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공숙좌는 상앙<공손앙>을 양혜왕梁惠王에게 추천하면서 안설을 단다. “왕께서 상앙을 등용하지 않으시려거든 반드시 그를 죽여 국경을 넘지 못하게 하셔야 합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재상 공숙좌가 노환으로 몸져 누워 조정에 등청을 못한 어느 날쯤 양혜왕은 문무백관이 모인 자리에서 말한다. “공숙좌의 병이 깊어 판단이 흐려진 것이 매우 슬프오. 며칠 전에는 과인보고 자신이 데리고 있는 가신 상앙에게 나라를 맡기고 상의하여 처리하라는 말까지 했다오. 이 어찌 황당하지 않겠소.”라며, 공숙좌의 말을 정신없는 늙은이의 넋두리쯤으로 폄하했던 것이다. 양혜왕과 조정문무백관이 그러고 있는 사이에 상앙은 진秦나라로 건너가서 20세에 권좌에 오른 진효공秦孝公 영거량赢渠梁을 도와 진나라를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진효공 영거량으로부터 7대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때 이르러 마침내 진나라는 천하제일국이 된다. 여기에 일등 공신은 초楚나라 상채上蔡사람 이사李斯다. 그는 약관에 하급관리로 있다가 불현듯 깨닫고 순자 문하에 들어가 공부했고, 위衛나라 출신 여불위가 진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그의 가신으로 들어가 가짜 환관 노애嫪毐를 추천해 여불
입안 가득 신선한 ‘바다의 맛’ [용인신문] 뭐든지 제철에 먹어야 영양가도 더 높고 맛도 더 좋은 건 다들 알고 계시죠? 겨울 제철 음식이 이것저것 많지만 그 중에서도 바다의 우유라 불리며, 엄청난 효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칼로리는 낮고 몸에는 좋은, 겨울철 별미 중 단연 으뜸인 굴을 한층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용인 맛집을 소개해드릴게요. 굴은 비리다고 즐기지 않던 지인도 굴 마니아로 만든 '굴사냥전문점'입니다. 인심 좋고 손맛 좋으신 노부부께서 오랜 세월 영업하신 곳으로 신갈오거리 롯데리아 건너편 길가에 위치해 있어요. 주차는 건물 지하 주차장 이용 가능하구요, 실내는 직사각형 모양의 보통 식당의 모습이고 주방은 훤히 보이는 오픈 주방이에요. 테이블은 10개 정도, 식사 시간에 맞춰 가면 웨이팅이 있으니 방문 계획 잡히시면 예약하는 게 좋습니다. 굴찜, 굴전, 생굴회, 생굴무침, 굴보쌈, 조개찜, 연포탕, 생우럭찜 등 단품으로 먹어도 만족스러운 메뉴들이 가득한데요, 메뉴판에는 없는 한상차림을 주문하면 산해진미들이 끝도 없이 계속 나옵니다. 한상차림은 보통 4인이 많이 드시는데 5인이 먹어도 충분할 것 같아요. 기본 찬으로 나오는 직접 담그신 겉절이와 무
눈물도 대꾸도 없이 유병록 나의 불행이 세상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고 이 춥고 어두운 곳은 이미 많은 이가 머물다 간 지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순탄한 삶이 불행을 만나 쉽게 쓰러졌다고 고통에 익숙해지지 않아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는 말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이 잦아들고 잊고 다시 살아가리라는 말 고개 끄덕입니다 모두 알고 있습니다 유병록은 1982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번 시집은 고통의 시집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일상의 삶 속에서 상처 받는 고통에 여러 앵글의 시선을 주고 있다. 그런 내출혈을 견디게 하는 것이 그가 시인의 말에서 뱉듯이 한 말 ‘쓰겠습니다. 살아가겠습니다.’일 것이다. 「눈물도 대꾸도 없이」도 고통의 시다. 화자의 불행이 세상에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이미 많은 사람이 머물다간 지옥이라고 위로하는 말에 알고 있다고 속으로 말한다. 네가 순탄한 삶을 살아와서 쉽게 쓰러지고 고통에 익숙하지 않아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는 격려도 알고 있다고 속으로 말 한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은 잦아들고 잊혀지고 다시 살아가게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모두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용인신문] 용인시는 수지구 신봉동 동부센트레빌 5단지(광교산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현장) 후문 앞에 공원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멀쩡한 산의 오래된 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산을 깎아 공원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이곳 인근 주민들은 ‘시민들의 피땀인 세금을 왜 낭비’하는 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자체가 숲이고 공원인 멀쩡한 산을 깍고 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공원조성이라니요? 요즈음에는 공사차량들이 아침 일찍부터 차를 세워놓고 엔진을 몇 시간씩 공회전하고 있어 주민들은 창문도 열지 못하고, 소음과 매연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용인시는 공원을 조성하고 어린아이를 위한 수영장까지 건설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용인시가 도서관을 짓는다고 합니다. 도무지 용인시의 행태가 이해 되지 않습니다. 시가 언제부터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어린이 수영장을 시민세금으로 지어 주었나요? 조용해야 할 도서관 옆에 수영장이라니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귀중한 시민 혈세를 낭비하고, 주민들의 반대의견에도 공원조성 공사를 강행하는 것도 수용하기 어려운데, 수영장마저 끝까지 강행한다면 동부센트레빌 5단지 입주민들은 단체행동을 해서라도 저지
