두 막았기 때문입니다. 백군기 시장님이 수원 광교산 자락 한번만 올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수원에 비교하면 마구산 등산로는 정글
[용인신문] 인구 100만이 넘는 자치단체는 한 명의 부시장을 더 둘 수 있습니다. 수원과 고양, 그리고 용인시가 해당됩니다. 민선시장들은 그동안 제2부시장을 외부 인사를 임용하는 게 상례였는데 용인시장은 시청출신 공무원을 제2부시장으로 발탁했습니다. 정치인 출신이나 외부인사가 발탁된 것에 비하면 파격적이었고 신선한 일이지요. 정규수 신임부시장은 과장시절 저와 함께 일했던 공직자입니다. 용인시에서 일할 때입니다. 시장의 부름을 받고 시장 실엘 들어가자마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며칠 전, 찾아왔던 시의원과 민원인이 앉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그 민원인이 시의원과 함께 사무실을 찾아왔었지요. 그리곤 다짜고짜 “담당과장, 계장이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민원을 잘 살펴 달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조성린과장과 함께 아파트를 짓겠다는 현장을 돌아보았지요. 사업대상지 대부분이 산이나 계곡인데 한 여름이고 가뭄이었는데 곳곳에 샘이 솟아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아파트를 지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비지땀을 흘리며 현장을 돌아보고 내려왔더니 민원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엔 적지가 아닙니다.” 시원한 음료수라도 한잔하고
[용인신문] ‘무상(無常)’이란 말이 있다. ‘인생무상’이란 말이 더욱 익숙한데, 사람이 살면서 항상 같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최근 처인구의 변화에서 ‘무상’을 절감한다. 10년 전에 수지구, 기흥구의 도시화를 목격하며 이젠 ‘용인’은 처인구에 국한될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하였다. 용인은 조선 초기에는 용구현과 처인현의 합체요, 일제 강점기에는 용인군과 양지군을 합친 지역이다. 지금의 용인시내 권역은 지역의 정통성을 말살하려는 식민지 정책에서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역참과 주막이 도로에 있었을 뿐인 곳에 백년도 안 되는 기간의 변화를 수용하면서는 인구 100만 도시의 중심 시가지로 형성되어 있다. 한 때 원삼면 두창리에는 초등학교 분교가 있었는데, 현재 국내 최대의 산업단지로 조성되고 있다. 요즈음 모현읍과 포곡읍에서는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변했다.”는 말을 실감한다. 길조차 없었던 곳에 고가도로가 교차해서 설치되고 있다. 산속 깊숙이 전원주택이 밀집해 있고, 집단주택이 건설되고 있다. 옛날엔 나루터가 있었고, 숲이 무성했다는 고림리 지역엔 1만 세대의 아파트가 조성되고 있다. 이젠 처인구에서도 ‘용인’은 볼 수 없겠구나 싶다. 토박이를 자처
우수 안도현 그리운 게 없어서 노루귀꽃은 앞니가 시려 바라는 게 없어서 나는 귓불이 발갛게 달아올라 내소사 뒷산에 핑계도 없이 와서 이마에 손을 얹는 먼 물소리 안도현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이번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 둘 수 있게 되었다』는 『북항』 이후 8년 만의 시집이다. 그는 후기에서 ‘무지몽매한 자일수록 시로 무엇을 말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는 ‘누군가 불러주는 것을 받아 적는 것이고, 그가 말하려는 것을 대신 말해주는 사림인 것 같다.’고 고백한다. 그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서정 시인이다. 안도현이 ‘시는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고 한 말은 감동과 세공의 과정을 거쳐 시가 태어난다는 걸 일깨우는 말이다. 「우수」는 순수 서정시다. 그가 말한 감동과 언어의 세공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시적 화자는 지금 내소사 뒷산에 와 있다. 양지 바른 곳에 노루귀꽃이 피었던 것일 게다. 우수는 2월 하순쯤인데 노루귀꽃은 4월 초순쯤 피는 꽃이니 아마도 서둘러 봄 햇살을 보러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앞니가 시렸을 것인데 그 이유가 그리운 게 없
[용인신문] 살인적인 폭염 ‧ 빈곤과 굶주림 ‧ 마실 수 없는 공기 ‧ 질병 전파 ‧ 기후분쟁 ‧ 시스템 붕괴 등 ‘2050 거주 불능 지구’라는 책에 언급된 12가지 기후 재난 중의 몇 가지 예다. ‘코로나 펜데믹’은 도시화, 산림파괴, 탄소배출에 따른 온도상승 등 인간이 환경을 파괴해서 미생물을 외부로 불러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미래에는 신종전염병들이 넘쳐날 수 있다. 한국은 해외 석탄 화력발전소를 수출하고, 펜데믹 이후 국내 일회용품 사용이 몇 배로 늘어 안밖으로 기후깡패 소리를 듣고 있다. 수소차 개발과 그린뉴딜에 힘쓰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혁신할 때인 것 같다. <본지 객원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