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9 (일)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거울ㅣ임선기

거울

    임선기

 

거울을 들여다봤지만

나를 본 적이 없네

나를 본 적 없으니

거울은 진실이군.

그래도

나라고 할 만한 것을

보여준

거울의 관대함이여!

거울은 원래

물이었다지

물만한 거울 어디 있으랴

 

임선기는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났고 1994년 『작가세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은 『호주머니 속의 시』였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거울」은 언어의 극한에 오래 머물다 돌아온 시인의 작품답게 차고 시리며 명징하다. 거울 속에 자신을 볼 수 없다는 고백은 자신의 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자탄의 목소리다. 외형으로 보이는 자신은 자신이 아닌 것이다. 그게 거울의 진실이라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자신이라고 할 만한 것을 일부라도 보여준 거울은 관대하다. 따지고 보면 거울 이전의 사람들은 물속에 비친 자신을 보는 것으로 거울을 대신했던 것이다. 그러니 물 만한 거울이 어디 있겠는가. 창비 간 『피아노로 가는 눈밭』 중에서. 김윤배/시인