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전통시장에 가면 생동감과 추억을 떠올려주는 감성이 있다. 요즘은 좀처럼 느끼기 힘든 시끌벅적함이 좋다. 과대포장에 질려버린 박스 대신 장바구니 하나에 이것저것 담아 올 수 있어서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시장은 서민들의 미술관이다.’라는 말이 있다. 입장료가 무료인 시장에서 설 준비를 하셔도 좋을 것 같다. <본지 객원사진기자>
이대영 용인시산림조합 조합장 한산이씨 종중산의 노송 [용인신문] 한산이씨 종중산을 지키고 있는 기흥구 지곡동 100여 그루의 노송이 설전·후의 세한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꼿꼿하다. 마치 추사 김정희가 그린 국보 제180호 세한도에 ‘날씨가 추워진 이후에야 소나무가 뒤늦게 시듦을 안다’는 글귀대로 꼬장꼬장한 소나무가 시련에 굴하지 않는 충신의 절개를 보여주는 듯하다. 한산이씨 종중산은 노송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용인의 노송지대다. 보호수로 지정된 소나무가 시의 관리하에 건강하게 생장하고 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용인에 자생 소나무가 많았다. 그런데 솔잎혹파리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졌다. 솔잎혹파리는 아마 70년대 후반 한차례 훑고 그 후 한 번 더 용인을 훑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재선충과는 다른 솔잎혹파리 유충인데 솔잎 끝 까만색 접착부위 속에 자리하고서 진을 빨아먹는다. 그래서 푸른 이파리가 새빨갛게 말라 죽게 된다. 육안으로 보이는 벌레가 아니어서 발견이 쉽지 않다. 현미경으로 볼 정도로 작은 충이다. 수액이 움직이는 이른 봄이면 수관주사를 줘서 용인의 노송을 지켜내고 있다. 광교산 형제봉 능선에 소나무가 살아남은 것은 능선이 바람을 많이 타기 때문에 솔잎혹
용인이씨시조 발상지비(디지털용인문화대전) 용인이씨 재실(용인이씨대종회 50년사) 이일장군의 여진족 국문장면. 경기도박물관본 [용인신문] 용인이씨대종회가 최근 종회 50년사(1971~2021)를 발간했다. 이와 함께 용인이씨 판관공파 중 장양공종회에서 ‘조선중기 장양공 이일장군 서거 7주갑 기념 재조명 ‘영웅’ 책자를 발간했다. 용인이씨는 인구수(통계청 2000년 현재 용인이씨 3만 2050명)에 비해 조선조의 문과, 무과 및 소과에서 많은 급제자를 배출한 명문가다. 우리나라 전체 4477개 성관 중에서 용인이씨 출신 문과 급제자 수는 86명으로 전국 48위이며, 무과 급제자는 202명, 소과 급제자는 256명이다. 조선조 전체 문과 급제자 1만 4620명 가운데 전기에 17명과 후기에 69명이 급제해 전체 86명의 문과 급제자를 배출했다. 특히 숙종조에 12명과 영정조 시대에 25명이 집중적으로 문과에 급제했다. 이는 성관 10대 성씨 중 80명 이상 급제자를 배출하는 성관에서 해평윤씨, 양주조씨, 풍산홍씨, 동래정씨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경화사족으로서 용인이씨 문중의 위치는 대단하다. 또한 문과 급제자에 비해 무과 출신자로서 크게 현달한 문중은 아니
[용인신문] 정부의 3기 신도시 일환인 용인 플랫폼시티 도시개발사업의 수익(예정)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플랫폼시티는 경기도와 용인시, 경기도시주택공사(GH), 용인도시공사가 100% 참여하는 공공개발사업으로 지역경제의 허브로 거듭날 전망이다. 인근 광교신도시와 유사한 형태이기에 기대감이 더 크다. 그런데 최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플랫폼시티가 제2의 대장동 사태 재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개발이익금이 전부 경기도시주택공사(GH)로 흘러간다는 주장이다. 실제 경기도가 추진 중인 ‘도민환원제도’를 적용하면 GH 전체 사업장의 개발이익금 중 20%를 도 균형발전 사업비로 사용, 용인시에 재투자가 어렵다는 우려다. 하지만 GH는 2018년 시에 사업참여를 제안하면서 용인시에 100% 재투자를 약속했다는 게 시 측 입장이다. 아울러 민간이 택지를 조성하고 분양했던 대장동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대장동처럼 민간기업이 막대한 분양 수익을 얻는 구조와는 달리 이곳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100%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것. 물론 100% 공공임대주택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지사 시절의 지시 사항이었기 때문에
[용인신문] 기흥구 용구대로 2311에 위치한 여성능력개발센터가 플랫폼시티 조성에 따라 토지가 수용되어 곧 사라질 위기에 있습니다. 이곳은 지난 1995년 경기여자기술학원시절부터 여성들의 취업과 창업을 위한 꿈의 보금자리였습니다. 수많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이곳을 통해서 사회에 진출하여 우리의 가정과 나라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꿈에 힘을 키워준 곳입니다. 수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유엔에서도 공로를 인정하여 상을 받은 곳이 사라지는 것이고, 매년 500여 명의 교육생을 배출하는 IT전문교육의 장, 50여 개의 여성소기업들의 보금자리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모든것이 어려워졌지만, 특히 20, 30대 여성들의 취업은 더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곳마저 없어진다면 우리는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기게 될 것입니다. 이곳에는 과거 화재로 인해 희생되신 분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있습니다. 선배님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꿈의 보금자리가 다시 자리잡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시기를 청원드립니다.
