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가을 옷을 입은 나뭇잎들이 바람과 바람 사이로 떨어진다. 바람과 바람 사이. 문득 1과 0 사이라는 더킹의 대사들이 떠올랐다. 얼른 노트북을 켰다. ‘사이’라는 키워드로 한 줄 한 줄 글을 엮어본다. 봄과 여름, 여름과 가을, 가을과 겨울 또 봄과 여름… 그렇게 되뇌고 되뇌다 존재할 것 같은 1과 0 사이의 세계에 나를 밀어 넣고 각 계절의 정류장에서 멈칫한다. 일상이 멈추고 세상이 멈추었다. 우리는 정지된 시간 속에 각자만의 열정으로 세상을 버텨나갔다. 예고도 없이 침범한 어두운 그림자는 곁에 뒤엉켜 쉽게 놔주지 않았다. 함께 담을 쌓은 지도 네 번의 계절의 지났다. 그 속에서 전등을 밝히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뜨거운 여름, 쓸쓸한 가을을 지나 차가운 겨울의 정류장에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봄 - 온 누리에 초록의 빛이 물든다. 메마르고 스산한 땅에 새싹과 봉오리들이 고개를 내밀고 혹독한 추위를 견뎌온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내일을 선사한다. 젊음의 열정은 겨울과 봄의 정류장을 지나 여름을 향해 달린다. 여름 - 코로나19가 끊임없이 쏟아 내린다. 뜨거운 태양 아래 바짝 마른 식물들처럼 시원한 물줄기를 맞이하길 기다린다. 비대면(untact
[용인신문] <오징어 게임>을 뒤늦게 정주행 했다. 끔찍했고 슬펐다. 충격이었다. 컴퓨터 게임이 전쟁을 게임으로 즐기는 거라면 반대로 오징어 게임은 우리의 놀이를 리얼 생존 게임으로 만들었다. 오징어 게임을 보며 필자는 또 다른 영화 「시민 케인」이 생각났다.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크게 성공한 사업가인 케인은 죽는 순간 “로즈버드”라고 외치고 숨을 거둔다. 기자는 로즈버드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케인의 삶을 역추적 해나간다. 아내와 자식의 죽음, 애인의 자살, 정의롭고 혈기왕성했던 20대와 탄광촌에서의 가난했던 유년시절까지. 그러나 집요한 기자도 로즈버드를 알아내지 못한다. 결국 케인의 유품들은 경매에 팔려나가고 남은 물건들은 소각시키기로 한다. 그 곳에 케인이 유년시절 탄광촌에서 타던 눈썰매가 있었다. 썰매를 불더미에 집어넣을 때 그 썰매 밑바닥에 ‘로즈버드’라고 씌어 있었다. 오직 관객만이 로즈버드를 볼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에서 1번인 우일남 노인에게도 로즈버드는 유년시절이었던 것일까. 억만장자의 삶도 진짜로 의욕이 없이 심심할까. 드라마 시작 부분에서 게임은 누군가의 실제 게임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경마장 장면에서 힌트를 얻었고 또
[용인신문] 저는 남사읍 원암리에 거주하는 시민입니다. 이곳에 오는 버스는 평택시 갈곶리를 출발해 오산역을 거쳐 다니는 마을버스 11번, 한 노선입니다. 용인시청 또는 행정타운을 가기 위해서는 이 11번 버스를 타고 남사농협 앞에서 하차한 뒤, 오랜시간 기다렸다가 환승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11번 버스 운행이 반으로 줄어 2시간에 한 대씩 간격이 더디게 운행돼 더욱 심한 불편을 겪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이제는 한 시간 간격으로 회복되었습니다. 남사읍 원암1리, 2리, 3리에는 중소기업 업체가 많이 있으며 행정업무를 위해 행정중심 지역인 시내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 운행횟수가 매우 부족해 주민 대부분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용인터미널을 출발해 남사읍을 경유해 원암리까지 노선을 신설해주시거나 남사읍이 종점인 노선을 원암리까지 연장해주실 것을 청원합니다.