[용인신문]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 15-35문장에 공자설孔子說 당인불양어사當仁不讓於師라했다. 인에 대해서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줄여서 인불양사仁不讓師로 통하는 말인데 이를 漢나라 무제武帝 때 재상이던 동중서董仲舒는 유학자를 제외한 모든 학자를 조정에서 쫒아내자는 파출백가罷黜百家를 하면서 양讓을 다툼으로. 사師를 지식인(유지들)으로 보고 첫 글자 앞에 백성을 놓아 ‘(목민관은) 스승(지역의 유지 혹은 지식인들)과 다퉈서라도 백성을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군주의 현우賢愚는 일을 맡은 신하들에 의해 결정된다. 임금이 홀로 나라 전체를 다스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는 말한다. 임금 섬김에 맡은 일은 정성껏 하고, 그런 다음에야 녹을 먹는다(論語衛靈公篇15-37)고. 여기서 맡은 일이란 자신의 녹봉을 챙기는 일이 아니라. 목민관으로서 백성에게 덕德을 끼치는 일이다. 덕이란 주자의 스승이자 장인인 유면지劉勉之가 주자의 아들이자 외손자인 주자의 셋째아들 주재朱在(스승 여조겸의 딸과 결혼함)가 천주통판泉州通判에 임명되어 부임해갈 때 전별어로 해준 말이라 전한다. 여기서 이후기식而後其食문장중에 후後 자字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스승 공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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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안빈낙도! 이게 안 된다. 마음을 다 잡았다가도 주변의 말을 들으면 마음이 들썩인다. 2006년 하룻밤 자고나면 몇 천 만원씩 집값이 오르던 때가 있었다. 그때 소위 뒷북이라는 걸 쳤다. 경제개념 없는 남편과 아내는 거액의 빚을 내 덜컥 집을 사고 말았다. 얼마나 비싸게 샀던지 집값이 고공 행진인 요즘에야 본전이다. 누가 빚을 다 갚고 나니 삶의 목표가 없어진 것 같다고 하더니. 우리도 대출을 갚는데 온 정신을 쏟으며 살았다. 다행히 끝이 안 보일 거 같던 긴 대출의 터널을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또다시 부동산을 기웃거렸다. 하지만 한 번 데인 경험 때문에 선뜻 결정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집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텔레비전만 켜도, 핸드폰 통화만 해도 모두 부동산 얘기다. 남편과 나는 무릎을 치며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때 집을 보러 갔을 때 갈아탔어야 했어. 그랬으면 헉! 지금 몇 억을 손에 쥘 수 있었을 텐데. 그럼 20만km 넘은 자기 차 바꿔줬을 텐데. 소리만 들리는 텔레비전도 바꿀 수 있고. 애들 학자금 대출도 한 번에 싹…….’ 쥐어 보지도 못한 몇 억의 아쉬움은 잠자리에 들어서까지 이어졌다. 가뜩이나 갱년기로 잠도 못 이루
출가 정호승 폭설이 내린 겨울 들판 불국사 석가탑 같은 송전탑에 작은 새 한 마리 어디선가 고요히 날아와 앉자 송전탑이 새가 되어 적막한 날개를 펼친다 바람이 불고 다시 폭설이 내리고 송전탑에 앉은 새가 말없이 폭설을 뚫고 날아가자 송전탑도 그만 새가 되어 날아간다 그대 멀리 어느 눈 내리는 산사로 출가하는가 정호승은 1950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198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에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서정시인이다. 독자들을 따뜻한 서정의 세계로 이끈다. 이번 시집 『당신을 찾아서』는 작은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날아가는 이미지가 보인다. 그리고 그 맑은 하늘 아래 인간들의 땅이 보인다. 그 땅 위의 인간들의 해악이 보이고 참회가 보인다. 「출가」는 예의 새의 이미지가 아름답고 선명한 시다. 폭설이 내린 들판의 송전탑에, 어디선가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는다. 고요하고 적막한 풍경이다. 불국사 석가탑 같은 송전탑은 새가 되어 날개를 펼친다. 새가 폭설을 뚫고 날아가자 송전탑도 새가 되어 날아간다. 동시적 발상이기도 한 이 시가 어른들이 읽는 시로 변환