[용인신문] ‘38따라지’라며 스스로를 낮춰 칭하는 채남희의 면면을 살펴보면 결코 낮은 사람이 아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시’라는 것을 자신의 새로운 인생으로 맞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 안에 자신의 삶을 투명하게 늘어놓기 때문이다. 그의 첫 작품집 『제진역』은 그의 그리움이 면면히 녹아있다. 철도는 제진역에서 멈췄고 고향에 갈 수 없다. 독자가 『제진역』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우리 모두의 염원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철 따라 길 따라』 역시 첫 번째 마음을 이어간다. 시인은 은퇴 후의 삶을 즐길만한 연배임에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민한다. “오늘도/ 존재 이유를 찾다가/ 어느새/ 해는 지고” (「존재 이유」, 부분) 언어를 꾸미고 에둘러대기보다 투박하지만 오롯이 담아내는 감정이 담백하다. 돈키호테처럼 시의 말을 타겠다는 당찬 포부도 멋지다. 그는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를 만들기위해 남북을 오갔던 일들 속에 발견한 순간들을 포착해 시에 적기도 했다. 날 선 북한사람들의 얼굴이 시에 등장해 여전한 긴장을 드러내기도 한다. 삶이라는 길 위에 겸손한 그는 여전히 한 인간으로 존재 이유를 묻는다. 다섯 번째 저술이자 시를 품은 에세이집 『다릿발』은
귀선歸船 한경용 나의 할아버지는 어부시다 작은 배 한 척이면 노을이 물결 위에 잠들 때까지 어망 속으로 태양을 걷어 올린다 파도를 저어가며 시름을 건저 올린 팔뚝의 힘줄에는 살아 있는 고기들이 노래하곤 한다 바다를 메고 오실 만선의 가슴을 위해 달음 쳐 나간 폭풍우 치던 갯가 남은 가족 모두가 울음을 토하고 할머니는 슬래브 지붕에 올라가 와이셔츠를 흔들고 계신다 남쪽으로 흐르는 신화 선홍빛 염주 터뜨린 언어들 빈 그물을 빠져나오고 있다. 한경용은 제주도 김령리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2010년 계간 『시에』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의 지난날에 대한 오래고도 진중한 고백과 스스로의 삶을 통한 미학적 탐구의 과정이 시로 승화 된 것으로 보인다. 내밀한 자전적 고백의 시편들이 여러 편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귀선歸船」은 어부였던 할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레퀴엠이다. 작은 배 한척으로 바다를 낚아오시던 할아버지는 그날 죽음으로 돌아왔다. 폭풍우 치던 날이었다. 가족 모두가 갯가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혼백을 부르기 위해 슬래브 지붕 위에서 할아버지의 와이셔츠를 흔들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이미 신화가 되었다. 할아버지의 왕생극락을 비는
[용인신문] 레거시 미디어를 멀리하게 된다. 걱정과 안심, 분노와 절망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반응이다. 대신 뉴미디어가 전하는 보도는 연일 흥분지수를 갱신한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라는 이성복의 시, <그날>처럼 하루하루가 선거의 마지막 날 같다.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는 ‘삐삐롱 스타킹’처럼 천방지축이다. 정호승의 시를 빌리자면,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는 의도인지. ‘너’란 존재가 누구인지, 언론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진흙탕 선거는 전선이 없다는 의미다. 이럴 때일수록 명확한 전선을 만들면 된다. 