[용인신문] 인류 지식의 보고라고 하면 흔히들 고대 그리스를 꼽는데 고대 그리스에는 대현大賢의 반열에 오른 일곱 명의 인물이 있다. 이름하여 칠현자라 부른다. 그들이 쓴 책을 다 합쳐도 첫 줄을 넘어가지 못하는 책이 있는데 곧 공자의 논어 학이편 첫 줄을 말한다. 학이편 첫 줄은 단 세 단어로 압축된다. 배워 즐거웠는가, 그렇다면 군자가 되어라. 유럽의 어느 철인은 공자를 일러 진리를 해석해 주는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여기서 ‘논어는 성경의 각주다’라는 말이 나왔다. 또 어떤 이는 공자를 일러 천하에 평화를 가져다준 사람이라고 했다. 독일의 철인 헤겔 같은 사람은 “논어는 단지 도덕적 격언집에 불과하다”라고 한수 아래로 놓고 보기도 했다. 말은 맞는 말이지만 정답이 아닐 뿐, 두보의 시를 읽어보면 “뭐 이정도를 가지고 시성詩聖 운운한단 말인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때는 해석본을 함께 읽었을 때 나오는 말이다. 두보의 시를 한문으로 읽고, 한문으로 해석해본 사람이라면 맨정신으로는 못읽는다. “하나님도 두보 앞에 오면 낱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논어서설 끝부분 정자의 말을 인용해 쉽게 말한다면 헤겔은 논어를 제대로 안 읽었던가 아니면
[용인신문]
생각이 나서 윤지양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걱정이 어른스럽게 말했다 너 문단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어떡하니 그러게 쓰고 싶은 대로 쓸 거라고 말할 수도 없고 말해도 들을 사람도 없고 사랑하는 것만 쓸 수도 없고 미워하는 것만 버릴 수도 없네 무엇을 담으면 넘치지 않을까 ......... 무엇을 담으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글쎄 고아도 자라면 어른이 된다니까 윤지양(1992~)은 대전에서 태어나 이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그녀는 시적인 생각이나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시인이다. 그 방법이 때론 그림이 되기도 하고 시행의 불규칙한 배치가 되기도 하고 주사위를 펼친 전개도가 되기도 하다. 그녀는 특히 ㅂ에 꽂혀 있다, ㅂ을 ㅁ의 흘러내림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ㅂ은 무한한 상상력을 주는 듯하다. 이번에 나온 그녀의 첫시집 『스키드』를 읽으면 느끼게 된다. 「생각이 나서」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나서 누군에겐가에서 걸려온 축하 겸 걱정의 전화가 모티브다. ‘너 문단에 아는 사람도 없어서 어떡하니’라는 말은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정서다. 시단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용인신문] 지난 2018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용인 처인구와 기흥구에는 심야버스가 운행되어, 서울에서 마음편히 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강남역 기준 막차가 익일 1시 20분이어서, 정말 이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2018년 8월부터 5001-1번의 막차가 23시로 단축되더니, 현재는 5003번이 심야버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5003번 버스는 강남역 기준으로 막차가 00시 30분이어서 애매합니다. 게다가 공휴일에는 23시가 막차여서, 이용이 많이 불편해졌습니다. 심야버스 막차가 단축된 이유는 민영제 기반의 운송형태인데다가,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운행시간 조정이 주 원인이었던 것으로 압니다. 현재는 공공버스로 운행되고 있어 과거와 달리 운행여건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따라서 과거처럼 심야운행 광역버스 노선을 늘려줄 것을 요청합니다. 경기도에서도 심야버스 운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2022년까지 심야버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용인시가 심야버스 운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길 요청합니다.
[용인신문] 공자가 송나라에 간 것을 연의하면 이렇다. 공자가 조나라를 떠나 송나라에 가서 큰 나무 아래서 제자들과 함께 “예에” 대하여 공부를 강하고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큰 나무를 보면서 하는 말이 저 나무도 사마환퇴가 죽으면 장례에 쓴다고 베어가겠구먼. 이 말을 듣게 된 공자는 제자들이 들으라는 듯이 말한다. 무덤을 사치해서 만드는 것보다는 죽으면 빨리 썩는 게 낫다. (예기단궁 상편) 이때가 어느 땐가 하니 사마환퇴가 죽으면 쓸려고 석곽을 만드는데 얼마나 거창하게 만드는지 장장 3년을 공사했음에도 끝이 안난 그때이다. 이 말을 소문으로 듣게 된 사마지 위에 있던 환퇴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공자가 강의하는 큰 나무 아래까지 요즘 말로 하면 형사와 검사를 잔뜩 거느리고 가기에 이른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인편으로 듣게 된 제자들은 행여라도 스승 공자께 불미한 일이 생길까 염려하여 “사마환퇴가 죽이러 오니 빨리 떠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며 재촉하는데 논어술이편7-22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공자는 말한다. “하늘이 나에게 덕을 주었는데 환퇴 따위가 나를 어쩌겠느냐?” 그럼에도 공자는 제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미복(수수한 차림새)으로 갈아입고 송나라를