[용인신문] 용인시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소리 중 하나가 “용인에는 어른이 없다”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1990년대 초 취재기자로 첫발을 디뎠을 때부터 들었으니 귀가 아플 정도다. 용인에는 정말 어른이 없는 것일까? 지난 30여 년 간 지켜본 지역 풍토를 감히 진단한다면 이 같은 지적은 비단 용인만의 문제가 아닐 듯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거라는 제도가 문제다. 당리당략이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는 못된 전통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지역 일꾼을 만들고 성장시키는 것 역시 선거를 통한 지역 유권자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몫이지만, 선거 과정에서 이들부터 먼저 분열되니 당연한 결과다. 과거 용인시는 인구 20만 미만의 농촌 소도시에 불과했다. 1970~80년대 말까지는 국회의원 선거구도 중선거구제였다. 국회의원을 용인, 평택, 안성을 한 개의 선거구로 묶어서 지역구와 전국구 의원을 같이 뽑았다. 지금이야 납득하기 힘들지만 한 동안 야당 견제를 위한 집권당의 꼼수 정책으로도 활용됐었다. 원래 우리나라는 1960년 총선 당시 참의선 선거구에서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지만 2공화국 체제가 전복되면서 1972년 10월 유신 후에 재도입됐다. 이는
[용인신문] 자연광을 파격적으로 전시공간에 들인 갤러리가 수지구 고기동에 있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배양실’에서 지금은 갤러리가 주관하는 사진전이 개최 중이다. 코로나 여파로 오전, 오후 한 시간씩 하루 4회 대관형식으로 관람할 수 있고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탁 트인 수목농장 풍경과 어우러진 전시실과 싱그런 화초, 토분 판매 공간이 같이 있어 한 시간 동안 오롯이 사람들과 접촉 없이 힐링할 수 있을 것 같다. <본지 객원사진기자>
[용인신문]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한 징계위원회가 12월 10일로 연기되었다. 서울 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에 등용된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상징하는 간판과도 같은 존재였다. 대통령과 여권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며 검찰총수의 자리에 오른 윤 총장은 이른바 조국사태로 인해 여권의 배신자로 전락했다. 여권은 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윤석열을 정점으로 하는 검찰의 조직이기주의로 판단했다. 즉 공수처 설치와 경찰의 수사권 부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을 좌초시키기 위해 조국 법무부장관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지난 연말부터 여권의 공세는 윤석열 총장에게 집중되었다. 조 장관이 물러나고 후임 법무부장관에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가 임명되었다. 추 장관은 인사권을 휘둘러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내고 장관 수사지휘권을 3차례나 행사하는 등 본격적인 윤석열 압박에 들어갔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윤 총장은 법무부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올해 주요뉴스는 추-윤 갈등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코로나 창궐로 인해 가뜩이나 힘겨운 국민은 추미애-윤석열의 이전투구에 넌덜머리를 냈고 특히 추 장관에 대한 시중의 여론은 수습이 불가능한 상태에
동자승 이돈형 붓다가 웃는다 마지못해 동자승이 따라 웃는다 집마당에 있던 강아지처럼, 신랑각시 할래? 하던 영희처럼, 골짜기에 흐르던 물처럼, 주지 스님의 빛바랜 승복처럼 웃는다 품이 커 흘러내린 승복이, 빡빡 민대갈통에 김 조각처럼 붙어 있는 검은 점이 부끄러워 동자승은 웃는데 붓다는 찰나에 싯다르타를 본 듯 뒤통수가 가려워 웃는다 이돈형은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다. 2012년 『애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이번 시집『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은 지나온 날들에 대한 스스로의 자긍심과 위안, 그리고 새로운 도약에의 의지를 드러낸 정서적 체험의 기록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이성과 감성, 폐허와 신생, 욕망과 초월 사이의 균형을 위한 시인의 고뇌가 보인다. 「동자승」은 초월 혹은 해탈을 향한 웃음의 의미를 새겨보게 하는 작품이다. 대웅전의 부처님이 웃고 있다. 자비로운 미소다. 동자승은 마지못해 따라 웃는다. 동자승은 절밥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웃을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동자승의 웃음은 마지못해 따라 웃는 웃음이다. 동자승의 웃음은 강아지처럼, 영희처럼, 흐르는 물처럼, 주지스님의 빛바랜 승복처럼 웃는다. 흘러내린 승복이, 민대갈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