어떤 선을 그어서 선에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전략은 쉽게 통할 때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통하지 않는 이유는 익숙함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다수의 유권자는 이미 결정한 상태일 것이다. 그러니 결정하지 않은 소수에게 집중할 때다. 20대 대선은 모든 예상과 어긋나는, 익숙하지 않은 선거다. 강자는 자신이 강자라는 인식이 있으면 연대한다. 얻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한 순간에는 강자의 체면은 없다. 똑똑한 강자들은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시각에서 연대의 이유를 파악한다
[용인신문] 공자가 살던 시대에는 주나라를 중심으로 제후국이 있는데 주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들은 왕이라는 호칭을 쓸 수가 없다. 이에 주나라 왕은 제후국 군주들에게 작위를 주는데 나라의 도덕적 역량 및 벼리의 조건을 따져 공公, 후侯, 백伯, 자子, 남男, 이렇게 다섯 개의 작위를 구분해서 내려준다. 공자의 나라인 노魯나라는 첫 번째 서열인 공公이 아닌 두 번째 서열 후侯라는 작위를 받는데 공자는 춘추경을 기록하면서 후侯의 지위에 있는 魯나라를 공公의 지위로 올려 군주의 명칭을 장공, 희공, 소공, 애공, 이런식으로 기록한다. 이는 魯나라만이 역사 기록의 중심이라는 공자만이 할 수 있는 필삭筆削인 셈이다. 여기서 노나라 국정의 독특한 면이 있는데 군주와 신하로서의 국정운영이 아닌 여러 명의 대부와 읍재들이 각 지역을 나눠 맡아서 노나라 국정에 함께한다는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대통령이 있고, 각 당의 당수가 있는 거와 비슷한 이치이다. 여기다가 노나라에는 종속한 부용附庸국이 있다. 주루邾婁나라와 또 속국 주루邾婁 속나라가 그런류의 나라들이다. 문제는 각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들이나 혹은 부용국 또는 속국 중에서 백성을 잘 먹여살리지 못하는 대부라든가 읍
[용인신문]
[용인신문]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40년 이래 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뉴스에 금융상품 투자자들이 마음을 졸였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물가 상승세가 올해도 지속할 거로 예상된다. 코로나 펜데믹 장기화로 인한 공급 부족에 기후변화로 인한 수확량 감소가 더해져 자장면 한 그릇 대신, 흔한 물가지표가 되어버린 커피 한 잔 값도 대폭 오를 전망이라니 쓴 커피가 더 쓰게 느껴질 것 같다. <본지 객원사진기자>
부리 박설희 바람을 입는다 두 눈에 해를 가슴에 달을 품고 맨 앞에 내세운 부리 끝이 닳아있거나 금이 가 있거나 그것은 집 짓고 사냥하고 깃털 고른 흔적 그 속에 감추어져 있다 찻잎 같은 혀 그리고 공룡의 포효보다 야무진 침묵 발을 뒤로 모으고 허공을 가로지를 때 앞세운다, 제 존재가 무엇보다 크고 귀중하다 일러주는 따뜻한 부등호 박설희는 강원도 속초에서 유년을 보냈다. 2003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가 있으며, 이번 시집이 세 번째 시집이다. 「부리」는 어느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새의 부리에 대한 묘사로 이루어진 시다. 새는 날며 바람을 입는다. 그리고 두 눈에 해를 담고 가슴에 달을 품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새는 맨 앞에 부리를 내세운다. 부리는 끝이 닳아 있거나 금이 가 있다. 집을 짓고 사냥하고 깃털을 고른 흔적이다. 부리 속에는 찻잎 같은 혀가 감추어져 있다. 부리는 야무진 침묵을 지킨다. 새는 발을 뒤로 모으고 허공을 가로지를 때 부리를 앞세운다. 새가 나는 모습은 제 존재가 무엇보다 크고 귀중하다는 것을 일러주는 따뜻한 부등호로 보이는 것이다. <푸른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