[용인신문] 2012년 7월부터 1년 6개월간 용인시 부시장으로 일했다. 첫 월급을 받았는데 수당이 적게 나왔다. 경전철 부채를 갚기 위해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들의 수당을 삭감했다는 것이다. 말이 자진삭감 형식이었지만 고육지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직원 연가보상비와 시간외수당도 전액 삭감되었다. 가용재원이 없으니 모든 공사는 중지되었다. 5000억이 넘는 채무상환계획을 행정자치부에 보고하면서 죄인 취급을 받았다. 용인에서 일하자마자 수모를 겪은 셈이다. 용인시가 ‘신봉3근린공원’ 토지보상금 2000억 원을 LH의 토지은행에서 빌려 사업을 추진하려고 계획했다. 그런데 이를 위한 시의회 동의안이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일단 철회되었다고 한다. 사업추진 시작부터 벽에 부딪힌 것이다. 왜 그럴까? 장기미집행 공원용지인 신봉3지구의 경우 2023년 1월 시효가 만료된다. 이곳은 수지의 허파와 같은 곳이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보존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시의회에서 왜 반대하고 나섰을까? 백군기 시장은 지난 2019년 공원일몰제에 따라 실효 예정인 장기 미집행 공원 용지 확보를 위해 시 예산 3427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난개발 등의 부작용 우려
[용인신문] 사람들이 삶의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넋이 나갈 만큼 현대의 삶은 바쁘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지고 기술적으로 정교해졌다지만 사람의 마음이 갖는 깊이와 세심함이 점점 무시되는 세계가 되었다. 넋이 나갈 만큼 바쁘게 사는 현대인은 그래서 위로 없는 세계에서 위로를 찾는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에세이류의 글이 말하는 것처럼 그저 멈추면 되지만 그마저도 어려운 처지의 우리네들은 어딘지 모를 맹목의 방향으로 늘 달리고 있다. 이희영의 소설 『나나』가 어쩐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바쁘게 사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영혼이 자신의 몸을 빠져나와 하는 고민을 보여준다. 죽지는 않았으나 영혼이 없는 삶은 어떨까? 영혼 없이 육체로만 사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즐길까? 영혼 없는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몸이 다시 몸으로 돌아가려는 영혼을 거부하는 이유는 뭘까? 소설을 읽으면 이런 질문들에 답을 찾아갈 수 있다. 그리고 작가 이희영이 말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도 살짝 배울 수 있을 듯하다. 죽음이라는 소재는 이희영의 전작 『아몬드』와 짝을 이룬다. 『
[용인신문] 현재 단순가공이나 약용으로 주로 쓰이는 곤충을 정부는 첨단 생명 소재 산업으로 육성하며 산업 규모를 2025년까지 1400억 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외형에 대한 기피로 인하여 주로 분말화해서 학교 급식이나 기능성 환자식 쿠키 등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농촌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의료용 소재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시켜갈 것 같다. 식용 곤충 산업은 저탄소 저비용 사육으로 전 세계 모두에게 환영받는 블루오션이 되었다. <본지 객원사진기자>
가을밤 백낙천 서리는 희끗희끗 풀벌레소리 구슬퍼 길에는 사람의 발자취 끊겼구나 홀로이 문밖을 나 들녘을 바라보니 메밀꽃에 달이 밝아 눈이 오듯 하여라 백낙천(백거이 772-846)은 하남성에서 태어났다. 그는 성당(盛唐) 시대의 이백과 두보와는 시대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중당(中唐)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이백과 두보에 필적할만한 시인이다. 과거에 급제하여 36세에 한림학사가 되었다. 그는 이 때 이미 저 유명한 「장한가(長恨歌)」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장한가는 현종황제와 양귀비의 비련의 사랑을 노래한 작품이다. 도입부는 ‘임금은 꽃에 취해 나라까지 버릴려고/오래두고 찾았으나 진짜 꽃은 못 얻었지/양가네 집 여자 있어/깊고 깊은 규방에서 남모르게 피었나니/하늘이 준 아름다움과 그 향기는 못 버려 하루아침 임금에게 그 향기 날아갔네’ 그의 또 다른 불후의 시편은「비파행(琵琶行)」이다. 그가 좌천되어 강주사마로 있을 때 배 위에서 비파 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녀는 본래 장안의 창녀였는데 색이 쇠하여 장사치의 아내가 되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사는 여자였다. 그는 술자리를 마련하고 그녀에게 비파를 타게 했다. 비파의 감동으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