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작가 길위의 풍경 내 마음을 볕에 말린다. 그 설익은 마음을 볕에 말린다. 천위에 쏟아진 옹색한 조각들, 깨져 조각난 마음들, 큰 돌 하나 얹고 눈이 부셔 부끄러운 햇볕에 말린다. 꿈과 멀어져 가는 가슴 바람이 쓸어내고 나로 인해 추운 마음 햇볕은 따뜻하게 감싸준다. 가을은 어느덧 그렇게 가고 있다.
어렸을 때 참 야구를 많이 했다. 나는 근사한 야구배트와 글러브가 너무 갖고 싶었고 어느날 어머니께 사달라고 하루 종일 떼를 썼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가 갑자기 형편 얘길 하시며 징징거리던 나를 주변에 잡힌 물건으로 마구 때리셨다. 처음으로 크게 화를 내신거라 무척 놀라기도 하고, 이런 집에 태어난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해 펑펑 울다 잠이 들었다. 아버지는 다음날 야구배트와 글러브를 사오셨다. 사주실거면서 왜 때리셨는지 그때는 그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가을야구가 한창인 요즘 배트도 없이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본다. 그때 잠들어있던 내 모습을 보며 느꼈을 아버지의 마음이 밀려와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푸른 아이스박스가 쌓여있는 곳에 열매 하나가 달린 토마토화분이 서있다. 박스에 그려진 숲은 토마토줄기와 섞여 마치 그럴듯한 한 풍경으로 느껴진다. 가상과 실재의 구분이 모호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대권주자들의 이전투구가 예상되는 요즘 우리의 미래를 위해 진실을 명확히 보는 혜안이 절실한 때인듯 싶다.
딸키우기 너무 불안한 요즘 할머니와 놀고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만났다. 심심했는지 나를 반기려 낮은 담을 넘으려한다. 참 미안하구나. 네가 앞으로 살아야할 바깥 세상이 여자로서 안전하고 자유롭지 못해서... 부디 이 아이와 우리의 딸들이 무사히 잘 클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안작가 길위의 풍경30 태풍 볼라벤의 위력을 보도를 통해 듣고 게임에 빠져있는 막내를 채근하여 함께 창문에 신문지를 붙였다. 과연 이 신문지가 45m/s의 강풍을 견딜 수 있을까하며 분무기로 열심히 뿌렸다. 창문은 왜 이리 많은지 그나마 대형 평수에 살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도 했다. 오랜만에 아빠로서 무엇을 대비한다는 것에 대해, 산다는 것의 잡다함에 대해 교훈적인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 보니 다행히 비바람은 무사히 지나갔지만 신문지는 모두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별 탈을 은근 기대한 나로서는 45m/s의 허탈감이 강풍보다 더 독하게 밀려왔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주의보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33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또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한동안 찜통 더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여름철 건강에 각별한 필요하다. 사진은 처인구 서룡초등학교 앞 공원 수영장에서 방학을 맞아 물놀이 중인 어린이들. 글: 김종경/ 사진: 안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